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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철의 글로벌 인사이트] 연설이 아니라 '질의응답'이 필요하다

    전성철 변호사·IGS글로벌스탠다드연구원 회장

    발행일 : 2023.11.10 / 여론/독자 A30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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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지 1년 반이 지났다. 특이한 점은 나름대로 열심히 하고 별 특별한 악재도 없는데도 지지율이 일관되게 초라한 수준에 머물러 왔다는 사실이다. 왜 그럴까? 시민의 입장에서 한번 분석해 본다.

    우리 헌법은 대통령과 총리의 역할을 명확히 구별하고 있다. 총리는 '행정' 하는 사람이고 대통령은 '행정'과 '통치'를 다 하는 사람이다. 통치란 무엇인가? 한마디로 '국민의 마음을 사는 활동'이다. 어느 것이 더 중요한가? 단연코 '통치'이다. 국민의 마음이 떠나 버리면 '행정'은 별 의미가 없어져 버리는 것이 민주국가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분명히 윤 대통령의 '통치 방법'에 어떤 문제가 있다고 유추할 수밖에 없다. 통치의 핵심이 무엇인가? 국민에게 '꿈'을 주고 그의 실현을 통해 그들의 마음을 사는 일이다.

    박정희 대통령은 좋은 예이다. 그는 집권하자 국민에게 '잘살아 보세'라는 꿈을 던졌다. 진심으로 매진하는 그의 모습은 국민에게 기대감을 주었고 실제 성과를 내자 지지도는 속등했다. '3선 개헌'까지 허용했을 정도다. 그 '10월 유신'이라는 영구 집권 시도가 모든 것을 다 묻히게 해버렸지만, 그 이전은 사실 꿈을 활용해 통치에 성공한 대표적 사례 중 하나다.

    미국 대통령 중에는 케네디가 좋은 예다. 그가 선거 때 던진 '꿈'은 바로 '새로운 국경(New Frontier)'이라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마음의 국경을 넓히자'는 것이었다. 흑인을 포함한 모든 인종, 약자들을 포용하는 나라를 만들자는 것이었다. 케네디가 이 꿈을 향해 진심으로 뛰는 모습, 그것이 지지도를 거의 사상 최고 수준으로 올렸다.

    그렇다면 윤 대통령은 어떤 꿈을 던졌던가? 그가 선거 때 던진 '꿈'은 바로 '다시 대한민국, 새로운 국민의 나라'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불행히도 그 꿈은 취임과 함께 골방 속으로 들어갔다. 이후 거의 한 번도 언급되지 않았다.

    만일 윤 대통령이 그 꿈을 이런 식으로 활용했다면 어땠을까? 지난 8월 미국에서 열렸던, 한·미·일 정상회담, 나라의 위상을 올려준 그 회담을 마치고 귀국했을 때, 기자 회견을 열고 이렇게 말했다면 어땠을까? "이것이 바로 제가 약속했던 바로 그 '새로운 국민의 나라'라는 꿈을 향한 힘찬 걸음입니다. 이것은 시작일 뿐입니다. 앞으로 계속 그 꿈을 향한 큰 걸음은 계속될 것입니다"라고. 그랬다면 이후 나오는 여러 정책과 어울렸을 때, 그것은 전혀 다른 형태의 '통치'가 되었을 것이다. 이 정권이 가장 약한 부분이 이 대목이다.

    왜 그렇게 하지 못했을까? 나는 윤 대통령의 '언론 기피증'이 가장 큰 원인이라 생각한다. 만일 그가 미국 대통령들같이 언론을 정기적으로 만났다면 그런 '꿈 활용법'을 생각해 냈을 것이다. 언론 기피증은 한마디로 정치인으로서는 치명적 약점이다. 언론을 피한다는 것은 국민을 피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사실상 '통치'를 피하는 것이다. '행정'만 하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요즘 '이 나라에는 총리가 2명'이라는 비아냥이 오르내리는 것이다.

