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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판사'가 60%(판사 105명 중 68명) 넘어… 가처분 판결 3개월내 속전속결

    뮌헨=김효인 기자

    발행일 : 2023.09.27 / 경제 B2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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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 특허업계 변화의 바람… 개원 4개월 '통합특허법원' 가보니

    지난 19일 오전 9시(현지 시각) 독일 뮌헨의 유럽통합특허법원(UPC) 212호 법정. 심리 개시를 기다리는 소송 당사자와 대리인, 방청객 등으로 꽉 찬 공간에 5명의 판사가 입장했다. 이날 진행될 심리의 담당 판사 4명뿐 아니라 새롭게 임명될 신임 '기술 판사(technical judge)'가 함께 자리했다. 기술 판사는 이공계 배경 같은 기술 경력 및 자격을 갖춘 전문가로, 일반 판사와 달리 특허 소송만 맡는다. 선서를 마친 신임 판사에게 임명장을 건넨 UPC 뮌헨 지방 법원의 마티아스 지간 주재 판사는 본지 인터뷰에서 "기술 판사는 특허권 소송에서 기술 관련 판단을 내릴 때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며 "특허 소송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어, 기술 판사 수도 점차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지난 6월 UPC가 개원하면서 유럽 특허업계에 변화가 일고 있다. UPC에서 판결이 내려지면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 17국에서 동시에 효력이 발생한다. UPC는 유럽 각국 특허 소송 제도의 장점을 모아 빠르고 정확한 특허 분쟁 해결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유럽한인IP전문가협회 관계자는 "한국 기업들도 유럽에서 다수의 특허 출원을 하고 있는 만큼 새로운 제도에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특허 소송 결론 1년 내에 낸다"

    19일 열린 심리는 하버드대에서 시작된 스타트업 10x지노님스가 미국 바이오테크 기업 나노스트링을 상대로 낸 RNA 진단 관련 특허권 침해 소송에 대한 것이었다. 10x지노님스와 나노스트링은 미국, 독일, 네덜란드 등 세계 각국에서 특허권 소송전을 펼치고 있는데 UPC에도 개원과 동시에 10x지노님스 측이 소송을 제기했다. 이날 재판부는 3시간가량의 심리 후 10x지노님스의 손을 들어줬다. 가처분 신청이 제기된 지 약 3개월 만이다. 나노스트링 측은 이번 결과로 유럽 17국에서 제품 2개를 판매할 수 없게 됐다.

    국내에서 특허권 침해 금지 가처분 신청 결과가 나오는 데 평균 152일(2021년 기준)이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3개월은 속전속결이다. UPC는 특허권 소송 본안 결론도 1년 내에 내겠다는 입장이다. 국내에서는 본안 처리에 평균 554일이 걸린다. UPC는 공식 홈페이지에 게시한 절차 규정 문서에 "1심의 최종 구두 심리가 1년 이내에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한다"며 "복잡한 소송의 경우 더 많은 시간과 절차가 필요할 수 있음을 인정하나 가능한 한 빨리 절차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고, 간단한 소송은 더 적은 시간을 들인다"고 명시했다. 전문가들은 UPC에 적체된 소송건이 없는 초기에는 실제로 1년 안에 판결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기술적 전문성 갖춘 판사·소송대리인이 특징

    국내외 기업 특허 담당자들은 UPC가 기술적인 전문성을 가진 재판부와 소송대리인을 갖춤으로써 결과의 신뢰도도 높을 것으로 기대한다. UPC는 10여 년간의 설립 논의를 거치면서 25개 참여국 특허 소송 제도의 장점을 취사선택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독일에서 가져온 기술 판사 제도가 대표적이다. UPC는 전업 기술 판사 외에도 일선 변리사를 '파트타임 기술 판사'로 임명해 인력풀을 꾸렸다. 파트타임 기술 판사들은 자신의 전문 분야와 관련된 소송이 있을 때 재판부나 소송 당사자의 요청에 따라 배정된다. 바이오테크 소송에는 화학·약학 전공 기술 판사가, 반도체 관련 소송에는 공학 전공 기술 판사가 배정되는 식이다. 현재 총 105명의 UPC 판사 중 68명이 기술 판사이고 이 중 38명이 변리사다.

    UPC는 또 영국 제도를 도입해 변리사의 소송 대리를 허용했다. 20여 년간 독일 법원에서 특허 소송만 다뤄온 지간 판사는 "UPC 재판의 가장 좋은 것은 모든 재판부와 소송 대리인이 특허 전문가라는 점"이라며 "풍부한 기술적 논의로 '옳은 결론(right decision)'을 내릴 수 있다"고 했다.

    [그래픽] 유럽 통합 특허법원 개요

    [그래픽] 최근 5년간 국내 특허권 침해금지 가처분 신청 처리 현황
    기고자 : 뮌헨=김효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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