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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우물 파라던 은사님… 덕분에 확실한 '짬뽕' 됐습니다"

    허윤희 기자

    발행일 : 2023.11.10 / 사람 A20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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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35회 이중섭미술상 시상식

    "맺고 끊는 게 분명하며 냉철한 판단력의 소유자인 작가가 거절 못 하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산에 올라가는 일, 또 하나는 술자리입니다."

    축사를 맡은 오원배 동국대 명예교수의 말에 객석에서 폭소가 터졌다. 작가와는 아래윗집 사는 이웃사촌간이라는 그는 "윤동천 작가는 전문 산악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우리나라뿐 아니라 해외 유명 산까지 원정을 많이 다녀왔다"며 "앞으로도 오랫동안 산악도 열심히, 술자리도 열심히 다닐 수 있게 건강하셔야 한다"고 덕담을 건넸다.

    9일 오후 서울 광화문 아트조선 스페이스에서 제35회 '이중섭 미술상' 시상식 겸 수상기념전 개막식이 열렸다. 올해 수상자 윤동천씨는 일상에서 소재를 찾아 예술의 경계를 허무는 풍자적 작업을 해왔다. 모더니즘 형식 회화부터 판화, 설치 미술, 조각, 사진, 팝아트 성격의 개념미술까지 장르를 넘나들며 자신만의 독특한 궤적을 그려왔다.

    이번 수상기념전 '이면(裏面)'에서도 쓴웃음 짓게 하는 풍자와 해학이 느껴진다. 회화와 설치, 디지털 프린트 등 신작 21점을 통해 지금, 여기, 우리가 마주한 정치·사회 현실을 날카롭게 비틀어 예술로 펼쳤다. 정영목 심사위원장은 "윤동천은 일상의 하찮은 물질에 의미를 부여하는 연금술사와 비슷한 작가"라며 "이 연금술의 기본은 언어와 시각 이미지 간의 놀이로서, 매우 개념적이면서도 이성적인 명쾌함이 은유와 상징으로 은근한 매력을 발산한다"고 평가했다. "미술의 사회적, 교육적, 철학적 기능과 실천이 현재의 우리를 치유하고 변화할 수 있게 만드는 원동력임을 굳게 믿는 작가다. 바로 이 지점에서 그의 작품은 모더니즘의 모토였던 '예술을 위한 예술'의 범주를 벗어나 우리의 일상 자체가 예술이 될 수 있음을 그만의 방식으로 표출해 왔다."

    '풍자 미술의 대가'답게 수상 소감도 위트 넘쳤다. 윤씨는 "먼저 고2 때 강력히 저의 미대 진학을 만류해 전투력에 기름을 붓게 만들어주신 아버님께 고마움을 표한다"며 "그때 사내로서 모든 자존심을 걸었기에 그 이후 작가 이외의 다른 길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고 했다. "한 우물을 파라고 지도해 주신 많은 은사님들께도 고마움을 전합니다. 그 말에 자극을 받고 역형성되어 이것저것 다루는 확실한 짬뽕이 되기 위해 애쓰며 살았습니다. 서울대 미술대학을 다닌 많은 학생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합니다. 그 친구들의 등록금 덕분에 눈치 보지 않고 제가 하고 싶은 작업을 이어올 수 있었습니다."

    30년간 재임한 서울대에서 지난해 정년 퇴임했다. 오원배 교수가 "가르친다는 교수로서의 역할에서, 강박에서 벗어난 윤 선생이 앞으로 활발한 작업과 행보를 보여줄 것이라 기대가 크다"고 응원하자, 참석자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이날 시상식에는 조각가 정현, 서양화가 김종학, 김영순 전 부산시립미술관장, 한국화가 김선두 등 이중섭미술상 운영위원, 김복기 아트앤컬처 대표 등 심사위원, 역대 이중섭미술상 수상 작가 황용엽 권순철 정복수 김호득 정정엽씨, 김종규 박물관협회 명예회장, 박명자 갤러리현대 회장, 신양섭 화가, 최은주 서울시립미술관장, 홍준호 조선일보 발행인, 변용식 방일영문화재단 이사장, 이중섭 화백의 조카손녀 이지연·이지향씨 등 각계 인사 100여 명이 참석했다. 수상 기념전은 21일까지 열린다. (02)724-6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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