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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은 선생님] [동물 이야기] 쿠바청개구리

    정지섭 기자

    발행일 : 2023.11.08 / 특집 A31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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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몸길이 16㎝ 황소개구리급… 미국 건너가 토착 생태계 망치기도

    얼마 전 미국 플로리다주 한 지역 신문에 쿠바청개구리 퇴치 방법에 대한 이야기가 실렸어요. 잡은 개구리의 배 부분에 마취 성분이 있는 연고를 발라 기절시키고, 냉동시켜 고통 없이 살처분한다는 내용이었죠. 다소 황당하고 엉뚱해 보이지만, 실제 플로리다 주민들은 폭발적으로 번식하는 이 개구리를 없애려고 온갖 묘안을 짜내고 있다고 합니다.

    이름이 말해주듯 쿠바청개구리의 원산지는 쿠바·바하마·케이맨제도 등 카리브해 섬나라입니다. 청개구리라고 하니 우리나라 청개구리처럼 자그마할 것 같지만, 다 자랐을 때 몸길이가 최장 16㎝에 달합니다. 우리나라 토종 양서류 중 가장 덩치가 큰 두꺼비보다 크고, 외래종 황소개구리와 맞먹는 거대한 몸집을 가졌답니다. 청개구리의 영어 이름은 '트리 프로그(tree frog·나무 개구리)'예요. 여느 개구리처럼 물이 고여 있거나 흐르는 곳에 살지 않고, 나무 위에 주로 서식해 이런 이름이 붙었어요.

    청개구리 무리는 나무에 달라붙어 이동할 수 있게 발가락에 둥근 빨판이 발달했어요. 쿠바청개구리도 이런 빨판을 갖고 있죠. 몸 색깔이 대체로 옅은 갈색이나 회색이고, 등에 우툴두툴하고 자잘한 혹이 돋아 있어 두꺼비와 비슷해요. 짝짓기 철에 수컷이 암컷을 찾거나 자기 존재를 과시할 때 내는 울음소리는 여느 청개구리보다 다소 거친 편입니다.

    보통 개구리는 종류에 따라 선호하는 번식 장소가 제각각이지만, 쿠바청개구리는 그런 것을 거의 따지지 않아요. 포식자 물고기가 없는 곳이라면 물이 고여 있는 어디든 알을 쑥쑥 낳아요. 암컷은 한 해 수천 개씩 알을 낳죠. 습지나 연못은 물론 배수로나 수영장, 심지어는 빗물이 고인 아이스박스나 양동이에도 알을 낳아요. 이런 곳에서 부화한 올챙이도 쑥쑥 잘 자란대요.

    이렇게 생존력이 강한 쿠바청개구리는 미국으로 건너가 토착 생태계를 망가뜨리는 골칫덩이가 됐어요. 1950년대 카리브해 지역 물품을 미국으로 수출할 때 우연히 나무 상자에 딸려 와 퍼져 나간 것으로 추측되죠. 특히 상대적으로 덩치가 작은 미국 토종 개구리는 쿠바청개구리의 먹잇감이 되면서 숫자가 빠르게 줄었어요. 심지어 쿠바청개구리 올챙이가 다른 개구리 올챙이를 잡아먹기도 한대요. 황소개구리가 토종 개구리 씨를 말려버릴 것이라며 걱정하던 과거 우리나라 상황과 비슷하죠.

    쿠바청개구리가 나쁜 병을 옮기고 있을지 모른다는 우려도 있어요. 최근 플로리다 지역 양서류에게서 질병과 기생충이 잇따라 발견되는데, 과학자들은 외래종인 쿠바청개구리가 매개체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답니다.

    쿠바청개구리의 뛰어난 적응력은 사람까지 두려워하게 하고 있어요. 집에도 곧잘 들어가거든요. 열린 문틈이나 창문으로 뛰어들어갈 뿐 아니라, 화장실이나 욕실과 연결된 배관을 통해서도 침입한대요. 그래서 무심코 변기 뚜껑을 열었다가 새파란 눈동자를 가진 쿠바청개구리와 마주치기도 해요. 또 개구리가 변압기 등을 건드리는 바람에 전기 합선 사고도 있었대요. 그래서 주 정부는 쿠바청개구리가 알을 낳을 수 없게 집 주변을 깨끗이 정비하도록 독려하고 있습니다.
    기고자 : 정지섭 기자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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