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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인사이드] 與혁신위장 인요한 화법·스타일

    박국희 기자

    발행일 : 2023.11.02 / 종합 A5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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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난보다 칭찬, 셀프 디스… 미국식 유머 던지는 순천 촌놈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지난달 23일 임명되자 그를 아는 인사들은 "스타일이 뚜렷해 정치권의 화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실제 1일까지 인 위원장을 지켜본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한국과 미국식 화법이 섞인 그동안 보지 못한 새로운 유형"이라는 말이 나온다.

    우선 '핵심 키워드'부터 꺼내는 인 위원장의 화법이 설명을 늘어놓는 기존 정치인에 비해 호소력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 위원장은 31일 방송에서 유승민 전 의원을 비공개로 만났다며 유 전 의원을 '코리안 젠틀맨'이라고 칭했다. 유 전 의원을 통합해야 하는 인 위원장 입장에서 상대를 배려하면서도 정치권의 관심을 이끌어 낸 표현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미 의회에선 정치 성향이 반대되는 동료라도 '마이 프렌드(내 친구)'라고 부르는 관행이 있는데, 이를 인 위원장이 차용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인 위원장은 예민한 주제인 영남 다선들의 험지 출마론 역시 중진 의원들을 기존처럼 '물갈이' 대상으로 비판하는 대신 이들을 '영남 스타'라고 칭찬하며 희생을 요구했다. 당 관계자는 "국민의힘에서 '전라도 대통령'을 만들겠다며 핵심 단어부터 말하는 인 위원장 화법이 귀에 쏙쏙 들어오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미국식 유머 코드도 차별화된 스타일이다. 인 위원장은 지난 27일 이명박 전 대통령을 예방해 이 전 대통령이 "한국말을 잘한다"고 하자 "한국에서 태어났으니 당연히 한국말을 잘하지 않겠느냐"고 받아쳐 좌중을 웃겼다. 미국 정치인들은 공식 석상에서도 '셀프 디스(자조)' 등 유머를 통해 분위기를 푸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평소 인 위원장은 지역감정에 대해 "순천 출신 내 친형은 어떻게 부산 출신 형수와 결혼했겠느냐"며 가족도 농담 소재로 삼는다고 한다. 인 위원장을 20년간 알고 지낸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인 위원장은 꾸준하게 농담을 한다"며 "정치 언어가 발달한 미국식 스타일"이라고 했다. 김병민 최고위원은 인 위원장이 농담으로 완급을 조절한다며 "정치 고단수"라고 했다.

    그러나 인 위원장의 '농담 코드'가 말꼬리 잡는 한국식 정치 문화에서 설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 인 위원장은 "낙동강 하류 세력은 뒷전에 서야 한다"는 인터뷰 발언이 영남 의원들 반발에 부닥치자 '농담'이라고 물러섰지만 "발언이 가볍다"는 비판이 나왔다.

    가급적 상대방을 비난하지 않는 화법도 국내 정치권에서는 볼 수 없던 스타일이다. 인 위원장은 지금까지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대표에 대한 비판을 한 적이 거의 없다. 혁신위 1호 제안인 '통합 대사면'에 대해 공개 비판을 계속하고 있는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해서도 인 위원장은 1일 "기회가 된다면 한번 만나고 싶다"며 손을 내밀었다.

    금세 사과하는 유연성도 현실 정치 물이 덜 든 인 위원장의 특징이다. 인 위원장은 '대사면'이라는 용어가 "시혜를 베푸는 것 같다"며 이 전 대표, 홍준표 대구시장 등이 반발하자 1일 라디오에 나와 "홍 시장 발언이 맞는다. 징계 취소라는 단어가 적절하다"고 했다.

    반면 옳다고 믿는 소신은 쉽게 꺾지 않는 스타일로 알려졌다. 한 정치권 인사는 "자기 재산을 정리해 북한에 결핵약을 갖다 주고 오면서도 '김정일은 틀려 먹은 놈'이라고 맹비난하면서 고집을 꺾지 않더라"고 했다. 인 위원장을 10여 년간 알고 지낸 하태경 의원은 "경력이 짧아 정치 언어의 디테일이 약한 것일 뿐"이라며 "인 위원장의 화법은 웬만한 정치인보다 더 노련한 것 같다"고 했다.
    기고자 : 박국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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