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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핼러윈 참사를 반면교사 삼은 日시부야

    도쿄=성호철 특파원 김동현 기자

    발행일 : 2023.11.01 / 국제 A14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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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후 4시 되니 편의점 진열대서 주류 치우고 판매 중단

    지난 31일 오후 7시 일본 도쿄 시부야역에 있는 명견(名犬) '하치코' 동상은 높이 3m 정도의 흰 천막으로 둘러싸였다. 평소에는 200~300명이 저녁에 친구나 연인을 기다리는 약속 장소다. 하지만 핼러윈인 이날 하치코 동상이 있는 하치코 공원 전체가 흰 천막에 막혀 안을 들여다볼 수도 없었다. 천막에는 '시부야는 핼러윈 이벤트를 위한 공간이 아닙니다'라는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현장을 지키는 시부야구청 직원은 "핼러윈이라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운집하는 하치코 공원 전체를 폐쇄한 것"이라며 "안전을 위해 오늘은 못 보나, 내일 오면 하치코 동상에서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30~40m를 걸어가는 동안, 하늘색 제복을 입은 일본 경찰 10여 명을 마주쳤다. 4~5m 간격으로 배치된 경찰들은 확성기로 "멈추지 말고 계속 걸어주십시오"라고 말했다. 잠깐이라도 멈춰서 사진을 찍으면 바로 다가와 "여기서 멈추면 안 됩니다"라고 주의를 줬다.

    시부야는 한국의 이태원처럼 핼러윈 때 내외국인 인파가 몰려드는 명소다. 과거에 시부야구청은 '핼러윈을 시부야의 자랑으로'라는 간판과 현수막을 역(驛) 주변에 달고, 앞장서서 핼러윈 분위기를 띄웠다. 하루 평균 승하차 인원이 300만명에 달하는 시부야역을 중심으로, 젊은이들이 영화·만화 캐릭터 분장을 하고 시부야 사거리에서 사진을 찍었다. 하지만 작년 이태원 참사를 접한 이후, 시부야구청은 '핼러윈'보다 '안전'을 택했다. 이태원과 같은 사고가 시부야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하세베 겐 시부야구 구청장은 지난 9월과 10월에 두 차례 기자회견을 열고 "핼러윈 때 시부야에 오지 말라"고 했다. 그는 "핼러윈이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날인 것을 잘 알기에 나도 괴롭지만,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고 싶다"며 "(시부야에 사람들이 운집하면) 지난해 한국 이태원과 같은 사고가 벌어져도 전혀 이상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번 핼러윈에 시부야역 주변에는 경찰관 300여 명과 구청 직원 150명이 배치됐다. 작년보다 2배 많은 규모였다. 심지어 시부야구청은 핼러윈 당일 시부야역 전철의 정차를 아예 막거나, 휴대전화 통신을 차단하는 방안까지 검토했다가 너무 과한 제한이란 우려에 철회했다. 시부야 상인들은 핼러윈에 영업시간을 단축하면서 '핼러윈에 시부야는 무법천지'라는 인식을 불식하려고 힘을 모았다. 시부야 사거리의 쇼핑 타운 세이부빌딩은 이날 영업을 평시보다 한 시간 앞당겨 오후 7시에 종료했다. 이 건물 입구에는 '핼로윈 의상을 입고 안으로 들어오지 말아달라'는 표지판을 세웠다. 또 다른 쇼핑 타운인 지상 20층 복합 빌딩 '시부야 파르코'는 외벽에 '캐릭터 분장을 한 사람은 들어올 수 없다'는 안내문을 붙였다.

    이날 버거킹 시부야점은 영업을 아예 하지 않았다. 시부야역 인근 편의점 40여 곳은 이날 오후 4시쯤 진열대에서 맥주 등을 치우고 주류 판매를 중단했다. 시부야구가 핼러윈 기간에 길거리 음주를 금지한 데 적극 협조한 것이다. 230m로 시부야구에서 가장 높은 '시부야 스크램블 스퀘어'는 저녁 7시인데도 평소보다 한산한 모습이었다. 이곳 13층의 유명 우동집 쓰루톤탄은 2~3명이 줄을 서있었다. 점원 사토씨는 "평소 20~40명씩 줄을 서는데, 오늘은 손님이 없다"고 말했다. 같은 층에 있는 대만 유명 프랜차이즈 딘타이펑은 절반 정도가 빈자리였고, 유명한 오코노미야키집 다마창도 손님이 6~7명에 불과했다.

    이처럼 이날 시부야 방문객은 눈에 띄게 줄었다. 시부야역 인근의 한 건물에서 경비원으로 근무하는 무라노씨는 "올해 핼러윈 시부야 방문객은 코로나 대유행 이전인 2019년과 작년 핼러윈의 절반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부야 상인들은 이번에 금전적 손해가 있지만, 불평하는 목소리는 거의 없다고 전했다. 이날 현지 매체 후지뉴스네트워크(FNN)는 "올해 핼러윈에 시부야를 찾은 사람은 예상(6만명)보다 훨씬 적었고, 눈에 띄는 사고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했다.
    기고자 : 도쿄=성호철 특파원 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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