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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은 선생님] [동물 이야기] 흑범고래

    정지섭 기자

    발행일 : 2023.11.01 / 특집 A29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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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동 사냥하고 같이 식사… 6~7년에 한 번씩 새끼 낳아요

    다도해해상국립공원에 속하는 전남 완도군 여서도 바다에서 얼마 전 흑범고래 떼가 이동하는 모습이 발견됐어요. 주로 동해와 남해에서 모습을 드러냈던 흑범고래가 남해 중에서도 서쪽인 이 지역에서 발견된 건 아주 드물어서 과학자들은 기후 변화 때문이 아닐까 추측하고 있대요. 흑범고래는 몸 대부분이 까무잡잡하고, 배 쪽 일부만 옅은 회색을 띠는 고래예요. 다 자라면 몸길이는 6m, 몸무게는 1400㎏까지 나간답니다. 육상 포유동물의 앞발에 해당하는 가슴지느러미는 니은(ㄴ)자 형태로 살짝 구부러졌고, 꼬리지느러미는 전체 몸 크기에 비해 아주 작은 편이에요.

    태평양·대서양·인도양 등 전 세계의 모든 큰 바다에서 흑범고래를 볼 수 있어요. 이름은 범고래와 연관이 있답니다. 우선, 흑범고래는 '검은 범고래'라는 뜻이고요. 영어 이름은 '가짜 범고래'라는 의미의 '폴스 킬러 웨일(false killer whale)'이에요. 흰색과 검은색 무늬를 한 범고래는 몸길이가 10m까지 자라고 다른 고래와 상어, 물개까지 잡아먹는 무서운 사냥꾼이에요. 흑범고래도 몸 색깔만 다를 뿐 머리 모양과 몸통 등이 범고래와 비슷해 이런 이름이 붙었어요. 하지만 같은 고래 무리 중 범고래와 가깝지는 않대요.

    고래는 대개 지능도 높고 사회성이 아주 강해서 체계적인 무리 생활을 하는데, 흑범고래도 예외는 아니에요. 몇 마리씩 작은 무리를 짓고, 이 작은 무리끼리 연합해서 큰 무리를 형성하죠. 때때로 무리를 완전히 해산한 다음 새로 무리를 구성하기도 해요. 주 먹잇감은 물고기와 오징어인데, 만새기나 다랑어 같은 커다란 물고기도 곧잘 사냥해요. 사냥은 무리가 함께 힘을 합쳐서 하고, 잡은 먹잇감도 사이좋게 나눠 먹어요. 이렇게 공동사냥·공동식사를 하며 무리는 더욱 단단해지죠.

    수명은 60년 정도인데, 8살 정도 되면 번식할 수 있어요. 암컷은 11~16개월 임신 기간을 거쳐 새끼를 낳는데 두 살 될 때까지 직접 젖을 먹이고 바다에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여러 요령을 가르치죠. 이렇게 젖 먹이고 키우는 데 짧지 않은 시간이 걸리다 보니 6~7년에 한 번씩만 번식하고, 40살 중반이 되면 더 이상 임신을 하지 않아요. 이후 암컷은 무리에서 소외되지 않고 다른 어린 암컷들의 새끼를 돌봐준대요. 초보 엄마들에게 경험을 전수해 주는 할머니 역할을 하는 거죠.

    다른 고래와 비교해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종류가 다른 고래와 잘 어울린다는 거예요. 그중 자신보다 덩치가 조금 왜소한 큰돌고래와 무리 지어 이동하는 모습이 유독 많이 발견돼요. 심지어 흑범고래와 큰돌고래가 짝을 지어 교잡종이 태어나기도 했대요. 흑범고래와 큰돌고래가 왜 이렇게 각별한 관계인지는 뚜렷한 이유가 밝혀지지 않았대요.

    흑범고래는 바다에서 최상위 포식자로 천적이 거의 없지만, 자신보다 덩치가 큰 범고래나 상어에게 공격받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가장 무서운 적은 인간이랍니다. 주요 먹잇감이 물고기이다 보니 어선이 쳐놓은 그물에 걸려 목숨을 잃는 경우가 자주 있거든요.

    도움말=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소 이경리 해양수산연구사
    기고자 : 정지섭 기자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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