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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친절한 스토리, 힘 빠지는 액션… '마포자'(마블 포기자) 속출하겠네

    백수진 기자

    발행일 : 2023.11.09 / 문화 A18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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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일 개봉한 영화 '더 마블스'

    '점프 포인트는 뭐야? 퀀텀 밴드는 또 뭐야?'

    마블 스튜디오의 신작 '더 마블스'(8일 개봉)를 보는 내내 물음표가 떠오를 것이다. '더 마블스'는 마블 최초 여성 단독 주연으로 인기를 끌었던 '캡틴 마블'(2019)의 후속작. 하지만 영화를 온전히 즐기려면 전편뿐만 아니라 디즈니+의 마블 드라마 '완다 비전' '미즈 마블' '시크릿 인베이젼'까지 예습하고 가야 이해할 수 있다. 만리장성 수준으로 높아진 진입 장벽에 마블 팬들마저 등을 돌리고 있다.

    미국 매체들은 '더 마블스'가 마블 역사상 최악의 성적을 기록할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을 내놨다. 영화 산업 전문지 '박스오피스 프로'는 개봉 첫 주말 북미 티켓 수입을 5000만~7500만달러(약 650억~980억원)로 예상했다. 역대 최저 오프닝 성적을 기록한 '앤트맨'(5700만달러), '이터널스'(7120만달러)와 비슷한 수치다. 한국에선 배우 박서준의 마블 합류로 화제가 되면서 예매율 1위(37.5%)에 올랐으나 예매량은 10만장으로, 150만장을 거뜬히 돌파했던 전성기에 비하면 초라한 수준이다.

    '더 마블스'는 여성 히어로 세 명이 주인공이다. 캡틴 마블이 초능력을 쓸 때마다 또 다른 히어로 두 명과 위치가 바뀌면서 혼란에 빠진다. 새로 등장한 모니카 램보와 미즈 마블은 드라마 '완다 비전'과 '미즈 마블'에 나온 캐릭터로 시리즈를 봐야 이들의 감정선을 이해할 수 있다.

    모두가 예습해 온 걸 전제하고 속사포로 진도를 나가는 선생님처럼 불친절하다. 생소한 캐릭터에게 몰입할 시간도 없이 계속해서 서로 위치가 바뀌는 통에 초반부는 줄거리를 파악하기에 바쁘다. 정신 산만한 연출에 비해 액션의 파괴력은 다소 약해졌다. '마포자(마블 포기자)'가 나와도 할 말 없다.

    마블만의 문제는 아니다. 공산품처럼 찍어낸 히어로물이 쏟아지면서 관객의 피로가 커졌다. DC 코믹스의 기대작이었던 히어로 영화 '플래시'도 올여름 개봉해 쓴맛을 봤다. '더 마블스' 역시 다른 히어로물과 차별점이 보이지 않는다. 줄거리를 대충 파악하고 나면 화려한 특수 효과, 웅장한 전투 장면, 익숙한 흐름이 이어진다.

    마블에 대한 기대를 낮추고 본다면 오락 영화로 나쁘진 않다. 곳곳에 기발한 아이디어와 유머도 돋보인다. 배우 박서준은 캡틴 마블과 정략결혼한 외계 행성의 왕자로 출연한다. 이 행성에선 오로지 춤과 노래로만 소통한다는 '병맛' 설정. 박서준은 구불거리는 긴 머리에 우스꽝스러운 분장으로 나타나 춤추고 노래하며 '개그 캐릭터'로서 제 몫을 다한다. 5분 남짓한 짧은 분량은 아쉽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데 성공했다. 니아 다코스타 감독은 전날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를 본 친구의 추천으로 박서준을 캐스팅하게 됐다. 어린 시절부터 '내 이름은 김삼순' 등 한국 드라마를 즐겨 봤다"고 했다.

    이야기가 지루해질 때쯤 등장해 시선을 사로잡는 고양이들도 이 영화의 매력이다. 겉모습은 귀여운 고양이지만 실은 무시무시한 외계 생명체다. 입을 벌리면 문어 다리 같은 촉수가 튀어나와 모든 걸 집어삼키며 활약한다.

    문제는 고양이보다 정이 안 가는 주인공들이다. 현재 마블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블랙 위도우 등 인기 캐릭터의 하차 이후 매력적인 히어로가 없다는 것이다. 후발 주자로 기대를 받았던 캡틴 마블 역의 브리 라슨은 수차례 경솔한 언행으로 팬들에게 미운털이 박혔다. "캡틴 마블은 거대한 페미니즘 영화"라고 선언했다가 악성 댓글에 시달리기도 했다.

    인재 영입이 시급한 마블을 둘러싸고 아이언맨 복귀설, 엑스맨 합류설 등 소문이 돌고 있다. '더 마블스'의 쿠키 영상(엔딩 크레디트 사이에 나오는 짧은 영상)엔 엑스맨과의 결합을 예고하듯 특별한 캐릭터가 깜짝 출연한다. 옛 히어로를 불러모은다고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진 의문이다. 엑스맨 시리즈를 연출했던 매슈 본 감독은 최근 인터뷰에서 마블 수장 케빈 파이기에게 "작품을 줄이고 더 좋은 영화를 만드는 데 집중하길 바란다"고 뼈 있는 조언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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