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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視角] 상속세, 성실납세자 우롱하나

    정석우 국제부 기자

    발행일 : 2023.09.27 / 여론/독자 A34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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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일(현지 시각) 영국 더타임스는 "리시 수낙 영국 총리가 단계적 상속세 폐지안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영국이 1796년 도입한 상속세는 현대 상속세의 원조 격이다. 이르면 내년 말 하원 선거를 앞둔 보수당이 200년 넘게 지속한 상속세의 폐지 카드를 꺼낸 이유는 여론 때문이다. 이미 수십 년 국가에 소득세를 내고 모은 돈의 거의 절반을 자녀에게 물려주지 못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 재산이 최소 3조원으로 추정되는 찰스 3세 국왕 등 왕실은 상속세 대상이 아니라는 사실도 입방아에 올랐다.

    미국·프랑스 등도 상속세 폐지·완화를 저울질하고 있다. 한국 정부도 유산 총액에 대한 세금을 자녀들이 나눠 내는 유산세에서 자녀별 상속분에 각각 공제·누진세율 혜택을 적용해 부담을 줄이는 유산취득세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다만 뚜렷한 진전이 없고, 폐지론은 정부·정치권 모두 거론하지 않는 분위기다.

    상속세를 둘러싼 두 가지 오해가 근본적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 같다. 먼저 상속세가 없어지면 금수저 자녀들이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는다는 우려다. 하지만 스웨덴 등 상속세 폐지국들은 물려받은 주택을 팔 때 내는 양도소득세를 상속세가 존재하는 한국보다 더 엄격하게 과세한다. 상속에 따른 이익에 분명하게 세금을 물린다는 의미다.

    스웨덴의 조치는 '부자 감세'가 아니라 '이중(二重) 과세 해소'다. 하지만 고인 생전의 소득세, 유족의 상속세와 함께 주택 상속에 따른 취득세(상속가의 2.8%)까지 물리는 한국 등은 '삼중(三重) 과세'다.

    또 하나는 정부의 이중·삼중 과세가 고의는 아니었을 거라는 오해다. 실상은 반대다. 1950년 국회는 상속세법을 제정하면서 "소득세제 보완세로서 상속세제를 규정, 세수 확보와 아울러 실질적 평등의 원칙을 실현시키려는 것"이라고 했다. 말은 점잖지만 "탈세로 빠져나갔던 소득세를 후손에게 상속세로 제대로 걷는다는 생각"(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이 포함되어 있다. 70년 넘게 과세 행정이 발달한 지금, 성실 납세자인 직장인·자영업자·기업 입장에선 분노할 수밖에 없다. 탈세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불가항력적 성실 납세자' 월급쟁이들은 특히 그렇다.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전체 취업자 대비 임금 근로자 비율은 76.5%로, 첫 통계가 작성된 1963년(31.5%)의 2.4배다.

    10억원이라는 상속세 면세 기준은 1997년부터 27년째 그대로다. 1.2%였던 상속세 대상 사망자 비율은 작년 6.4%로 늘었다. 1997년 서울 강남구 압구정 현대아파트 60평대 가격이었던 10억원은 지금 서울 관악구 e편한세상서울대입구 2차 20평대 가격이다. 성실 납세자를 우롱하는 상속세는 이제 고칠 때가 됐다.
    기고자 : 정석우 국제부 기자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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