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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기車, '한국산' 갈아타고 美 진출 노린다

    정한국 기자

    발행일 : 2023.11.15 / 경제 B3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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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중 갈등·공급망 재편 속… 한국 시장 스며드는 중국 자동차

    지난 10일(현지 시각) 스웨덴의 전기차 회사 폴스타는 2025년 하반기부터 르노코리아의 부산 공장에서 전기 SUV(폴스타4)를 생산한다고 발표했다. 여기서 만든 차를 국내에 팔고 북미에도 수출하겠다는 것이다. 폴스타는 볼보가 지분 49.5%를 가진 최대 주주이지만, 이 볼보를 중국 지리차가 지난 2010년 인수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한국에 중국차 생산 기지가 생겼다는 얘기가 나왔다.

    중국 자동차가 한국 시장에 빠르게 스며들고 있다. 과거 상하이자동차가 쌍용차를 인수하거나 일부 중국 브랜드가 직접 한국 시장에 제품을 내놓던 것과 다른 방식이다. 미중 갈등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 북미 수출길이 막힌 중국 기업들이 '메이드 인 코리아' 간판을 달기 위해 위탁 생산 방식으로 간접 진출을 택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또 중국 전기차 1위 BYD(비야디)같이 국내 반중(反中) 정서를 감안해 자기 브랜드는 숨긴 채 핵심 기술만 이전·판매하는 일종의 '디브랜딩' 전략으로 한국 시장을 공략하기도 한다.

    ◇'메이드 인 코리아' 간판 노린다

    르노코리아는 내수 판매 부진으로 연 30만대 안팎을 생산할 수 있는 부산 공장 가동률이 50% 정도에 그치고 있다. 이런 탓에 폴스타가 부산 공장에서 만들겠다고 한 전기차 물량은 르노코리아에 가뭄에 단비인 셈이다. 협력 업체와 지역 경제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위탁 생산이 성사될 수 있었던 것은 중국 지리차가 르노코리아 지분 34%를 가진 2대 주주여서 가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감이 아쉬운 르노코리아와 중국 이외 생산 기지가 필요한 폴스타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이다.

    폴스타는 '메이드 인 코리아' 전기차를 통해 한국 시장은 물론 대미 수출 가격 경쟁력도 높이는 일석이조 효과를 거둘 것으로 보인다. 중국산 차는 미국에 수입될 때 27.5% 높은 관세가 매겨지는데, 한국은 FTA로 이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르노코리아는 프랑스 르노그룹, 지리차와 함께 차세대 전기 하이브리드 차도 개발 중이다. 부산 공장에서 생산돼 르노코리아 브랜드로 국내에서 판매되고 '한국산'으로 수출도 될 예정이다. 하지만 지리·볼보가 플랫폼 등 핵심 기술을 제공했다.

    전기차 핵심인 배터리 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세계 최대 코발트 채굴 업체인 중국 화유코발트 등 배터리 소재 기업들도 포스코퓨처엠·LG화학 등 한국 기업과 손잡고 국내에 공장을 짓고 있다. 역시 중국산 대신 '한국산'이란 간판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 많다.

    ◇브랜드 내세우지 않는 BYD

    지난 2일에는 중국 전기차 1위 BYD가 KG모빌리티(옛 쌍용차)의 차세대 하이브리드 차를 공동 개발하고 창원에 배터리팩 공장을 짓기로 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BYD의 국내 전기차 시장 진출 신호탄으로 받아들였다. 이 차는 KG 브랜드로 출시되지만 BYD가 주도하는 배터리와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전기 동력차의 핵심 부품이고, 차 가격에서 비율도 절반이 넘기 때문이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전기차 개발 경험이 없는 KG모빌리티가 BYD에서 사실상 핵심 부품을 사오는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BYD가 KG와 손잡은 것도 중국 브랜드를 숨기는 게 더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국내 소비자의 반중 정서를 감안하면 BYD로선 한국 승용차 시장에 간접 진출하는 게 낫다고 여겼다는 것이다. BYD는 한국보다 전기차 인기가 낮지만 반중 정서가 강하지 않은 일본에서는 올해 대리점을 잇달아 내고 제품을 출시했다. 국내에서는 대기업 GS글로벌과 손잡고 버스·트럭 등 소비자 정서를 덜 고려해도 되는 상용차 시장에서만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들이 단순히 중국 자동차 산업의 진출 발판이 되는 것에 머무르지 않으려면 독자 기술 확보가 필수라고 지적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내 자동차학과 교수는 "전기차 시대에 현대차·기아를 빼면 중국 기업과 경쟁이 쉽지 않다는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면서 "중국차 생산 기지에 그치지 않기 위해선 눈앞의 판매만 생각할 게 아니라 10년 뒤의 전기차 다음 단계 선행 기술 개발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그래픽] 한국 시장에 영향 넓혀가는 '중국차 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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