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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문래동 할머니

    김성신 출판 평론가

    발행일 : 2023.11.16 / 특집 A31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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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자나무 물 주고, 문래동 풍경 그리고… 평범하지만 소중한 할머니의 일상 담아

    ◆손혜진 글·그림|출판사 책고래|가격 1만8000원

    서울 남서쪽 영등포구에는 문래동(文來洞)이라는 동네가 있어요. 최초로 면화를 도입한 문익점의 아들이자 물레를 개발한 것으로 전해지는 '문래'에서 따온 이름이라는 설이 있어요. 또 일제강점기 이곳에 대규모 방직 공장이 들어섰는데, 이때 방직기의 순우리말 '물레'가 해방 이후 '문래'로 바뀌어 이름이 붙었다는 설도 있어요. 1970년대에는 철공소 밀집 지역이었어요. 산업화 시기 다양한 기계 부품을 생산하면서 호황을 누리기도 한 지역이에요. 하지만 1990년대 말부터 중국산 부품이 들어오며 문을 닫는 철공소가 늘어났어요. 그러다 2000년대 들어 예술인들이 이곳에 자리를 잡으면서 문래동은 문화와 예술 동네로 변모했어요.

    이 책은 바로 그 문래동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요. 문래동에 사는 어느 평범한 할머니가 이 그림책 주인공이에요. 할머니는 일주일에 한 번 냉장고를 채우기 위해 장을 봐요. 어느 날 할머니는 시장에서 야자나무를 구해 집으로 돌아옵니다. 할머니는 물 한 컵을 화초와 나눠 마셔요. 다음 날이에요. 해가 하늘로 떠오르면 할머니는 집을 나서요. 가볍게 산책을 즐기며 길고양이들의 밥을 챙겨 주기도 해요. 가끔 고양이를 집에 데려가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그대로 두기로 해요. 그러다 할머니는 나무에 기대앉아 눈에 들어오는 풍경을 그리기 시작해요. 그리곤 해가 저물 무렵 집으로 돌아와요. 저녁 내내 텔레비전은 시끌벅적 떠들어 대지만 할머니는 곧 깊은 잠에 빠져요.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할머니의 일상은 늘 비슷해요.

    하루는 아들 가족이 찾아왔어요. 할머니 집에 자주 오는 아들은 새로 들여온 야자나무를 발견해요. 아들은 화분을 왜 또 들여왔느냐, 아프신 손목으로 그림은 왜 그리시냐며 이러쿵저러쿵 잔소리를 해요. 말투는 툴툴대지만 할머니는 기분이 나쁘지 않아요. 모두 당신 건강을 걱정하는 아들의 따뜻한 마음에서 나오는 말이라는 것을 알거든요.

    다시 할머니의 일상은 반복돼요. 그렇다고 매일이 완전히 똑같을 수는 없겠죠. 오늘 할머니는 조금 성가시지만 귀여운 꼬마 친구를 사귀어요. 기분 좋게 떠드는 어린 친구 덕분에 오늘은 졸리지 않네요. 문래동 할머니의 평온하고 아름다운 나날이 언제까지나 계속됐으면 좋겠네요.

    어느 화창한 여름날 며칠을 배경으로 할머니의 평범하지만 소중한 일상이 밝고 따뜻한 분위기의 유화로 펼쳐져요. 할머니는 다시 청춘을 맞은 듯 열심히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새 반려 식물을 가져와 마음을 흠뻑 주며 키우기도 하고, 이웃 꼬마와 친구가 되기도 해요. 이렇듯 평범하고 잔잔한 이야기지만, 문래동 할머니의 모든 행동에는 힘과 활기가 느껴져요. 그 누구도 깰 수 없는 견고한 행복감이랄까요. 이 책은 긍정적 자세로 스스로 찾아내는 행복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준답니다.
    기고자 : 김성신 출판 평론가
    장르 : 고정물
    본문자수 : 1419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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