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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메스' 든 바이털 의사] (1) 김종성 강릉아산병원 신경과 교수

    강릉=조백건 기자

    발행일 : 2023.11.13 / 사회 A14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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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지 마비된 뇌졸중 환자, 혈관 뚫어 구할 땐 천국을 맛봤다"

    김종성(67) 강릉아산병원 신경과 교수가 받는 응급 환자는 사지가 전부 마비되거나 반만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그는 최근 강릉아산병원에서 가진 본지 인터뷰에서 "사지가 마비된 뇌졸중 환자의 혈관을 뚫을 땐 지옥에 있는 것 같다가, 몇 시간 만에 환자가 팔과 다리를 움직이면 천국에 온 것 같다"고 했다.

    김 교수는 국내 뇌졸중 분야 대표적 권위자다. 그는 2008년 동양인에게 뇌졸중을 일으키는 가장 큰 원인인 뇌혈관 동맥경화에 대한 교과서를 세계 최초로 집필했다. 과학기술 논문 색인(SCI)급 국제 학술지에 실은 논문만 460편에 달한다. 그는 33년간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로 일하다 정년 퇴임하고 작년 11월부터 강릉아산병원에서 일하고 있다.

    ―강릉으로 내려온 이유는?

    "의사가 부족한 지방에 와서 환자들을 진료하고 싶었다. (지방의 환자 구하는 일을) 꼭 해보고 싶었다."

    ―강릉에 연고가 있나.

    "없다. 가족을 서울에 두고 혼자 내려왔다."

    ―일과가 어떻게 되나.

    "일주일에 세 번 외래 환자를 하루 20명씩 진료한다. 동료 의사들의 배려로 2주에 한 번 정도만 당직을 선다. 병원 안에 마련된 아파트에 혼자 살고 있어서 급한 환자가 오면 5분 안에 병실에 복귀할 수 있다."

    ―뇌졸중 응급 환자들은 보통 어떤 상태로 들어오나.

    "몸 전체 혹은 일부가 마비돼 온다. 뇌졸중은 치료가 빠를수록 좋다. 그런데 환자의 뇌혈관 속 피는 끈적끈적하기 때문에 막힌 혈관을 간신히 뚫어 한숨 돌리는가 싶으면 금방 다시 막히는 경우가 많다. 이때는 지옥에 있는 것 같다. 그러다 간신히 혈관 개통에 성공해서 몇 시간 만에 환자가 팔·다리를 움직이면 천국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환자가 살아난 것이) 그렇게 감사할 수가 없다."

    ―지금까지 뇌졸중 환자 몇 명을 진료했나.

    "서울아산병원에 있을 땐 매주 네 번 50명씩 외래 진료를 봤으니 최소 수천 명은 되지 않겠나."

    ―지방·필수 의료를 살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정부가 지방에서 필수 진료(외과·산부인과·응급의학과 등)를 하는 의사들에 대한 지원을 늘리는 수밖에 없다. 방치하면 다 수도권으로 몰려간다. 특히 중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지방의 필수 의료 분야에 대해선 수가(의료 서비스 가격)를 더 높여줘야 한다. 지방의 신경과·신경외과 의사가 '서울로 가자'는 배우자에게 '그래도 여기서 월급은 많이 받지 않느냐'고 말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서울 병원을 가든, 지방 병원을 가든 환자 선택 아닌가.

    "선택권이 없는 중증 질환들이 있다. 뇌졸중이 대표적이다. 뇌졸중 치료의 골든 타임은 증상 발생 후 4시간 30분 이내다. 시간상 서울로 갈 수가 없다. 지방에서 치료해야 한다. 지방 의료를 살려야 한다."

    ―지방·필수 의료 인력난을 해결하려면 의대 정원을 늘려야 하지 않나.

    "의사가 늘어나면 불필요한 검사·수술 등 과잉 진료도 엄청나게 늘어날 것이다. 지금도 불필요한 MRI(자기공명영상) 촬영을 해서 뇌혈관 주변에 작은 점이라도 보이면 뇌졸중일 수 있다며 약을 수두룩하게 처방하는 경우가 많다. 나이가 들면 나타날 수 있는 대수롭지 않은 증상인데도 이렇게 한다. 고령화로 노인 인구가 많아지고 있는데 여기에 과잉 진료까지 급증하면 건강보험 재정이 거덜 날 것이다."

    의사 증원보다 인력 배치가 우선

    ―의대 증원 외 다른 방법이 있나.

    "증원보다 인력 배치가 우선이다. 심뇌혈관 질환 등 중증 질환자를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의료 기관을 시·도별로 한 군데 정도 집중 육성하고 여기에 의사 인력을 많이 투입해야 한다. 지금 의사 수로도 할 수 있다."

