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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플라자] 신생아마다 5000만원 지급, 과연 과할까?

    신재민 前 기획재정부 사무관

    발행일 : 2023.09.28 / 여론/독자 A29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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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년 출생아는 24만명이었다. 55세 인구 93만명보다 69만명 적다. 55년 사이 인구 중 4분의 3이 감소한 것이다. 작년 합계 출산율은 0.78명으로 OECD 국가 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출생아 감소는 올해에도 계속되고 있어 합계 출산율 0.7조차 지키지 못할 것이라 한다.

    저출생 여파는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수준이다. 2023년 초등학교 입학생 수는 38만명이었다. 전년도의 43만명보다 5만명 줄었다. 신입생이 한 명도 없는 초등학교가 속출했다. 51만명에 이르는 지금의 대학 정원은 어떠한가. 2022년 출생아 수가 대학 정원보다 27만명 적다. 단순 계산을 하면 향후 20년 사이 지금 대학의 절반이 사라져야 한다. 징병제로 유지되는 50만명 수준의 국군 규모도 큰 폭 감소를 겪을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반세기 이후다. 지금 태어난 20만명대의 출생아가 성인이 되는 30년 뒤에는, 출산율이 1로 회복된다고 하더라도 10만명대 인구가 태어날 수밖에 없다. 출산율이 지금 수준에 머문다면 10만명 이하 출생아 수가 현실화될 수도 있다. 이러면 2050년 즈음 신생아 수가 8만~9만명에 머무르는데 80세 인구는 80만명이 되는 극단적 상황이 벌어진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가 한국 저출생 현상을 빗대 말한 '집단적 자살(collective suicide)'이 실현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동원 가능한 모든 수단을 활용해 저출생 문제에 대응해야 하는 이유다. 그러나 국가 존속이 우려되는 상황임에도, 저출생에 대해 책임 의식을 가지고 진정성 있게 문제 해결을 도모하는 정치 리더십은 보이지 않는다. 충격적인 합계 출산율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혁신적 대안 정책은 없다. 저출생에 대한 정책 대안을 제시하고 논의해야 할 국회 등에서 공적 대화 자리는 사라졌고, 여야 정치인들은 당면한 정치 이슈나 이념 등을 앞세워 서로를 비난하기 바쁘다. 20년, 30년 뒤 한국 사회의 충격적 인구 구조 변화가 명약관화함에도 말이다.

    강력한 정치 리더십이 없는 상황에서 정부의 저출생 대응은 '일·육아 병행 환경 조성' '돌봄 공백 제거' 등 과거 정책의 연장에 머물러 있다. 그 정책들이 출산율 향상에 딱히 기여하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는데도 그렇다. 내년도 저출생 대안 예산이 늘어 17조원으로 편성되었다고 하지만, 이 정책 예산 중 저출생 문제 해결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예산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도 불분명하다. 사실 작년 출생아 24만명에게 1인당 5000만원을 지급한다고 해도 12조원밖에 들지 않는다. 지금의 저출생 대안으로 편성한 예산 17조원 사업이 출생아 1인당 5000만원을 지급하는 정책보다 효율적일까. 긍정적으로 답하기 어렵다. 2021년 감사원 및 국회 예산정책처가 지적한 대로, 고유 목표가 별도로 있는 사업 중 출산 효과를 낼 부분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저출생 대응 예산이라고 칭하는 것이 지금 저출생 대응 예산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 사이 젊은 세대가 자주 쓰는 커뮤니티 등에서는 '아이를 낳는 것은 이기적인 행위'라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향후 한국의 경제 전망이나 노인 부양 비율 등을 고려했을 때 태어날 아이 세대가 겪을 고통이 너무 크다는 이야기다. 완전히 틀리는 말도 아니다. 재정 추계 자료에 따르면 현행 연금 지급 수준을 유지하려면 40년 뒤 국민 연금 보험료율이 소득의 30% 수준이 되어야 한다니 말이다.

    저출생에 대한 정치 지도자들의 관심이 절실하다. 여태껏 비상식적으로 여겼던 정책까지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저출생 정도가 비상식적이기 때문이다. 모든 과제에 앞서 해결해야 할 일이 저출생 문제 아닐까.
    기고자 : 신재민 前 기획재정부 사무관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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