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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한국서 쫓겨났다" 태국인 관광객 분노

    방콕=표태준 특파원 김은중 기자

    발행일 : 2023.11.03 / 종합 A2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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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국 퇴짜' 늘자 태국 총리도 나서

    한류(韓流) 팬으로 한국을 찾는 경우를 포함해 최근 태국인 관광객들이 한국 입국 허가를 받지 못하는 사례가 늘자, 태국의 20·30대들이 분노를 쏟아내고 있다. 2일(현지 시각) 현재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는 태국인들이 한국 입국을 거부당한 경험을 올리거나, 이를 공유하는 내용의 해시태그(#)가 달린 글이 100만 건에 이른다. 태국 네티즌 사이에서는 '한국 불매운동'을 벌이자는 움직임까지 일고 있다.

    현재 태국과 한국은 비자(사증) 면제 협정을 맺고 있어 태국인이 현지에서 온라인으로 전자여행허가(K-ETA)를 신청할 수 있다. 허가를 받으면 한국에 들어올 때 입국신고서 작성이 면제되고, 전용 심사대를 통해 신속하게 입국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태국인의 K-ETA를 받아들이지 않거나, 허가 후에도 출입국 심사에서 입국을 거부하는 경우가 잦아져 태국인들 불만이 커지고 있다.

    예컨대 지난달 태국의 한 인플루언서가 K-ETA를 받아 한국을 방문했는데, 출입국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고 구금됐다가 태국으로 돌려보내졌다. 그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지금껏 열 번 넘게 한국을 여행했는데 이번에는 아무런 설명도 듣지 못하고 구금당한 뒤 추방당했다"고 주장하자, 다른 태국인들도 자신의 경험담을 소셜미디어에 잇따라 올렸다. 한 여성이 "한국을 네 번 방문했고 왕복 항공권에 호텔까지 예약했는데도 입국을 거절당했다"고 밝힌 글은 삽시간에 퍼져나가며 조회수 900만 회를 넘어섰을 정도다.

    한국을 세계에서 가장 좋아하는 나라 중 하나로 꼽아온 태국에서 이번 사태 여파로 반한(反韓) 감정까지 싹트는 모양새다. 태국 젊은 세대는 태극기에 '한국 여행 금지'라는 문구를 적은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공유하며, "한국이 태국을 차별한다면 우리도 한국 관련 소비를 멈춰야 한다" "한국 이제 안녕, 북한으로 남아" 등 글을 올리고 있다. 대학생 낫차 우파마(24)씨는 "한국은 아마도 태국인이 여행하기 가장 어려운 나라일 것"이라며 "일본을 4차례 방문하면서 불편함을 느낀 적이 없는데, 차별받으면서까지 한국 여행을 하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장 팅팅(30)씨는 "지난 6월 K-ETA를 신청했는데 거절당했다"며 "신원이 확실한데도 거절당하니 황당했다"고 말했다.

    현지 매체 네이션은 '사랑에서 증오로, 태국인들이 한국에 등 돌린 이유'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태국인 불법 체류자들이 많아지며 생긴 문제"라면서도 "이미 여행 비용을 낸 합법적인 관광객까지 출입을 거부당하는 사례가 생겨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국 정부가 지난 4월부터 내년 말까지 미국, 일본 등 22국 관광객에 대해 K-ETA 발급을 면제하면서 태국을 제외한 것도 도마 위에 올랐다.

    한국 정부 일각에서는 국내 불법 체류자 중 태국인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점이 전자여행허가와 입국 심사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불법 체류 외국인 41만1270명 가운데 태국인이 14만7481명(35.9%)으로 가장 많고, 베트남인(7만8235명·19%)과 중국인(6만3463명·15.4%)이 뒤를 잇는다.

    그럼에도 태국인들의 분노가 커지자 지난달 31일 세타 타위신 태국 총리는 "태국 국민들의 한국 입국이 거부되는 문제가 지속되는 것에 대해 조사하겠다"며 직접 나섰다. 이에 대해 한국 외교부는 3일 장호진 1차관이 태국을 방문한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이번 논란이 양국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찾겠다는 입장이다.

    [그래픽] 한국 방문객 국적
    기고자 : 방콕=표태준 특파원 김은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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