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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우승의 순간, 팬들은 '신바람 야구 아버지'를 기억했다

    김영준 기자

    발행일 : 2023.11.15 / 사람 A25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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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故 구본무 회장님, 보고 계십니까" 초대 구단주에 대한 추모 이어져

    "고(故) 구본무 회장님, 보고 계십니까. 들리십니까."

    프로야구 LG 트윈스가 29년 만에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른 13일 서울 잠실야구장. 우승 세리머니 도중 스케치북을 들고 있는 한 남성 LG 팬이 방송 중계 화면에 잡혔다. 스케치북에는 LG그룹 선대 회장인 구본무 회장을 추모하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구본무 회장은 럭키금성 시절이던 1990년 MBC 청룡을 인수해 LG 트윈스를 창단, 그해 첫 한국시리즈 우승과 1994년 두 번째 우승을 이끌었던 초대 구단주다. 세 번째 우승을 끝내 지켜보지 못하고 2018년 세상을 떠난 그를 LG 팬들은 잊지 않고 있었다는 걸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이날 야구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구본무 회장님이 하늘에서 정말 기뻐하시겠다" "오늘을 보고 돌아가셨으면 좋았겠다"는 글이 쏟아졌다.

    구본무 회장 생전 야구 사랑은 유명하다. 야구단 창단 이후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아 창단 첫해 한국시리즈를 제패했고, 4년 뒤 두 번째 트로피까지 들어올렸다. 'V3'를 응원하기 위해 일본 오키나와산 아와모리 소주와 롤렉스 시계를 마련한 일화는 잘 알려져 있다. 평소에도 야구장을 자주 찾으며 한 달에 한 번 정도 선수단과 회식했다고 한다. 한 LG 구단 직원은 "구단에 알리지 않고 조용히 야구장을 찾으실 때가 많았다"며 "직원들 번거롭게 하지 않으려 배려해주신 건데, 오신 걸 뒤늦게 알고 허둥지둥한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LG 구단 관계자들은 구본무 회장을 '친근한 구단주'로 기억한다. 스프링캠프 훈련장까지 찾아 선수들을 격려해준 적도 많다. 1992~2001년 LG에서 선수 생활을 한 차명석 현 LG 단장은 "신인 시절 전지훈련장에서 감독님과 구단 직원, 선배 선수들이 그라운드 흙을 고르고 있던 경기장 관리원에게 가서 허리를 굽혀 인사하길래 의아했는데, 구본무 회장님께서 직접 경기장 흙바닥을 정비하고 계셨던 것"이라며 "엉겁결에 인사드렸는데 신인인 내 이름을 알고 계셨다. 신인이건 2군 선수건 일일이 이름을 기억해주시는 분이었다"고 회상했다.

    구본무 회장은 1990년대 프로야구 발전에도 공헌했다. 최초로 2군 전용 훈련장을 만들었고, 연봉 인상 상한선을 폐지했다. 1980년대엔 연봉 상승률이 최대 25%로 제한돼 선수들 불만이 컸는데, 구본무 회장은 1990년 우승 후 이 규정을 폐지했다. 그러자 타 구단들도 뒤따라 제한을 없앴다.

    구본무 회장이 그토록 염원하던 LG 트윈스 세 번째 우승은 2대 구단주 구본준 LX그룹 회장 시절을 거쳐 3대 구단주 구광모 LG그룹 회장 시절에 와서야 현실이 됐다. 차 단장은 "구본무 회장님께서 만든 기틀 아래 후임 구단주들 지원이 더해져 긴 암흑기를 끝내고 LG가 빛을 봤다"며 "선대 회장님(구본무)이 하늘에서 우리를 자랑스러워하실 거라 믿는다. 함께 이 순간을 즐기지 못해 아쉬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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