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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개인투자자) 비중 64% 세계 최고… 주가 떨어지면 "공매도 탓"

    김은정 기자 김지섭 기자

    발행일 : 2023.11.08 / 종합 A10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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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매도가 '공공의 적' 된 까닭은

    유례없는 공매도 '기습 전면 금지'로 6일 폭등했던 주가지수가 하루 만인 7일 도로 주저앉자 국내 개인 투자자들은 큰 혼란에 빠졌다. 주가 하락의 원흉으로 지목했던 공매도만 막으면 내 주식이 꽃길만 걸을 줄 알았는데, 약발이 하루 만에 소진돼 버린 모양새여서 크게 실망한 것이다.

    공매도는 400여 년 전 네덜란드 동인도회사 주주 아이작 르 마이어가 처음 고안했을 때부터 개인 투자자들에겐 '공공의 적'으로 지목돼 왔다. 천재 과학자 아이작 뉴턴조차 1720년 '남해주식회사(The South Sea Company)'라는 기업에 투자했다가 공매도 세력에 당해 전 재산을 날린 것은 유명한 일화다.

    코로나 팬데믹 초기였던 2020년 많은 국가가 공매도를 금지했다가 해제했다. 그런데 한국만은 최근까지도 소형 종목에 대해 금지를 이어왔다. 최근에는 급기야 금융 위기 상황이 아닌데도 공매도 전면 금지가 단행됐다.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 거래액의 64%를 개미들이 차지할 정도로 개인 비중이 세계 최고 수준인 한국 증시만의 독특한 특수성이 이례적 결과를 불러왔다고 보고 있다.

    ◇공매도, 한국서'악마화'된 이유는

    개인 투자자 사이에서 공매도가 크게 이슈화된 것은 10년 전인 2013년 '셀트리온 사태' 때부터다. 당시 코스닥 시가총액 1위이던 셀트리온 주가가 이틀 새 27% 급락하자, 서정진 회장이 "공매도 때문에 못살겠다. 회사를 외국 기업에 팔겠다"고 선언했다. 당시 해외 기관들이 이 회사의 임상 실패설, 분식 회계 의혹 등을 제기하면서 뒤로는 공매도로 큰 수익을 얻었다는 의혹이 일었다. 분노한 '셀트 개미'들이 세를 규합해 공매도 반대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올 들어서는 에코프로 등 이차전지 종목들에서 개인과 공매도 투자자 간의 대결이 벌어졌다.

    우리나라 증시 하루 거래 대금에서 공매도 거래가 차지하는 비율은 많아야 5% 수준으로, 40%대에 달하는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 자본시장보다 훨씬 낮다. 공매도 거래가 외국보다 활발하지 않은데도 개인들이 공매도를 표적으로 삼는 것은 국내 증시에서 개미들이 차지하는 '파워'가 날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최근 5년 새 증시 개인 투자자는 502만명에서 1424만명으로 3배 가까이로 급증했다. 코로나 이전만 해도 개인은 500만~600만명 수준이었는데 코로나 팬데믹과 함께 폭증해 지난해 1400만명을 돌파했다.

    개인 투자자가 많아진다는 건 시장의 성격 자체가 바뀐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시장의 쏠림이 심해져 거품이 끼는 등 가격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자본시장연구원이 개인 투자자가 폭증했던 2020년 3~10월 사이 20만 개인의 투자 패턴과 수익률을 분석한 결과, 개인들에게선 기관과 달리 '과잉 확신(실제보다 과장해 확신하는 경향)' '복권형 주식 선호' 같은 비합리적 투자 행태가 짙게 나타났다. 익명을 요구한 증시 전문가는 "주가가 오를 것으로 잔뜩 기대하는 개인 투자자들과 주가 상승에 찬물을 끼얹는 공매도는 태생적으로 궁합이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개인들의 공매도 참여는 신중해야

    일부 개인 투자자들은 공매도 투자가 외국인·기관에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며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개인들이 공매도 목적으로 주식을 빌릴 때 외국인·기관에 비해 높은 담보를 요구받고, 갚아야 하는 기간도 짧다는 것이다. 금융 당국은 공매도 금지 기간에 개인에게 불리한 제도를 개선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제도가 손질돼도 개인들이 공매도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공매도는 원래 자본력과 전문성을 갖춘 기관 투자자들의 영역이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금융선진국에서도 개인들의 공매도 투자는 권장하지 않는다. 주식 투자는 주가가 떨어져도 하락폭만큼만 손해를 보지만, 공매도는 최악의 경우 원금 이상의 손실을 볼 수 있는 고위험 투자이기 때문이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주가 하락에 베팅하려면 기업에 대한 고도의 분석 능력이 필요하지만, 개인은 기관보다 그런 능력이 부족하다"며 "설령 개인들에게 기관처럼 똑같이 공매도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한다 해도 헤지(위험 회피) 목적의 공매도가 대부분인 기관들처럼 안정적 수익을 올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 한·미·일 주식시장 개인 투자자 비율 / 국내 개인 투자자 수 추이

    [그래픽] 코스피시장 공매도 거래 대금 비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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