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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은 선생님] [식물 이야기] 겨우살이

    김민철 기자

    발행일 : 2023.11.13 / 특집 A29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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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뭇가지에 뿌리 내리는 半기생 식물… 달짝지근한 열매는 새가 먹고 옮겨

    늦가을인 요즘 꽃은 거의 다 졌습니다. 대신 산에서 열매를 관찰하기 좋습니다. 이맘때 관찰할 수 있는 열매 가운데 가장 인기 있는 것 중 하나가 겨우살이 열매입니다.

    요즘 등산하다 보면 높은 나뭇가지에 새 둥지 같은 것이 달린 나무들을 볼 수 있습니다. 자세히 보면 새 둥지가 아니고 초록색 식물인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잎과 줄기는 초록색이고 콩알만 한 연노란색 열매가 다닥다닥 달려 있다면 겨우살이입니다.

    겨우살이는 엽록소를 갖고 광합성을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해 숙주 나무 가지에 뿌리를 내려 물이나 양분을 일부 빼앗는 반(半)기생식물입니다. 기본적으로 '얌체' 같은 식물입니다. 가지 속으로 뿌리를 내린 다음 관다발 조직을 연결시키는데, 연리지(두 나무가 엉켜 한 나무처럼 자라는 현상)가 만들어지거나 접목(?K木)할 때 관다발이 연결되는 방식과 똑같다고 합니다.

    겨우살이는 상록성이라 일년 내내 푸른 잎을 달고 있지만, 다른 계절엔 무성한 나뭇잎에 가려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다 숙주 나무의 잎이 모두 떨어지면 제 모습이 드러납니다. 겨우살이라는 이름도 겨울에 돋보이는 나무여서 붙었을 것입니다. 특히 눈이 내린 직후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겨우살이를 사진으로 담으면 정말 아름답습니다.

    겨우살이 씨앗은 나무줄기에 정착해야 뿌리를 내리고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냥 땅에 떨어지면 버려지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특별한 번식 방법이 필요하겠죠. 겨우살이 열매는 달짝지근하고 끈적끈적한 과육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이 달콤한 열매는 새들이 좋아하는 먹이입니다. 열매는 지름 5㎜가 조금 넘는 둥근 모양이라 새가 한입에 먹기에 딱 좋습니다. 새들이 열매를 따 먹고 다른 나뭇가지로 날아가 배설하기를 기다리는 것입니다. 새가 열매를 먹고 배설할 때도 끈적거리는 성분이 남아 있습니다. 이 성분 때문에 씨앗은 나뭇가지에 달라붙을 수 있습니다. 나무와는 기생하는 악연이지만, 새와는 먹이를 주고 번식에서 도움을 받는 공생 관계인 셈입니다.

    겨우살이는 항암 효과가 있다는 소문이 나면서 사람들이 마구 채취해 웬만한 산에서는 찾기 힘듭니다. 지리산·덕유산·내장산·태백산 등 높은 산에나 가야 겨우 볼 수 있습니다. 겨울철 스키장에서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다 볼 수도 있습니다.

    겨우살이는 열매가 연노란색인데, 가끔 열매가 붉은 것도 볼 수 있습니다. 열매가 붉은 것은 붉은겨우살이이고, 드물게 샛노란 열매를 꼬리처럼 늘어뜨리고 있는 꼬리겨우살이도 볼 수 있습니다. 꼬리겨우살이는 낙엽성이라 요즘엔 잎은 다 떨어지고 열매만 남아 있습니다.

    서양에는 크리스마스 때 초록색 잎과 하얀 열매가 달린 겨우살이(미슬토)를 현관 안쪽 문 위에 걸어 놓는 풍습이 있습니다. 이 겨우살이 아래 서 있는 이성에게는 키스를 해도 된다는 얘기가 있다고 합니다. 영화 '러브 액추얼리'에도 이와 관련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높은 산이나 스키장에 갈 기회가 있으면 혹시 주변에 겨우살이가 있는지 한번 살펴보기 바랍니다.
    기고자 : 김민철 기자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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