    ―정원을 늘리면 지방의 필수 의료 의사도 늘어나는 '낙수 효과'가 있다는 분석도 많다.

    "사명감이나 의지가 없는 '낙수 의사'는 어차피 필수 의료 분야의 고단함을 견디지 못하고 다른 곳으로 빠질 것이다. 중요한 것은 필수 의료를 하고 싶어하는 의사가 (필수 의료를) 할 수 있도록 정부가 월급을 더 주든 지원을 하는 것이다."

    ―의사의 불가항력(무과실) 의료 사고에 대한 법적 부담을 덜어줄 필요가 있나.

    "그렇다. 신경과에도 뇌졸중을 해보겠다고 하는 의사가 확연히 줄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소송 부담 때문이다. 뇌졸중은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 보니 가족 등이 의사를 상대로 '왜 더 일찍 치료하지 않았느냐'며 소송을 거는 경우가 늘고 있다."

    ―다른 직업군도 업무상 과실로 법적 책임을 진다. 의사 특혜 아닌가.

    "분명한 과실은 처벌해야 한다. 그러나 의학은 전문적이고 어렵다. 그래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한 경우가 많다. 이전엔 의사 과실이라는 것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으면 책임을 묻지 않았다. 그런데 요즘은 의사가 자기 과실이 아니라는 걸 직접 입증하지 못하면 처벌받는 추세여서 의사들이 부담을 느낀다. 필수 의료일수록 위험 부담이 클 수 있다."

    ―의사들이 필수 의료는 기피하고 미용 쪽으로 가서 쉽게 돈을 벌려고 하는 것도 문제 아닌가.

    "맞는 얘기다. 의사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가 병들어 가고 있다. 언젠가 국제 학회에 갔을 때 미국·영국·독일 의사들에게 '당신들은 왜 이렇게 논문을 많이 쓰느냐. 이렇게 하면 어디서 돈을 주느냐?'고 물었더니 '그런 것 없다. 의사로서 해야 할 일'이라고 하더라. 그 순수함에 새삼 충격을 받았다. 의사는 병을 고치는 사람이란 사명감이 (요즘 들어) 많이 없어지고 있다."

    ―지방 의료 현실에 대해 느낀 점은?

    "의사 구하기가 정말 어렵다. 모두 서울로 가려고 한다. 우리 병원만 해도 신경과에는 전공의가 한 명도 없어 가정의학과에서 전공의를 파견받고 있다. 그동안 축적된 뇌 관련 지식들을 후배들에게 마음껏 가르치고 싶은데 내려오니 가르칠 사람이 없더라. 당직도 신경과 교수 5명이 돌아가며 선다."

    ―인력난 외 어려움은?

    "연구 환경이 열악하다. 수도권 대형 병원들은 인력도 많고, 연구비 따기도 쉽다. 그러나 지방 병원은 환자 진료를 통해 수익을 내야 근근이 굴러가기 때문에 당장 수익이 나지 않는 연구엔 관심이 적다."

    여러 연구들이 모여 치료법 된다

    ―연구가 왜 중요한가.

    "연구들이 모여 치료법이 된다. 서울아산병원에 처음 교수로 부임했을 때, 제 환자들의 증세와 치료법이 당시 뇌졸중 교과서엔 없더라. 교과서엔 목을 지나는 경동맥에서 발생하는 '두개강 외(머리 바깥) 뇌졸중' 내용밖에 없었다. 서양인 대부분이 이 뇌졸중에 걸리기 때문이다. 반면 동양인은 뇌 속 혈관이 터지거나 막혀서 발생하는 '두개강 내 뇌졸중' 발생이 훨씬 많다. 제가 환자들의 증상, 치료법을 다 기록하고 연구해서 뇌 속 혈관 뇌졸중에 관한 치료 교과서를 쓸 수 있었다."

    ―의료 발전을 위해 국가가 꼭 해야 할 일이 있다면.

    "1·2·3차 병원을 지금처럼 마음대로 이용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제 환자 중 정말 제게 왔어야 할 응급 환자는 5분의 1도 안 된다. '머리가 띵해서 왔다' '유명하다고 해서 왔다'고 하는 분이 많다. 경증 환자는 1차 의료 기관(의원 등)에서 소화를 하고 3차 의료 기관은 중환자 치료에 집중하게 정부가 신경 써야 한다."

    ☞김종성 교수는

    김종성 교수는 1980년 서울대 의학과를 졸업했다. 1989년부터 작년 10월까지 33년간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로 재직하고 정년 퇴임했다. 환자를 더 구하려고 작년 11월부터 강릉아산병원에서 일하고 있다. 국내 뇌졸중 분야 최고 권위자로 통한다.
    기고자 : 강릉=조백건 기자
    장르 :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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