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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줄이고 값은 올려… 식품기업 이익 폭증

    김성모 기자

    발행일 : 2023.11.10 / 종합 A2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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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심 200%·빙그레 160% 늘어

    지난달 국제 밀가루 가격은 작년 10월보다 34.1% 떨어졌는데, 같은 기간 밀가루를 원료로 하는 파스타면(17.3%), 빵(5.5%), 시리얼(2.9%) 등의 가격은 거꾸로 올랐다. 식품 기업들이 한번 올린 제품 가격을 원자재 가격이 떨어져도 유지하기 때문이다. 재료비 상승을 이유로 꾸준히 제품 값을 올리는 식품업계의 '그리드플레이션(greed+inflation·기업 탐욕에 따른 물가 상승)'이 먹거리 물가를 올려 서민들의 가계 부담을 키운다는 지적이다.

    ◇식품업계는 호(好)실적 이어가

    올해 주요 식품 기업의 상반기 실적은 줄줄이 '어닝 서프라이즈'였다. 9일 기업들의 올해 상반기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농심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204.5% 증가했다. 반기 기준 사상 최대다. 올 3분기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80.2%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식품업계에선 "해외시장 개척으로 수출이 늘어난 덕분"이라고 하지만, 원자재 가격이 떨어진 덕도 컸다. 농심 제품의 주요 원재료인 수입 소맥과 팜유 가격은 지난해 상반기 톤당 365달러와 1554달러에서 올 상반기 252달러와 914달러로 각각 31%와 41.2% 떨어졌다. 다른 식품업체 실적도 대체로 좋은 편이다. 빙그레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60.3% 늘었고, 해태제과(75.5%), 풀무원(33.2%), 동원F& B(29.7%)도 20% 넘는 영업이익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런 호실적 배경으로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식품업계 가격 인상이 꼽힌다. 빙그레는 "원유 가격이 인상됐다"며 가공유와 아이스크림 가격을 올렸고, 롯데웰푸드도 올해 초부터 빙과류와 과자류 등의 가격을 순차적으로 올렸다. 동원 F&B는 지난 5월 컵커피 가격을 2900원에서 3200원으로 10.3% 올리고, 하반기엔 캔참치·조미김 용량을 10%씩 줄이는 식으로 사실상 제품 값을 올렸다.

    가정은 물론 식당에서도 많이 쓰는 소스류 등의 가격도 큰 폭으로 올렸다. 오뚜기는 드레싱 가격을 작년 상반기 5939원에서 올 상반기 7186원으로 21% 인상했고, 같은 기간 잼 가격도 3760원에서 4561원으로 21.3% 올렸다. 이런 가격 인상 때문에 식품업계의 3분기 실적도 탄탄할 전망이다. 3분기 실적을 이미 발표한 동원F&B는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7% 오르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원재료 값 떨어지면 가격 낮춰야"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등 소비자 단체들은 "고물가 시기가 길어지는 상황에서 소비자가 제품 가격 인상 부담을 나누어 지는 만큼 업계에서도 원재료 가격이 하락하면 제품 가격 인하를 약속하는 상생 문화가 자리 잡으면 좋겠다"는 입장이다.

    주요 식품 원료의 국제 가격을 보면 옥수수는 지난해 11월 부셸(약 27.2㎏)당 6.69달러에서 올해 11월 4.75달러로, 밀가루 가격도 8.19달러에서 5.69달러로 낮아졌다. 팜유와 대두유 가격도 내렸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소 경제연구실장은 "원자재 가격 하락에도 값을 올리는 것은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경영 전략이겠지만, 고물가에 아픔을 겪는 국민은 공감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확산 흐름에도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래픽] 기업들의 그리드 플레이션이 올린 물가
    기고자 : 김성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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