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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톡톡] 오만 총선 '100% 전자투표' 도입… 중동의 '남녀평등 사회' 꿈꾼다

    무스카트(오만)=류재민 기자

    발행일 : 2023.11.01 / 국제 A14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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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국왕 즉위 후 여성 인권 중시

    가로세로 2.5m가량의 거대 스크린 화면 곳곳에 그래프들이 출렁거리며 움직인다. 오른쪽 귀퉁이에선 진행자가 선거 현황을 생중계한다. 자세히 보니 인공지능이 만든 이미지다.

    디지털 기술이 집약된 첨단 상황실을 연상케 하는 이곳은 중동 아라비아반도 남동쪽의 작은 나라 오만 수도 무스카트 내무부 청사에 차려진 국회의원 선거관리위원회 사무실이다. 보수적이라고 여겨지는 이 이슬람 국가는 지난달 29일(현지 시각) 국회의원 선거를 치렀다. 그러면서 아랍권 최초로 모든 과정을 원격 전자 투표로 진행하는 파격적인 실험을 했다. 이번 선거는 그래서 실물 투표소가 하나도 없다. 아랍권 국가 중 처음이다.

    오만은 술탄이 강력한 왕권을 쥐고 있는 왕정 국가이면서도 상원과 하원 양원제 의회를 두고 있다. 상원 '국가(다울라)평의회' 의원은 술탄이 전부 임명하는 반면, 4년 임기인 하원 의원 90명은 국민들이 선거를 통해 뽑는다. 오만의 이번 총선 유권자 수는 75만3260명으로, 지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유권자 수가 50만여 명이었던 걸 고려하면 서울 한 구의 선거보다 약간 큰 규모였다. 이날 오후 찾아간 내무부 청사의 선거 현황판엔 투표율이 선거구·연령·성별 등으로 분류돼 매시간 업데이트됐다. 선거가 끝난 오후 7시, 개표를 기다릴 필요도 없이 결과는 발표됐다.

    오만은 디지털 혁신을 도모하고, 선거 참여율을 높이는 동시에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100% 전자 투표' 시스템을 올해 전격 도입했다. 전자 선거를 위해 오만 정부가 만든 휴대폰 앱을 켜고 전자 인식 칩이 들어 있는 신분증을 갖다 대면 근거리 무선통신(NFC) 방식으로 본인 인증이 된다. 신분증을 다른 사람이 가져다 쓸 수 없도록, 실시간 얼굴 촬영을 통한 안면 인식 인증 과정을 한 번 더 거쳐야 투표를 할 수 있다.

    전자 투표 도입을 통해 조용히 노리는 또 하나의 효과도 있다. 여성의 정치 참여 확대다. 이슬람 국가인 오만에선 여성의 사회적 활동이 매우 제한적이다. 투표소를 찾아 국회의원 선거를 하러 가는 행위가 익숙하지 않을 수밖에 없다. 오만 정부는 여성에게 폐쇄적인 사회 분위기를 깨고 여성도 정치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하기 위해 노력해 왔고, 그 방법 중 하나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긴 여성을 위한 전자 투표를 도입했다. 이번 유권자 중 여성 비율은 48%로 절반에 육박했다. 전체 투표율도 65%로 지난 선거(49%)보다 훨씬 올라갔다.

    그렇다면 오만은 왜 여성의 정치 참여 확대를 장려할까. 많은 이는 2020년 새 국왕(술탄) 하이탐 빈 타리크 알사이드가 즉위한 후 여성 인권에 적잖은 변화가 생겼다고 말한다. 사이이다 아하드 알 부사이디 왕비가 특히 적극적이라고 알려졌다. 이슬람 국왕의 왕비는 대부분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하지만 오만의 왕비는 여러 공식 행사에 참석해 축사를 하는 등 파격적인 행보를 보이며 스스로를 여성 인권 증진의 상징으로 세우고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첫 공개 행보가 2020년 1월 '오만 여성의 날' 축사였다. 지난 2월엔 여성 경찰관 배출을 기념하는 왕립 오만 경찰(ROP) 졸업식 축하 행사를 주재해 화제가 됐다.

    아직 부족한 점도 많다. 이번 선거에 여성 후보 33명(전체 후보 843명)이 출마했지만 한 명도 당선되지 못했다. 지난 국회엔 그나마 여성 의원이 2명 있었지만 이번엔 그마저도 없어졌다.
    기고자 : 무스카트(오만)=류재민 기자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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