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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에 울려퍼진 참전용사의 '아리랑'… "우릴 잊지 말아 달라"

    파리=정철환 특파원

    발행일 : 2023.11.13 / 사람 A22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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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찰스3세 참석한 英현충일 행사
    6·25 전쟁 참전 용사들의 소회

    "우리는 한국전쟁 참전 용사다. 우릴 잊지 말아 달라."

    영국 런던의 대표적 공연장 중 하나인 로열 앨버트홀. 영국의 현충일인 11일(현지 시각) 이곳에서 펼쳐진 '영국군 현충일 추모제(The Royal British Legion Festival of Remembrance)' 행사에 군복을 갖춰입은 콜린 태커리(93) 전 육군 준위가 등장했다. 그는 2019년 영국의 노래 경연 프로그램 '브리튼스 갓 탤런트'에서 역대 최고령 우승 기록을 세운 유명 인사로, 6·25 참전 용사기도 하다.

    그가 이날 선택한 노래는 우리 민요 '아리랑'이었다. 태커리씨는 "아리랑은 (우리의) 단합과 힘, 그리고 추모를 상징한다"며 "한국전 참전 용사를 기억해달라"고 말했다. 이어 5000여 관중 앞에서 비교적 정확한 한국어 발음으로 아리랑을 열창했다. 노래를 부르는 내내 그는 애써 차분한 표정을 지었지만, 목소리에는 참혹했던 전쟁과 안타깝게 스러져간 전우들에 대한 회한이 묻어났다. 태커리씨는 1950년 9월 한국행 수송선에 올라 약 2년간 부산에서 압록강 인근까지, 한반도 전역에서 여러 전투에 참가했다.

    찰스 3세 국왕 부처와 윌리엄 왕세자 부부, 리시 수낙 총리 부부 등 영국을 대표하는 인물들이 참석한 이날 행사에서 6·25 참전 용사들은 70여 년 전 기억을 소환했다. 육군 낙하산 부대 소위로 참전했던 브라이언 패릿(92) 전 육군 준장은 "오늘 밤 우리는 아주 먼 나라에서 목숨을 잃은 동지와 친구들을 기억한다"고 했다.

    뒤이어 등장한 마이크 모그리지(89)씨는 "70년이 지난 지금, 끊임없이 변화해 온 세계에서 한국이 얼마나 큰 발전을 이루었는지를 보면 (참전에) 엄청난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들이 이야기하는 동안 행사장 바닥엔 대형 태극기와 무궁화 영상이 비쳤다. 켄 켈드, 트레버 존씨 등 다른 참전 용사들의 인터뷰 영상이 소개되는 동안에도 배경음악으로 '아리랑'이 깔렸고, 당시 가난하고 처참했던 한국의 모습과 전투 장면들이 등장했다.

    이날 행사를 중계한 BBC 진행자는 "한국전쟁은 영국이 20세기에 겪은 가장 중요한 전쟁 중 하나였지만 (1·2차 대전에 가려) 널리 알려지지 못해 '잊힌 전쟁(forgotten war)'이라고도 불린다"고 설명했다. 영국군은 3년간 전쟁 기간에 연인원 9만명이 참전, 1078명이 전사했다. 미국 다음으로 큰 파병 규모이자 인명 손실이다. 특히 글로스터셔 연대 1대대는 1951년 4월 '임진강 전투'에서 중공군 3만명에 맞서 서울을 지켜내다 600여 명 대부분이 전사하거나 포로가 되는 큰 희생을 치르기도 했다.

    영국의 현충일 행사는 1차 세계대전 종전일(1918년 11월 11일)에 맞춰 열린다. 이날 현충일 행사와 함께 개최되는 추모제는 왕실 주요 인사와 정부 요인이 총출동하는 중요 행사다. 영국 육·해·공군 군악대의 연주와 각종 공연과 함께 영국군의 전쟁사를 되돌아보고 용사들의 희생을 기리는 자리가 마련된다.

    올해 행사에서 6·25전쟁이 주목받은 이유 가운데 하나는 올해가 한·영 수교 140주년 겸 6·25 정전 70주년이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20일 윤석열 대통령의 영국 국빈 방문으로 한국에 대한 영국 내 관심이 크게 높아진 것도 한몫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5월 찰스 3세 대관식 이후 영국을 찾는 첫 국빈이다. 찰스 3세와의 회담과 수낙 총리와의 국빈 만찬, 영국 의회 연설 등이 예정돼 있다.

    찰스 3세는 지난 7일 자신의 첫 '킹스 스피치(King's Speech·국정 연설)'에서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국빈 방문을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8일에는 영국 왕실 고위 인사 중 처음으로 런던 외곽의 한인 타운인 뉴몰든을 찾았다. 그는 이 자리에서 한인 교포 사회 인사들을 만나 격려하고, 탈북 동포 대표들도 만나 탈북민 인권에 대한 큰 관심을 드러냈다.
    기고자 : 파리=정철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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