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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동맹 70년, 번영을 위한 동맹] (5) 미군한테서 영어 배우다가 이젠 한국어 가르치는 시대

    평택=조재현 기자

    발행일 : 2023.09.28 / 종합 A8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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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서 복무하다 그 매력에 빠져… 동맹국 언어 '열공'

    "88 올림픽 때 용산에서 복무하면서 만난 한국인들 덕분에 한국어의 매력에 푹 빠졌어요. 무엇보다 그 발음이 무척 아름다웠습니다."

    미 8군 군무원 켈리 필립스(63)씨는 서울 올림픽이 열린 1988년, 서울 용산의 미 8군 121병원에서 중위로 복무했다. 우연히 배치받은 한국이었지만, 사람들이 보여준 친절함과 품위가 잊히지 않았다고 한다. 군 생활 마감 직전이었던 2013년 중령으로 한국을 또다시 찾았고, 2015년 한국에서 군 생활을 마쳤다. 그는 "세 자녀 모두 한국에서 자랐는데, 그중 한 명은 이곳에서 영어 선생님이 됐다"고 했다. 영어 선생님이 된 필립스씨의 딸은 "한국이 너무 아름다워서 계속 머물며 평생 직장을 구하고 싶다"고 말한다고 한다.

    지난 22일 경기도 평택대 한국어 수업에서 만난 필립스씨는 "나는 군인입니다"라는 한국어를 수차례 소리 내 읽으며 익히고 있었다. 그는 "현역일 때는 배울 시간이 없었지만, 한국을 알면 알수록 더 한국어를 알고 싶었다"며 "특히 군무원이 된 이후 동료 중 한국인이 무척 많아 다양한 한국어 표현을 물어보면서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날 한국어와 한국 역사·문화를 배우는 '헤드스타트 프로그램(Head Start Program)' 강의를 들었다. 지난 2006년부터 18년째 진행 중인 이 프로그램을 거쳐 간 미군·군무원만 1만7400여 명이라고 한다.

    이날 한국어 수업을 진행한 배서현(55) 교수는 칠판에 한국어 자음과 모음을 적고 '아이' '고기' 같은 단어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원리를 설명했다. 배 교수는 "K팝 등 한류 덕분인지 프로그램을 시작한 10여 년 전보다 주한 미군 장병들이 한국에 갖는 관심이 더욱 커졌다"며 "한국에 오는 유학생들과 달리 한국어를 꼭 배우지 않아도 되는 이들이지만 버거워도 배우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 더 열심히 한국어를 전파해야겠다고 느낀다"고 했다. 그는 "올해 한미 동맹 70주년을 맞아 수업도 더 체계적으로 준비했다"며 "한국어 수업이 한미 양국 동맹에 도움 되는 디딤돌이 될 거라고 본다"고 했다.

    작년 11월부터 평택 캠프 험프리스에서 지리 정보 분석병으로 복무 중인 조넬 로크(32) 상병은 입대 전부터 한국 음식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미국에서도 양념 갈비와 김밥 같은 한국 음식을 즐겼다. '떡볶이' '순대' 등 몇몇 단어는 스스로 익혔지만, 한국어를 더 잘하고 싶었던 마음에 한국어 공부도 시작했다.

    그는 "영어와 전혀 다르게 생긴 자음과 모음이 낯설지만, 어떻게 읽는지 알고 싶어진 외국어는 처음이었다"며 "이제 막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지만, 열심히 복습해 룸메이트와 하루 종일 한국어로 대화해 보고 싶다"고 했다. 그의 룸메이트는 한국계 미국인이라고 한다.

    캠프 험프리스의 한 항공 대대에 복무하는 호수에 소브라도(30) 병장은 한국에 배치받은 지 채 한 달이 안 됐다. 하지만 한국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로 먼저 접했다. 한국어 드라마에 푹 빠진 그는 복무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부대 밖 외출을 할 때 한국어만 사용하는 게 목표다. 그는 "그동안은 부대 식당을 가면 주인이 직접 주문을 받는 곳 앞에선 발길을 돌렸다"며 "이제는 한국어로 음식을 시켜보겠다"고 했다.

    이날 한국어 수업에는 16명의 미군과 그 가족, 군무원이 참가했다. 남편이 군무원인 아리랏 카터(48)씨는 "미국에서도 드라마나 K팝 때문에 한국이 익숙했다"며 "한국어를 배우는 건 정말 재밌지만, 존댓말은 너무 어렵다"고 웃었다.
    기고자 : 평택=조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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