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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2030] 문방구와 팩스를 찾아서

    이정구 산업부 기자

    발행일 : 2023.11.10 / 여론/독자 A30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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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70대로 보이는 부부와 함께 탔다. 여성이 "오늘은 본드 사 와서 꼭 고쳐야 한다"며 "본드는 어디서 팔지?"라고 물었다. 남성은 "문방구에서 팔 텐데… 요새 문방구가 어디 있지?"라고 되물었다. 엘리베이터 탈 때 목례만 하고 인사말을 건네지 않은 게 민망해서 고민하다가 내리기 전 "지하철역에 다이소가 있고, 다이소에 접착제 여러 종류를 팔고 있다"고 했다. 사실 쿠팡 새벽 배송이 먼저 떠올랐지만, 다이소를 권했다.

    며칠 뒤에는 병원을 갔다가 팩스 때문에 난처해하는 중년 남성을 봤다. 그는 '병원에서 바로 팩스를 보내줄 수 없다'는 직원 설명에 서류 뭉치를 들고 당황하다가 '주민센터나 문방구 팩스를 찾아봐야 한다'는 말에 발길을 돌렸다. 같은 병원에서 서류를 받아 그 자리에서 스마트폰 '모바일 팩스' 앱으로 보험사에 서류를 보냈다. 스마트폰 기본 카메라의 '스캔' 기능으로 서류를 찍고, 앱에서 팩스 번호를 입력하고 보내면 끝이다. 멀티미디어메시지(MMS)로 취급돼 1장당 100~200원 요금이지만, 기본 요금제에 포함돼 사실 무료다.

    이렇게 편한 방법이 있지만 누군가는 '문방구 사라지는 시대'에 어디서 접착제를 사고, 어디서 팩스를 보낼 수 있었을까 싶었다. 주민센터나 우체국에 가면 팩스를 보낼 수 있다지만 이 정보를 아는 사람은 또 많지 않다. 팩스 1장 보내기 위해서 이곳저곳 얼마나 많은 헛걸음을 하고 난처함을 겪었을지 모른다. 누군가 '디지털 네이티브'로 태어나 성장할 때, 누군가는 '디지털 문맹'을 겪는다

    '2030 세대의 시선을 쓰는 이 코너에 왜 자꾸 혼자 '카페 6070'을 쓰고 있느냐'는 핀잔 아닌 핀잔을 들은 적 있다. '92세 총무과장의 조언' '임영웅 콘서트 예매' 같은 소재를 주로 썼기 때문이다. 1980년대 생이지만 사실 'MZ세대' 분류도 동의하기 어렵고, 그다음 '잘파(ZALPHA) 세대'까지 나왔다는데 그쪽엔 와 닿지 않아 관심이 없었던 영향일 수도 있다. 나이가 어떻든 '2023년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인데 서로 구분을 짓는 데만 혈안이 된 듯싶다.

    구분 짓고, MZ인지 잘파인지에만 신경을 쓰다 보면 자신을 '낀 세대'로만 여기게 된다. 낀 세대를 검색해보면 베이비 붐 세대, 586 세대 모두 낀 세대라고 한다. 하다 못해 '낀낀 세대'까지 있다. 다른 세대와 꼭 어울려야 한다는 법은 없지만 무언가 사이에 '끼었다'라고 생각한다면 무의식중에 양 옆을 공격적으로 대하지 않을까. "저 세대는 이래서 안 돼, 저래서 안 돼" 치고받고 연속이다.

    가교(架橋) 세대 같은 거창한 역할을 바라는 건 아니다. 100% 이해할 순 없더라도 누구든 다른 세대를 향해 관심은 가질 수 있다. 스마트폰 지도 길 찾기를 못하는 행인에게 잠시 길 안내를 하거나, 9호선 일반·급행열차 정차역 차이를 잘 모르는 사람에게 설명하는 건 잠깐 시선만 돌리면 할 수 있었다. 며칠 전엔 지하철에서 자리를 양보받은 20대가 중년 남성에게 '가방 들어 드릴까요'라고 묻는 모습을 봤다. 초등학생 때 탔던 버스에선 모르는 사람이라도 앉은 사람이 짐을 대신 받아주는 모습이 익숙했다. 이런 작은 관심이 이어질 수 있다는 바람이 지나친 기대가 아니었으면 한다.
    기고자 : 이정구 산업부 기자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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