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검색목록 > 기사상세보기
타이틀

노조 2차 파업 예고에, 서울교통공사 '단협 해지' 초강수

    최종석 기자 김휘원 기자 안준현 기자

    발행일 : 2023.11.11 / 사회 A10 면

    종이신문보기
    ▲ 종이신문보기

    서울시 "악습 뿌리 뽑겠다"

    10일 서울 지하철 노조의 '시한부 파업'이 끝났다. 서울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 노조는 9~10일 이틀간 파업을 벌였다.

    하지만 노사 간 단체협약(단협) 교섭은 여전히 결렬된 상태로 불씨를 남겼다. 양측은 당초 파업 기간 중에도 교섭을 재개할 수 있다고 했지만 실제 교섭은 열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이날 오전 마포구 월드컵경기장역 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사측의 입장 변화가 없으면 수능(16일) 이후 2차 파업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오는 20일쯤 코레일 등과 연대 파업을 벌일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노조의 강경 대응에 공사 측은 단협 해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서울교통공사 노사가 이어온 단협을 없애고, 노사 관계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것이다.

    단협은 임금과 휴가, 복지 등 근로 조건에 대한 노사 약속이다. 일반적으로 노사가 매년 협상을 벌여 협약 내용을 갱신한다. 교통공사 노사도 올해 단협 협상을 벌였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지난 8일 결렬됐다.

    교통공사의 경우 사측이 해지 통고(通告)를 하고 노사가 끝까지 합의하지 못하면 6개월 뒤 단협은 효력을 잃게 된다. 단협이 해지되더라도 근로 조건에 대한 내용은 새 단협을 합의할 때까지 유효하지만 노조 활동에 대한 지원은 일부 사라진다.

    공사 관계자는 "물밑 교섭을 계속 시도하고 있지만 노조 측의 답변이 없다"며 "노조의 입장 변화가 없으면 단협 해지를 통고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했다.

    공사 측이 단협 해지까지 검토하는 것은 지하철 누적 적자가 17조6000억원이 넘는 상황에서 정원 감축 등 경영 혁신을 미룰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공사는 2026년까지 정원 2212명을 감축하는 내용의 공공기관 경영 혁신 계획을 정부에 제출했다.

    하지만 노조는 정원 감축을 인위적인 구조조정으로 규정하며 파업에 돌입했다.

    파업 과정에서 사내 여론도 영향을 미쳤다. 교통공사에는 총 3개의 노조가 있는데 이번 파업은 민주노총 산하인 1노조(서울교통공사노조)만 단독으로 강행했다. 지난해 파업에 참여했던 한국노총 산하 2노조(서울교통공사통합노조)는 협상 과정에서 "명분 없는 파업"이라며 빠졌고, 2030세대가 주축이 된 3노조(올바른노조)는 처음부터 불참했다. 전날(9일) 1노조가 파업을 강행하자 교통공사 사내 게시판에는 "민노총 때문에 손해 보게 생겼다" "노조 간부들이 징계를 피하려고 파업하는 것 아니냐" 같은 비판 글이 잇따랐다.

    파업 참가율도 떨어졌다. 파업 첫날인 9일 파업 참가율은 최고 22.9%, 평균 20.5%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파업 참가율(최고 26.9%)보다 4%포인트 정도 낮은 것이다.

    서울시와 공사 안팎에선 "지하철 노사 관계에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는 9일 노조가 파업을 강행하자 "원칙 대응해 오랜 기간 이어져 온 악습을 뿌리 뽑겠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입장문에는 교통공사 타임오프제(노조 전임자 근로시간 면제 제도)에 대한 감사 결과도 포함됐다. 노조 간부들 상당수가 타임오프제를 위반해 근무를 하지 않고 월급을 받아왔다는 내용이었다.

    교통공사의 경우 2030세대 직원들이 목소리를 내면서 내년부터는 교섭의 판도 자체가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올해까지는 1노조와 2노조가 연합교섭단을 구성해 사측과 협상을 벌였지만 내년부터는 3노조가 교섭 대상이 될 수 있다. 조합원 수가 전체 조합원의 10%를 넘는 등 비중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9월 말 기준 교통공사 노조원은 1노조 1만146명(63.7%), 2노조 2742명(17.2%), 3노조 1915명(11.5%) 등이다. 송시영 올바른노조 위원장은 "파업 전후 신규 노조원이 늘어 지금은 조합원 수가 2000명을 돌파했다"고 말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어려운 지하철 상황을 풀어가야 하는데 노조가 노조원, 시민과 괴리된 채 일방적인 파업을 벌이고 있다"며 "노조의 고립만 자초할 수 있다"고 했다.
    기고자 : 최종석 기자 김휘원 기자 안준현 기자
    본문자수 : 2052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웹편집 : 보기
    인쇄 라인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