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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공대 출신 창업가들의 조언 "기대 낮춰라" "사상범 돼라"

    박정훈 기자

    발행일 : 2023.11.01 / 사람 A25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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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 공대 출신 창업가 22명의
    얘기 엮은 스타트업 백서 내년 출간

    중고차 매매 사이트 'SK엔카(현 엔카닷컴)' 창업자 박성철(61) 전 대표는 창업에 성공하려면 창업자가 '사상범'이 돼야 한다고 했다. 박 전 대표는 "돈만 크게 버는 것을 목표로 삼지 말고 종교처럼 믿고 따를 수 있는 숭고한 가치를 지니라는 뜻"이라고 했다. 그는 정보가 불투명한 중고차 시장에서 소비자들을 위해 최대한의 정보를 공개하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SK엔카를 업계 1위로 키웠다.

    서울대 공대가 내년 1월 공대 출신 창업가들의 이야기를 엮은 스타트업 백서를 펴낸다. 본지가 입수한 백서에는 박 전 대표를 포함한 공대 출신 창업가 22명이 후배 창업자들에게 해주는 조언이 담겼다.

    박 전 대표는 "과거와 달리 지금은 사내 벤처를 하지 않더라도 창업할 환경이 좋아져 적극 도전을 권한다"며 "'좋은 비즈니스 플랜'과 '좋은 팀'이라는 조건이 준비되지 않았다면 두 조건을 갖춘 스타트업에 들어가 함께 창업을 준비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다.

    '토즈스터디센터' '그린램프라이브러리'등 독서실 브랜드를 운영하는 교육 스타트업 '아토스터디'의 이동준(40) 대표는 시간관념을 제대로 세우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이 대표는 "처음 창업할 때는 미디어에서 성공한 분들만 보다 보니 당연히 몇 년 안에 성공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며 "그것이 틀렸다는 걸 받아들이는 게 힘들었다"고 했다. 그는 "어떤 서비스든 구매하고 사용하는 사람들의 절대적인 경험치가 양적으로 쌓여야 완성된다"며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버텨야 성공한다"고 했다.

    블록체인 가상 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 중인 두나무 창업자 송치형(44) 회장은 창업에 중요한 능력으로 '설득력'을 꼽았다. 송 회장은 "과거에야 1인 개발자들이 주로 창업했지만 이젠 웬만한 영역에서 시장이 형성돼 있어 1인 창업 성공 가능성은 현저히 낮다"며 "결국 팀을 꾸려 일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팀원들을 설득하는 능력은 참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창업하려는 학생들은 여러 대기업과 비교해 자신들이 유리한 점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며 "젊은 나이대의 감성을 가장 잘 이해한 상태에서 서비스를 기획할 수 있다는 것이 학생 창업자들의 강점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했다.

    온실가스 배출량 진단 플랫폼 업체인 탄소중립연구원 이민(28) 대표는 '신뢰감'을 창업자의 성공 요건으로 꼽았다. 이 대표는 "내가 함께 일하는 직원들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며 "사람들을 판단하는 능력을 기르려면 나부터 잘 알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성과가 가시적으로 보이는 성취감을 느끼려면 창업은 선택하지 않는 게 좋다"며 "결과물을 당장 보고 싶은 사람들은 전문직을 하는 게 맞는다"고 했다. 반도체 설계 회사인 세미파이브 조명현(43) 대표는 "목표를 얼마나 완전하게 직원들과 공유하고 협업하느냐가 중요하다"며 "목표 달성을 위해 지금 내 길이 옳다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그는 "실패 가능성이 늘 존재하기 때문에 창업에 대한 두려움은 당연한 감정"이라며 "학술 대회, 인터뷰, 학회 등에서 실제 창업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서울대 공대가 스타트업 백서를 펴내는 건 창업 학생들에게 동기를 부여해 주기 위해서다. 최근 서울대는 '서울대 창업 지원 기금 모금 프로그램'을 조성하고, 서울대 동문 창업 네트워크 사무국을 설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대 공대는 백서를 통해 동문 창업자 명단을 데이터화하고, 유망한 스타트업 창업자에게 기술, 자본, 인력을 체계적으로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서울대 공대 관계자는 "성공한 창업자들의 성공 결실이 후배들에게 이어지는 선순환을 마련하자는 취지로 백서를 만들었다"며 "백서 발간으로 선배 창업자들의 후배 세대에 대한 관심과 지원도 더 커지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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