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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포커스] 시장 경제 비트는 '민생' 드라이브

    김홍수 논설위원

    발행일 : 2023.11.16 / 여론/독자 A39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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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강서구청장 보선 참패 이후 정부·여당이 민생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민생(民生)의 사전적 의미는 '국민의 생계'이다.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3고(高) 탓에 실질 소득이 줄어 국민 삶이 고달파진 건 사실이다. 국민 생활고를 덜어주는 정책을 모색하는 건 정부의 당연한 책무다. 다만 민생 대책도 경제정책의 일환인 만큼 시장경제 원리와 배치돼선 곤란하다. 부작용이 더 크게 불거져 경제 전반의 효율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감스럽게도 윤석열 정부의 민생 대책들이 반(反)시장, 반(反)기업 성격이 짙고, 시장경제 원칙에서 벗어난 경우가 많다. 정부는 한전이 문재인 정부 5년간 전기료 동결로 47조원 누적 적자를 안고 있는데도, 가정용 전기료는 동결하고 산업용 전기료만 6%가량 올렸다. 윤 정부는 전 정부의 '전기 요금 정치화' 부작용을 비판하면서, 120대 국정 과제 중 하나로 "전력 시장 요금 및 규제 거버넌스의 독립성을 강화하고 경쟁과 시장 원칙에 기반한 전력 시장을 구축하겠다"고 하더니, 결국 총선을 의식한 정치적 선택을 했다.

    공매도 금지는 또 어떤가. 금융 당국 수장이 올해 신년사에선 "공매도 제도 개선을 완료했다"고 자랑했었다. 그런데 180도 태도를 바꿔 제도 개혁이 필요하다면서 공매도를 전면 금지했다. 1400만 개미 투자자의 표심을 잡기 위한 총선용 카드임을 세상이 다 안다. 공매도는 주가 거품을 빼고, 부실·부패 기업을 퇴출하는 순기능이 있다. 중장기적으론 공매도를 금지한다고 주가가 오르진 않는다. 이번에도 주가가 하루 급등했다가 도로 원위치하지 않았나.

    정부가 은행, 카드사, 통신사 등 기업을 때려 대출금리, 수수료, 통신료를 깎는 건 과거 정부에서도 자주 써먹던 민생 대책들이다. 그런데 시장경제와 기업 활동의 자유를 강조해 온 윤 정부가 같은 궤적을 밟아가고 있다. 윤 정부의 1순위 표적이 된 기업은 은행이다. 국민이 고금리 고통에 신음하는 마당에 노력 없이 얻은 이자 수익으로 돈 잔치를 벌였으니 매를 맞아도 싸지만, 은행 업계로선 억울한 면도 있을 것이다. 정부는 가계 부채 폭발을 막고, 빚 많은 가계를 돕는다는 명분으로 대출금리를 못 올리게 했다. 은행들은 예금금리도 묶어 이자 마진을 확보했고, 그 결과 수십조원대 이자 수익을 냈다. 대통령이 돌연 "서민들이 은행 종 노릇 한다"고 비난하자, 은행들은 수익 중 얼마를 덜어내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야당은 기다렸다는 듯 '횡재세' 칼을 꺼내 들었다.

    정부는 통신사 팔을 비틀어 통신료를 내리고, 카카오를 압박해 택시 중개 수수료를 끌어내리려 한다. 정부의 민생 행보가 이어지면 희생양이 되는 기업도 늘어날 것이다. 경제엔 공짜 점심이 없다. 정치적 셈법으로 한전, 은행, 통신사의 기업 활동을 방해하면 배당, 주가에 악영향을 끼쳐 국민 노후 자금인 국민연금엔 마이너스 요인이 된다. 정부는 자영업자를 돕겠다고 코로나 지원금 8000억원 상환을 면제하고, 4조원대 저리 자금을 풀겠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자영업 종사자가 너무 많아 구조 조정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런 식의 지원은 좀비 자영업자를 연명케 해 자영업 생태계를 더 혼탁하게 만든다.

    정부가 가격 결정에 개입하고 보조금을 남발하면 시장 기능이 위축돼 자원 배분의 효율성이 떨어진다. 문 정부 시절 포퓰리즘의 폐해를 절감한 보수 성향 유권자들이 정권 교체에 힘을 모았다. 그렇게 재집권에 성공한 보수 정권의 행보에 포퓰리즘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윤 정부의 민생 드라이브는 민주주의의 약점을 드러내고, 정치 실패가 결국 큰 경제 비용을 초래한다는 걸 보여준다.
    기고자 : 김홍수 논설위원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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