    통치의 핵심은 '국민의 마음을 다스리는 것'인데, 그것은 언론 활동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그 점에서 가장 약하다. 취임 이후 소위 '언론과의 대화'라는 것을 제대로 한 경우가 없었다. 1~2분 간단히 스쳐 가는 소위 도어스테핑(출근길 문답), 아니면 일방적으로 던지는 연설뿐이었다. 한마디로, '대국민 소통 부재' 그것이 이 정권의 가장 큰 특징이고 약점이다. 인간 사회에서 소통, 즉 대화가 없는 곳에서 정상적인 인간관계가 수립될 수 있나. 인간이란 본래 대화를 통해 서로 이해하고 공감하는 동물 아닌가? 그것이 바로 지지로 연결되는 통로 아닌가?

    윤 대통령에게 한 가지 큰 오해가 있는 것 같다. '일방적 연설'을 소통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 그것은 마치 물건에 대해 좔좔 설명해 주고는 질문도 안 받고 획 떠나 버리는 세일즈맨 같은 것이다. 물건이 팔릴 리가 없다. 국민이 듣고 싶어 하는 것은 절대 거창한 단어와 미사여구로 가득 찬 연설이 아니다. 대국민 소통의 백미는 질의응답이다. 그를 통해 한 인간으로서 대통령이라는 존재를 있는 그대로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진솔하게 표현되는 그의 고뇌, 아픔, 꿈, 희망 등을 듣고 이를 이해하고 싶어 하는 것이다. 그런 것은 거창한 연설에서는 절대 생길 수 없다.

    그 바쁜 미국 대통령들이 만사를 제치고 2주에 한 번씩 꼬박꼬박 그 귀찮은 기자회견을 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그를 통해 자신도 하나의 '인간'임을 보여 주고자 하기 때문이다. '꿈과 아픔과 고뇌와 보람'을 가진 한 인간으로서 자신 말이다. 그런 것이 낳는 이해와 공감이 '지지'의 원천이 된다.

    윤 대통령의 가장 큰 약점 중 하나가 대야당 공격에 약하다는 점이다. 도대체 야당에 한 방 먹일 수 있는 기회가 사실상 전혀 없다. 야당을 구태여 의도적으로 심하게 공격할 필요도 없다. 기자의 질문에 대한 답으로 한마디 슬쩍 핵심을 던져 버림으로써 야당을 납작하게 만들 길은 얼마든지 있다. 특히 미국 대통령들이 그런 것을 잘한다.

    오늘날 기자회견을 전혀 하지 않는 국가적 리더는 시진핑, 푸틴, 김정은 등뿐이다. 그들에게는 통치를 위한 노력이 필요 없기 때문이다. 우리 대통령이 그들을 닮아서야 되겠는가?

    개인적으로 내가 정말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은 윤 대통령이 그 누구보다 기자회견을 잘할 수 있는 자질과 역량을 갖춘 분이기 때문이다. 진솔하면서도 분명한 그의 화법, 그가 풍기는 화통한 인간적 매력은 그의 가장 중요한 자산이다. 검찰총장일 때 문재인 대통령과 충돌 후 대구에서 기자들을 상대로 했던 그 담대한 발언들, 그때 국민에게 준 강렬한 인상이 대권으로 인도하는 문을 열지 않았던가? 용산 이전 관련 기자회견도 충분히 인상적이었다. 그에게는 분명히 정치가로서 자질이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

    한마디로, 그가 기자들을 피하는 것은 개인적 또 국가적 비극이다. 그것의 가장 큰 수혜자가 바로 걸핏하면 '정의'를 외면하는 현 야당이고 가장 큰 피해자는 본인이고 또 국민이다.

    참고로, 나는 윤 대통령이 성공하는 대통령이 되기를 심히 바라는 사람 중 하나이다. 그것이 현재로서는 진보 정권에 의해 망가진 이 나라의 '정의 시스템'을 복원하는 유일한 길이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행정가'를 넘어 '정치가'가 되어야 한다.
    기고자 : 전성철 변호사·IGS글로벌스탠다드연구원 회장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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