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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환 키즈'가 박태환도 못한 일 해냈다

    항저우=박강현 기자

    발행일 : 2023.09.27 / 스포츠 A24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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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수영 황금세대의 탄생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막 전 이정훈(51) 경영 대표팀 감독은 금메달 목표를 묻자 손가락 6개를 펴 보였다. 그동안 한국 수영이 아시안게임에서 거둔 최고 성적은 2010 광저우 대회 때 챙긴 금메달 4개(은메달 3개, 동메달 6개). 그 야심이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수영 메달 레이스 반환점을 돈 26일 현재 한국은 금메달 2개(남자 자유형 50m·남자 계영 800m)와 은메달 2개(남자 자유형 1500m·혼계영 400m) 동메달 5개(남자 자유형·배영·평영 100m, 여자 배영·개인 혼영 200m)를 수확했다. 앞으로 황선우(20)와 김우민(22·이상 강원도청)이 주종목에서 금메달 3개를 추가해주면 역대 최고 성적을 달성할 수 있다.

    ◇체격부터 다른 '황금 세대' 등장

    계영 대표팀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있다. 계영 800m는 한 팀 네 선수가 자유형으로 200m씩 헤엄친 시간을 합산해 최종 순위를 가리는 단체전 종목. 뛰어난 선수 한 명만 갖곤 정상에 설 수 없다. 모두가 고르게 기량을 갖춰야 한다. 예를 들면 박태환 같은 수퍼스타가 있어도 어렵다는 얘기다. 그동안 남녀 계영을 통틀어 은메달이 최고 성적이었다. 그러다 이번에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올랐다. '체격'과 '체력'을 두루 갖춘 '황금 세대'가 나타난 덕분이다.

    이번 계영 결선에서 차례대로 순서를 책임진 양재훈(25·강원도청·190㎝), 이호준(22·대구시청·184㎝), 김우민(182㎝), 황선우(187㎝)는 모두 키 180㎝가 넘는다. 팔다리가 길수록 터치와 영법 등 모든 면에서 유리하다. 김동현 TV조선 해설위원은 "이번 대표팀 체격은 서구 수영 강국과 견주어 봐도 밀리지 않는다"고 했다.

    황금 세대를 연단한 풀무는 호주 전지훈련. 이들은 대한수영연맹 '특별 전략 육성 선수단' 일원으로 작년에 이어 올해 초에도 호주로 넘어가 현지 선진 수영 지도자들 도움을 받으며 고된 훈련을 소화했다. 이들에겐 '지옥 훈련'으로 불렸는데 이 고통스러운 성장 과정을 함께했다. 체력과 끈기, 팀워크가 단단해졌다. 웨이트트레이닝을 포함해 하루 5시간씩 훈련했고, 물에선 13㎞를 오갔다고 한다. 실제 계영 결선이 열리는 시간대(늦은 밤)에 맞춰서 '모의고사'도 지속적으로 치렀는데, 이는 어느덧 대표팀 보통 루틴으로 자리 잡았다. 경기력 극대화를 위해 일찌감치 준비한 셈이다.

    효과는 확실했다. 지난 7월 후쿠오카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이들은 하루에 한국 신기록을 두 차례나 갈아치우는 역영(力泳)을 펼치며 세계 6위(7분 04초 07)에 올랐다. 그리고 이번 대회에선 아시아 신기록(7분 01초 73)을 세우며 아시아엔 적수가 없음을 확인했다.

    ◇동고동락… 똘똘 뭉친 원 팀 정신

    세계를 누비고 매일 오전 6시부터 오후 9시까지 함께하면서 자연스레 다져진 끈끈한 팀워크는 신뢰로 이어진다. 사실 계영 대표팀 '에이스'이자 현재 한국 수영의 '간판'은 막내 황선우다. 모든 시선이 그에게 쏠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런데도 형들은 '선수는 실력으로 말하는 것'이라며 개의치 않는다. 수영계 관계자는 "나이에 따른 위계에 얽매이지 않고, 서로에게 배울 점은 배우고 '우리 최초로 일 한번 내보자'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면서 "이렇게 한 가지 목표(계영 금메달)를 향해 똘똘 뭉쳤던 팀이 있었나 싶을 정도"라고 했다.

    '황금 세대'는 마음으로 통한다. 서로 소셜미디어를 팔로하며 계정에 댓글을 남기고, 함께 여행도 다닐 정도로 깊은 교분을 자랑한다. 나이가 많다고 권위를 과시하려는 태도는 애초부터 없었다고 한다. 개인 종목으로 여겨지는 수영에선 보기 드문 훈훈한 분위기라고 전한다.

    이들 황금 세대, '박태환 키즈'들에게 아시아 무대는 비좁다. 선수들은 이제 내년 파리 올림픽을 겨냥한다. 황선우는 "우린 올림픽과 세계선수권을 바라보며 함께 나아가겠다"고 다짐했다.

    [그래픽] 역대 아시안게임 수영 금메달
    기고자 : 항저우=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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