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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벅찬 날 또 있을까요?"

    김영준 기자

    발행일 : 2023.11.14 / 스포츠 A31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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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팬들 LG 경기 보며 삶의 희망 품어

    "저에게 LG 야구는 삶의 희망이었어요. 뭐라고 말해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이런 행복감을 안겨 줘서 LG 선수들에게 너무 감사합니다."

    프로야구 LG가 29년 만에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른 13일 서울 잠실야구장. LG 열혈 팬으로 유명한 '빗자루 아저씨' 김종근(50)씨가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김씨는 매년 정규 시즌 70경기 이상을 경기장에서 관람하며 응원 문구가 달린 빗자루를 들고 다닌 것으로 유명하다. 과거 LG 팬들 사이에서 유명했던 '달마 아저씨' 박제찬씨가 2014년 세상을 떠나기 전 김씨에게 물려준 것이다. 요즘은 경기장에 빗자루 반입이 되질 않아 응원 문구와 현수막을 들고 다니며 LG를 응원한다. 이번 한국시리즈도 매 경기 현장을 찾았다.

    체감 온도 영하 날씨에도 반팔을 입고 응원전을 펼친 김씨는 "LG가 마지막으로 우승했던 1994년부터 LG를 응원했다. 다시 우승하기까지 너무나 오래 걸렸다"며 "2005년 아내와 사별한 후 공황장애를 겪던 나를 위로해준 게 LG 야구였다. 긴 암흑기를 거쳐 이렇게 열매를 맺어서 행복하다"고 했다. 김씨는 이날 "V3까지 이제 1승 남았다"고 적힌 응원 문구를 들고 야구장을 찾았다. 그는 "LG가 2연패, 3연패까지 이루면 좋겠다"며 "내년부턴 'LG 왕조 구축'이라고 적고 다닐 것"이라고 했다.

    김씨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LG의 한국시리즈 우승은 모든 LG 팬들 오랜 숙원이었다. 1994년 한국시리즈 우승 이후 1997, 1998, 2002년 세 차례 기회를 잡았으나 매번 준우승에 그쳤다. 작년엔 정규 시즌을 2위로 마쳐 한국시리즈 진출 기회를 잡았으나, 플레이오프에서 키움에 발목을 잡혀 무산됐다. 한국시리즈 우승에 대한 팬들 갈망은 정규 시즌 1위로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올해 폭발적인 응원으로 분출됐다.

    LG 팬들은 1~5차전 내내 경기장을 가득 채웠다. 5경기에 10만6450명이 입장했다. 홈 구장인 잠실에서 열린 1, 2, 5차전에는 원정 팀 KT 응원석까지 LG 팬들이 침투해 노란 물결을 일으켰다. KT 홈 구장 수원 3, 4차전에도 KT 팬보다 LG 팬이 더 많았다. '적장' 이강철 KT 감독도 "경기 끝나고 집에 갔는데 LG 응원가가 머릿속을 떠나질 않더라"며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LG 팬들은 이번 한국시리즈를 '행복'으로 기억했다. MBC청룡 시절부터 팬이었다는 윤재호(52)씨는 "LG 마지막 우승이었던 1994년에 낳은 아들과 같이 유광 점퍼를 입고 한국시리즈 우승을 지켜봤다"며 "부자지간에 이렇게 행복한 추억이 또 있을까 싶다"고 말했다. 초등학생 때부터 LG를 응원했다는 박용수(30)씨는 "응원하는 팀이 우승하는 기분이 이렇게나 좋다는 걸 처음 느꼈다"며 "이 기분을 다시 느끼도록 더욱 열렬히 LG를 응원하겠다"고 했다.
    기고자 : 김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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