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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朝鮮칼럼] 구멍 뚫린 선거 관리, 해법은 무엇인가?

    송재윤 캐나다 맥매스터대 교수·역사학

    발행일 : 2023.11.04 / 여론/독자 A26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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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주의가 과연 권위주의보다 우월한가? 그렇다면 왜 그러한가? 쉬운 질문 같지만, 정치학의 최대 난제다. 경제개발, 국토방위, 치안 유지 등에서 일사불란한 독재 정권이 좌충우돌하는 민주 정권보다 큰 효율성을 발휘하는 사례가 허다하다. 그럼에도 지난 두 세기 인류사에서 민주주의는 지속적 확산세를 보여왔다. 2022년 현재 민주주의 국가는 전 세계에서 50%가 넘는다. 33%는 독재국가라도 선거제를 채택하고 있다. 북한이나 중국 같은 '폐쇄적 일인 지배(closed autocracy)'는 16% 정도에 불과하다.

    80% 이상 국가가 선거제를 채택하는 것은 선거가 권력의 정당성을 보장하는 가장 투명하고 효과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 점에서 공명선거는 민주주의의 생명선이다. 선거 관리가 조금이라도 부실하면, 선거의 무결성(integrity)이 훼손된다. 유권자는 그런 선거 결과에 승복할 수 없다. 2022년 11월 독일 헌법재판소는 선거 당국의 '총체적 부실 운영'을 이유로 베를린 지방선거에 전면 무효를 선고했다. 민주주의 원칙에 따른 합리적 결정이었다.

    대한민국의 선거 관리는 어떠한가? 지난 10월 10일 선거관리위원회, 국가정보원, 한국인터넷진흥원의 합동 보안 점검 결과에 따르면, 국제 해킹 조직이 통상적 방법만으로 투·개표를 조작할 수 있고, 사전 투표소 통신 장비에 USB만 꽂아도 선관위의 통신망을 교란할 수 있다. "내부 조력자가 없으면 불가능하다"는 선관위 해명은 무책임하고 몰상식하다. 민주주의의 존폐가 달린 중대사인데, 국민에게 선관위 직원들의 양심을 무조건 믿으라 강요하는가?

    지난 정권은 대선 캠프 특보를 선관위 상임위원으로 앉히고, 다음 대선 직전에 연임시키려 해 선관위의 중립성을 파괴했다. 설상가상 고용 세습 등의 부패 관행이 드러나면서 선관위는 스스로 썩은 조직이란 오명을 썼다. 재검표 현장에서 접힌 자국 없는 빳빳한 투표지가 무더기로 나왔을 때, 선관위는 "형상 복원 투표용지를 썼다"고 해명했다. 세상에 그런 종이도 있는가? 있다 한들 왜 하필 일부 투표지에만 그런 종이를 써서 자연스러운 투표 흔적을 없애려 했는가? 선관위의 공적 신뢰는 벌써 무너졌다. 지난 10월 20일 한국리서치 여론조사에 따르면, 과거 선거에서 외부 세력의 투·개표 조작이 있었다고 생각하는 응답자가 38.2%에 달한다.

    지금은 디지털 전체주의가 세계 민주주의를 공격하는 위급한 상황이다. 최근 캐나다 정부는 2019년과 2021년 연방 선거에 중국이 다방면 개입한 혐의를 잡고 조사 중이다. 호주와 미국에서도 중국과 러시아의 선거 개입이 계속 논란이 된다. 자유 진영의 최전선으로 중국과 북한에 인접한 대한민국은 더 큰 위험에 상시 노출되어 있다.

    선관위 전산망의 취약성이 낱낱이 만천하에 드러났음에도 정부와 국회는 아무 대책이 없다. 다섯 달 앞으로 다가온 내년 총선도 부패한 선관위의 허술한 전산망에 맡기려는가? 최근 디지털 전체주의의 만행이 드러나면서 한때 인류를 열광시킨 디지털 민주주의의 환상은 이미 깨졌다. 디지털 선거 관리에 대한 사회적 불신을 해소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독일이나 대만처럼 선거의 전 과정을 투명하게 아날로그 방식으로 되돌리면 된다.

    대만에선 투표가 끝난 투표소가 10분 만에 개표소로 변한다. 투표함을 옮길 필요조차 없다. 시민들이 그 자리에서 손으로 한 장씩 접힌 표를 펼쳐 들고, 기표된 후보의 이름을 외치고, 바를 정(正) 자로 칠판에 결과를 적는다. 최첨단 디지털 강국인 대만의 시민들이 왜 직접 손으로 선거를 관리하는가? 인간의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수개표가 선거 관리의 공적 신뢰를 확보하는 정도이기 때문이다. 디지털 전체주의의 공격에는 아날로그 민주주의가 최고의 방화벽이다.

    한국발 선관위 보안 점검 뉴스는 이미 전 세계에 알려졌다. 전산망에 뚫린 구멍이 다 드러난 마당에 이대로 다음 선거를 치른다면 해킹 위험이 커지는 만큼 공적 불신도 가중될 수밖에 없다. 국회는 서둘러 선거법을 개정하여 대만 모델을 따라 전면 수개표로 돌아가야 한다. 개표 결과를 하루나 이틀 빨리 알려고 전산 장비를 써야만 한다고 생각한다면, 디지털 맹신이며 속도광의 미망이다. 독일·대만처럼 한국도 시민들이 직접 손으로 개표할 때, 선거 결과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되살아날 수 있다. 힘겹게 이룩한 민주주의를 지키자는데, 누군들 설마 그 정도 손품을 못 팔겠는가?
    기고자 : 송재윤 캐나다 맥매스터대 교수·역사학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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