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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서 '反 PC 운동'(정치적 올바름) 탈북민… "생각 강요하는 미국, 北과 다를 게 없다"

    뉴욕=윤주헌 특파원

    발행일 : 2023.11.09 / 사람 A25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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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부터 美 정착 박연미씨

    "북한 총알에 죽을지 중국 총알에 죽을지 또는 미국 좌파 총알에 죽을지 모르겠지만 제가 정말 힘들게 갖게 된 자유고, 너무 소중하잖아요. 이러다 죽으면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최근 뉴욕 맨해튼에서 만난 탈북민 출신 박연미(29)씨는 한국을 거쳐 미국에 정착해 살고 있다. 한때는 인권운동가로 이름을 날렸던 그는 얼마 전부터 미국의 과도한 PC (political correctness·정치적 올바름)주의를 거침없이 공격하는 '반(反)PC 활동가'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민주당 등 미 진보 진영과 학계를 중심으로 퍼져나간 PC주의는 소수의 권리를 존중한다고 하지만, 이에 반대하는 목소리는 틀어막아 버림으로써 폭력적인 전체주의를 닮아가고 있다는 것이 박씨의 주장이다. 진보 언론인 뉴욕타임스(NYT)·워싱턴포스트(WP) 등은 그의 '변신'을 비판적으로 보도하는 한편, 과거 그가 한 말의 신빙성이 의심된다는 지적을 최근 내놓기도 했다. 논란의 중심에 있는 박씨는 2시간 넘게 이어진 인터뷰 내내 거침없이 명료하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했다.

    ―미국의 PC주의 문제를 왜 자꾸 지적하나.

    "컬럼비아대에 2016년 편입을 했다. 당시 가장 많이 주입당한 얘기가 '감정(feeling)이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말하자면 생물학적인 남성인데 자신이 여성이라고 느끼면(feel) 그 사람은 여성이므로 나도 이를 받아들이고 그 감정을 상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식의 얘기였다. 누가 봐도 남성인데 자기가 여성이라고 느낀다고 하면 여성 화장실·탈의실 가도 된다니 납득이 되지 않았다. 과학적 진실보다 감정이 중요하다는 얘기 아닌가. PC가 이렇게 말이 안 된다."

    ―진보 기류가 강한 대학 내에서 PC주의를 지적하면 공격당하지 않나.

    "당혹스러운 경험을 적잖이 했다. 한 교수님이 어느 날 '남성이 여성들에게 문을 열어주는 이유는 강압으로 여성을 사로잡기 위해서'라고 했다. 어이가 없어서 '나도 자주 문 잡아 주는데 그냥 호의일 뿐이다'라고 반박했다. 그랬더니 '연미, 너는 강압적인 북한에서 와서 잘 몰라서 그런다'라고 하더라. 그냥 생각이 다른 것이지, 북한이랑 무슨 상관인가. 또 PC의 위험에 대해 말하면 '너 지금 헤이트 스피치(증오 발언)'라고 지적하는 사람도 많다. 물고기가 물에만 있으면 물이 귀한 줄 모른다. 나는 자유가 없는 나라에서 왔기 때문에 언어의 자유가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안다. 사상을 강요하는, 북한이 떠올랐다."

    ―어떤 측면이 북한과 닮았나.

    "많은 미국 학교에선 요즘 어린이들한테 '남자도 여자가 될 수 있고, 여자도 남자가 될 수 있다'고 가르친다. 그리고 이의를 제기하면 '증오 발언'이라고 공격한다. 스스로 느끼는 감정이 중요하므로 '나는 고양이다'라고 믿는다면 사람이 고양이인 것이고, 80대가 '나는 두 살'이라고 하면 아이가 될 수 있다고 가르치는 식이다. 과학과 거리가 먼 사상을 강요하고 주입하는, 북한에서 경험한 세뇌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박씨는 2020년 발생한 이른바 '조지 플로이드' 사건 이후 미국의 '워크(woke·깨어 있다는 뜻으로 과도한 PC주의를 뜻함)' 운동이 도를 넘는 수준으로 치달았다고 했다. 흑인인 플로이드가 경찰 체포 과정에서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목숨을 잃은 후 미국에선 흑인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흑인 목숨은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BLM)' 시위가 전국적으로 번졌다. 박씨는 "당시에도 북한을 연상했다"고 했다.

    ―BLM은 인종차별 반대 시위인데 북한을 떠올린 이유는.

    "시위가 한창 격해졌을 때 시카고에서 아들과 길을 걷다가 흑인 여성에게 강도를 당했다. 나는 강도 모습을 휴대폰으로 촬영했는데 옆에 있던 다른 사람이 나에게 다짜고짜 '인종주의자'라고 하더라. 당시 도시가 완전 전쟁터였다. 편의점이 다 깨져서 우유도 사올 수가 없었고, 쇼핑몰은 시위대가 쳐들어와 물건을 다 가지고 나갔다. 유리 조각이 거리에 날아다니는 전장(戰場) 같은 상황이었는데 주류 언론에선 이런 문제를 거의 보도하지 않으면서 평화 시위만 부각했다. 사람들이 굶어 죽고 여성들이 중국에서 인신매매를 당해도 '우리나라가 제일 좋다'고만 선전하는 북한과 비슷하구나 싶었다."

