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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급진좌파 당수에 골드만삭스 출신 '이변'

    파리=정철환 특파원

    발행일 : 2023.09.28 / 국제 A14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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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2019년 집권 연합 '시리자'
    신인 카셀라키스, 35세 동성애자

    2015~2019년 그리스 집권 여당이었던 좌파 정당 시리자(급진좌파연합)의 새 당수로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출신의 정치 신인 스테파노스 카셀라키스(35·사진)가 선출됐다. 시리자는 미국식 금융자본주의를 비판하고 유럽연합(EU)의 재정 긴축에 반대하며 경제적 평등과 무상 복지 강화를 주장해 온 사회주의 정당인데, 당의 핵심 노선과 완전히 대척점을 이루는 경력의 인물이 이끌게 된 것이다.

    카셀라키스는 지난 24일 수도 아테네에서 벌어진 시리자 당대표 결선 투표에서 57%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유력 후보였던 에피 악치오 전 노동부 장관(43%)에게 14%포인트 차로 크게 이겼다. 이번 선거는 15년간 당을 이끌어온 알렉시스 치프라스 전 총리가 6월 총선 패배 책임을 지고 사임하면서 치러졌다. 이 총선에서 시리자는 우파 신민주주의당의 재집권을 허용하며 참패했다.

    이 때문에 이번 새 대표 선거는 "치프라스 이후 그리스 좌파의 미래를 가늠할 시금석"이란 평가를 받았다. 그리스 일간 카티메리니는 "그러나 13만 당원의 최종 선택은 월스트리트 출신의 정치 신인 카셀라키스였다"며 "(좌파가 자본가를 대표로 뽑는) 정치적 블랙 코미디가 벌어졌다"고 평했다.

    카셀라키스는 14세에 미국으로 건너가 펜실베이니아대에서 국제관계학과 재무학을 전공하고 골드만삭스의 금융 상품 위험 관리 부서에서 일했다. 이후 워싱턴 전략국제연구센터를 거쳐 해운업에 뛰어들었고, 수억달러의 자산을 일궜다. 해운 회사 대주주였던 아버지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스 정계에 등장한 지는 두 달이 채 안 됐다. 당대표 1차 경선을 불과 19일 앞둔 8월 29일 출마를 선언하고, 주로 소셜미디어를 통해 선거 활동을 벌여왔다.

    당내 기반이 없어 불가피한 선택이었지만 이것이 '신의 한 수'였다. 젊은 당원들이 소셜미디어에 퍼진 준수한 외모에 열광했다. '미국 명문대를 나와 성공을 거둔 젊은 기업가'라는 프로필도 노쇠한 좌파 이념가들과 차별화됐다. 그는 미국에서 만난 남성 간호사 타일러 맥베스(31)와 결혼한 동성애자인데, 이는 '사회적 진보주의자'라는 이미지까지 더해줬다.

    카셀라키스도 자신의 이미지를 적극 활용했다. 선거 캠페인 동영상과 연설을 통해 "골드만삭스에서 일하면서 글로벌 자본주의의 문제점과 약점을 누구보다 잘 알게 됐다"며 "나야말로 시리자 당수로 적합한 인물"이라고 했다.
    기고자 : 파리=정철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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