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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미야자키의 메시지… 소년아, 어설프고 추해도 좋아"

    김동현 기자

    발행일 : 2023.11.14 / 국제 A14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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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 '그대들…' 원작소설가 손자가 밝히는 비화

    "다음 작품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이후 '그대들…')'입니다." 일본 애니메이션계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宮崎駿) 감독은 2013년 '바람이 분다'를 마지막으로 은퇴를 선언했다가 2017년 이를 철회했다. 그러면서 그해 10월, 한 토크쇼에서 갑자기 새 작품 제목을 공개했다. 당시 은퇴 번복만큼 제목이 화제가 됐다. 일본 청소년이라면 누구나 읽는 고전소설에서 딴 제목이었기 때문이다.

    이로부터 6년 후 미야자키 감독은 아무런 추가 정보 없이, 같은 제목의 애니메이션 영화를 공개했다. 지난달 25일 한국에서도 개봉한 이 작품은 3주 연속 박스 오피스 1위를 기록했다. 누적 관객 수는 170만명을 넘었다. 어머니를 화재로 잃은 주인공 소년이 환상의 세계로 들어가 겪는 일을 다룬 이 작품에 대해선 평가가 극단적으로 나뉜다. 무슨 얘기를 하려는지 모르겠다는 악평과 미야자키의 일생을 결정(結晶)처럼 응축한 명작이라는 찬사가 엇갈린다.

    미야자키 감독은 작품에 대해 인터뷰나 간담회를 한 적이 없어 의도를 알기는 매우 어렵다. 이런 가운데 이 작품의 취지와 방향성, 주제 등에 대해 감독이 비교적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은 이들이 있었다는 사실이 최근 드러났다. 소설 '그대들…'을 쓴 작가 요시노 겐자부로(吉野源三郞·1899~1981)의 아들과 손자다. 미야자키는 작품 구상 초기 이들을 만나 제목을 쓰겠다고 양해를 구하면서 작품 주제에 대해 편하게 이야기했다고 한다.

    지난 7일 본지와 화상으로 인터뷰한 요시노 겐자부로의 손자 요시노 다이치로(吉野太一郞·50, '고쇼코지쓰' 부편집장)는 "제목이 공개되고 난 직후 스튜디오 지브리(미야자키가 세운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서 연락이 와서 감독과 만났다. 그때는 깨닫지 못했지만 할아버지의 책 덕분에 미야자키 감독에게 어디서도 들을 수 없는,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고 했다.

    도쿄의 스튜디오 지브리를 찾은 요시노 부자에게 미야자키는 "무심코 작품 이름을 말해버렸다"며 사과를 먼저 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했다. "내가 만든 애니메이션엔 화려하고 성격이 밝은 소년이 주인공인 작품이 많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런 소년이 아니었어요. 아주 우물쭈물하고 당당하지 못한 소년 시절을 보냈습니다." 요시노씨는 "미야자키 감독은 예전에 자신이 그랬듯이, 추한 부분을 안고 갈등을 겪는 소년을 주인공으로 하고 싶다고 했다"고 했다.

    미야자키 감독은 은퇴를 번복하며 새 작품을 내놓는 이유에 대해 "'오랫동안 피해왔던 것'을 똑바로 마주해야 한다는 생각에 도저히 은퇴할 수 없었다. 바로 나 자신의 이야기"라고 했다. 미야자키 감독이 요시노 가족에게 한 말이다. "소년의 내면엔 아름다운 것도 있겠지만, 굉장히 추한 것도 있겠죠. 아름다움과 추함을 온몸으로 받아들이고 힘차게 넘어갈 수 있을 때, 그제야 세상의 많은 문제와 마주할 수 있는 '자기 자신'이 완성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소설은 애니메이션과 내용이 다르다. 한 중학생이 우정·갈등을 겪으며 성장해 가는 다소 계몽적인 내용을 담았다. 군국주의적 분위기가 일본에 팽배했던 1930년대 나온 책엔 작가가 다음 세대에게 전하는, '너희는 다른 세상을 만들 수 있다'란 메시지가 담겼다. 태평양전쟁 시절(1941~1945) 체제 전복적 메시지를 담았다고 여겨져 금서(禁書)로 지정됐다. 미야자키 감독은 "초등학생 시절 책을 읽고 감명을 받았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요시노 부자는 지난 2월 극소수 관계자만을 대상으로 한 비공개 시사회에서 작품을 처음 보았다. 요시노씨는 "처음엔 나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두 번째 관람하며 감독이 말한, '나를 투영한 소년의 갈등과 성장'이란 주제로 보니 조금씩 이해가 되더라"고 했다. "미야자키 감독은 할아버지의 책이 '주인공이 성장을 겪는 아주 중요한 전기로 등장할 것'이라고 예고했습니다. 영화엔 책이 두 번 나오는데요, 그때마다 바뀌는 주인공의 심정에 주목하면서 관람하시면 좋겠습니다." 요시노 겐자부로는 과거 작가와 동시에 잡지 편집장을 지내는 등 언론인으로서 활동했다. 미야자키 감독을 만난 아들·손자도 할아버지의 직업을 따라 기자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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