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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포트] 중국이 내민 손, 어떻게 잡을까

    이벌찬 베이징 특파원

    발행일 : 2023.09.28 / 여론/독자 A30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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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시구진(與時俱進·시대에 맞춰 행동하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3일 아시안게임이 열린 항저우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와 만나 한중 관계 발전을 강조하며 이 단어를 썼다. '시기'에 따라 양국 관계를 재설정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한·미·일이 정상회담을 열고 북·러는 밀착하자 '한국에 손 내밀 때가 왔다'고 판단한 듯하다. 한·미·일에서 한국이 약한 고리이고, 당장 북한을 압박할 수단으로 유용하다는 인식이 작용했을 것이다. 중국이 내민 이 손, 어떻게 잡아야 할까.

    한국에 대한 중국의 태도는 온화해졌다. 중국 외교부 발표문엔 담기지 않았지만, 항저우 회담에서 시진핑은 "방한 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9년 이상 한국을 찾지 않았던 시진핑이 먼저 방한을 거론했다. 회담에는 차이치(서열 5위)·딩쉐샹(6위) 등 상무위원(최고 지도부 7인)들이 배석했다.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에서 시진핑과 회담했을 때는 상무위원이 동석하지 않았다.

    지난달에는 코로나 이후 처음 방중한 국민의힘 의원들을 중국 부총리·장관급 인사들이 환대했다. 이들은 "한국을 이해한다" "한국과 경제 협력을 강화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베이징에서 만났던 한 의원은 "중국이 전향적으로 한중 관계 개선의 뜻을 피력해 의외"라고 했다. 앞으로 리창 중국 총리가 참석하는 한·중·일 정상회담,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기구(APEC) 회담을 계기로 열릴 수 있는 한중 정상회담 등을 통해 한중 관계에 갑작스러운 훈풍이 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세계 2위 경제 강국인 중국과의 관계 개선은 마다할 필요가 없지만, 그 속내는 알고 대비해야 한다. 중국 지도부는 지난 7월 대(對)한국 정책에 대해 내부 토론을 진행했다고 한다. 미국과 급속도로 가까워진 윤석열 정부와 거리를 두면서도, 경제 협력은 지속적으로 강화해 장기적으로 한중 관계 개선의 토대를 마련하는 쪽으로 방향을 설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은 "한국을 압박할수록 반중(反中) 감정만 커지니 한중 관계 '관리 모드'를 가동한 것"이라고 했다.

    중국의 이 같은 방향 설정은 한국 뒤에 있는 미국을 상대로 수를 둔 것이기도 하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중국의 입장에선 한·미·일 밀착을 가능한 선에서 견제하는 대응이고, 더 나아가서는 '트럼프 시대'가 다시 도래해 3국 협력이 약화되는 상황까지 고려한 포석"이라고 했다.

    이런 국면에서 한국은 중국에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서로 이득이 되는 경제 협력은 적극 추진하되, '가치외교'에 진심이란 점을 입증하며 한중 관계에 새로운 선을 그어야 한다. 이성현 조지 HW 부시 미중관계기금회 선임연구위원은 "중국이 내민 손을 전략 없이 잡으면 '한국이 또다시 중국 영향권 아래 놓였다'는 비판에 직면할 것"이라고 했다.
    기고자 : 이벌찬 베이징 특파원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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