    ―시위가 그렇게 과격했나.

    "흑인 문제는 미국에서 너무 정치화가 돼버렸다. 폭동이 일어나면 잡아야 하는데, 시카고 시장이 나와서 진압하지 말라고 했다. 그러니 경찰이 손을 못 댔다. (흑인 인권을 존중하라는) '워크' 앞에서 법도 질서도 없었다. 미국은 법의 국가 아니었나. (진보당인) 민주당은 계속 식민지 시대 노예 제도 얘기를 하면서 '너희(흑인)는 피해자다'라고 강조한다. 오늘 살아 있는 사람 중에 노예였던 사람이 누가 있나. 그런데도 흑인에게 계속 피해 의식을 심어주고 보상을 받아야 한다는 식으로 몰고 간다. 한국 정치권이 위안부 문제를 계속 이용하는 것과 똑같아 보였다."

    WP는 올해 7월 박연미씨가 처음엔 국내 방송에서 부유하게 자랐다고 하더니 나중에는 '생존을 위해 풀과 잠자리를 먹었다'고 주장하는 등 여러 진술이 바뀌었다고 보도했다.

    ―이런 지적은 어떻게 생각하나.

    "전부 설명을 해왔고 앞으로도 설명할 수 있다. 나의 언어적·문화적 미숙함이 오해를 일으켰다. 예컨대 영어를 못했을 때 나는 미나리 같은 것을 생각하고 '풀'이라는 단어를 검색했는데 'grass(잔디)'가 나와 그걸 먹었다고 했다.(더 정확한 단어는 'vegetable'〈야채〉이었을 것이다.) 다만 NYT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김정은을 만난 후 내가 트럼프를 비판했을 때는 나를 좋아했다. 그런데 내가 PC를 비판하고 나서자 변하더라. WP는 내가 책에서 제프 베이조스(WP 소유자)를 비판하니 내 발언의 신빙성을 의심하는 기사를 썼다. 내가 쓴 책만 읽어봐도 그렇게 기사를 쓰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을 떠나 미국에서 생활하는 이유는. 위의 여러 문제들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나은가.

    "한국에서 탈북자는 편견 때문에 살기 힘든 부분이 없지 않다. 택시를 타면 억양이 다르니 어디서 왔냐고 자주 물어보는데 북한에서 왔다고 하면 한국은 어떤 나라라고 '강의'를 하는 경우가 많다. 너무 귀찮아서 그냥 '저 미국 교포예요'라고 하면 엄청 태도가 호의적으로 달라지기도 하더라. 다른 탈북자들도 그랬다고 한다. 미국은 그런 식의 차별은 없으니까, 탈북자로선 정착이 오히려 쉽다."

    미국인 사이에서도 지나친 PC주의에 대한 반발이 공화당 등 보수 진영을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연설에서 지속적으로 PC주의를 비판하면서 보수층의 결집을 유도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박씨는 "미국에는 '침묵하는 다수'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기업 등 곳곳에 있는 소수의 엘리트들이 과도한 PC주의를 이끌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했다.

    ―탈북 초기와 달리 미국에서 너무 화려하게 변했다는 지적도 있는데.

    "나는 아름다운 것을 좋아한다. 여자니까, 원래 그랬다. 전에는 가난해서 꾸미지 못했을 뿐이다. 요즘은 부자를 증오하는 세계가 됐지만 나는 부자가 없는 나라에서 살고 싶지 않다. 일론 머스크처럼 테슬라도 만들고 우주선도 만들어서 부자가 되면 인류에게도 너무 좋은 일 아닌가. 내가 만약 책을 써서 누군가의 인생에 좋은 영향을 끼쳤다면, 그렇게 돈 버는 게 왜 나쁜가. 나는 자본주의를 너무 좋아한다. 북한에서 '부'는 나쁜 거고 똑같이 평등하게 살라고 하는데 그게 얼마나 악한 것인지 뼈저리게 느낀다. 누구나 성공할 수 있는 사회가 좋다."

    ☞박연미

    1993년 북한 양강도 혜산시에서 태어나 2007년 탈북했다. 동국대 경찰행정학과에 다녔다. 2014년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열린 '세계 젊은 지도자 회의'에서 북한 내 인권 유린의 실상을 다룬 연설로 주목받은 뒤 미국으로 갔고, 2016년 미 동부 명문 컬럼비아대에 편입했다. 2015년 '내가 본 것을 당신이 알게 됐으면', 올해 2월 '시간이 남아 있을 때' 등 책 두 권을 썼다.
    기고자 : 뉴욕=윤주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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