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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와 공동 학위제(항공·우주 분야) 하고 싶다… 지방대 살려달라"

    진주=최은경 기자

    발행일 : 2023.09.27 / 사회 A14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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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순기 경상국립대 총장 인터뷰

    정부가 수능 '킬러 문항' 배제 등 입시와 교육을 개혁하겠다고 발표했다. 입시는 대학 교육과 직결되는 문제다. 대학 경쟁력은 미래 인재 양성을 좌우한다. 전국 대학 총장을 연쇄 인터뷰해 입시와 대학 개혁 등 우리 교육을 근본부터 혁신하는 방안을 모색한다.

    권순기 경상국립대 총장은 25일 경남 진주시 캠퍼스에서 본지와 만나 "지방과 지방대 소멸이라는 국가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대에 '공동 학위제'를 제안했다"고 말했다. 경상대가 강점인 우주 항공 분야에 입학한 학생이 서울대에서 관련 전공 수업을 듣고 학점을 따면 '서울대 학위'를 주자는 것이다. 경상대 인근에는 국내 우주·항공 기업의 60%가 있고, 사천 비행장도 가깝다. 권 총장은 "지방 소멸을 막겠다는 정부 의지가 확실하다면 지역 거점 국립대를 살리기 위한 혁신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항공·우주 기업 60%가 경상대 인근에

    ―수능에서 킬러 문항을 없애기로 했는데.

    "최상위권 일부 학생을 변별하기 위해 대다수 학생은 풀지도 못하는 문제를 내는 게 타당한가. 이런 부조리를 교육계가 자정하지 못하고 대통령실이 나서 해결하는 모양새가 된 점이 안타깝다."

    ―학생 변별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수능 만점자가 늘어도 의대·약대·수의대 같은 극소수 학과에나 영향을 준다. 사실 대다수 지방대는 킬러 문항이나 N수 열풍 같은 입시 논쟁에서 제외돼 있다. 킬러 문항에 목숨 거는 수험생 대부분이 의대, 서울 명문대 순으로 입학하지 않나. 우리나라 고등교육 문제 중 극히 일부인데 전부 이 이야기만 한다."

    ―경상대 같은 지방 거점 국립대도 위기인가.

    "지방대는 모두 위기다. 1980년대만 해도 서울 사립 명문대 대신 부산대나 경북대 가는 지역 우수 학생이 정말 많았다. 지금은 100명 중 99명이 서울 사립 명문대로 가버린다. 거점 국립대조차 경쟁률이 3대1에 미치지 못하는 학과가 있다. 지역 소도시 별도 캠퍼스에 있으면 학생 모집이 더 어렵다. 대학이 지역 경제와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봤을 때 정말 큰 문제다."

    ―교육부에 제출한 '글로컬 대학 사업(지방대에 5년간 1000억원 지원)' 계획서에서 서울대와 공동 학위제를 추진한다고 했는데.

    "우리가 서울대에 공동 학위제를 제안했다. 경상대가 강점인 '항공 우주' 분야에 한해서다. 경남에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관련 기업이 밀집해 있다. 우주항공청도 사천에 신설될 가능성이 크다. 경상대가 '글로컬 대학'에 선정되면 지원금을 이 분야에 집중할 계획이다. 여기에 맞춰 서울대와 항공·우주 분야 공동 학위제를 운영해보고 싶은 것이다. 물론 서울대 의향이 가장 중요하다."

    ―공동 학위제는 어떻게 운영되나.

    "항공·우주 분야에 입학한 경상대 학생이 서울대의 졸업 기준을 충족할 경우 서울대와 경상대 이름이 모두 적힌 '공동 학위'를 주는 것이 핵심이다. 항공·우주 전공생은 경상대와 서울대 수업을 온·오프라인을 통해 자유롭게 들을 수 있어야 한다. 서울대 의향에 따라 공동 학위 이수 기준을 별도로 만드는 '공동 학위제'도 좋고, 경상대 학생이 서울대생과 같은 졸업 기준을 맞추는 '복수 학위제'도 좋다. 항공·우주 분야에서 서울대와 경상대의 공동 학위제가 성공하면 다른 거점 국립대에도 확산할 수 있다. 각 거점 국립대가 강점을 가진 전공에 한해 서울대와 공동 학위제를 운영할 수 있다면 전국에 서울대가 10개 생기는 효과를 낼 수 있지 않겠나."

    킬러 문항? 지방대는 입시 논쟁서 소외

    ―왜 서울대여야 하나?

    "우리나라 최고 대학이기 때문이다. 모든 학생이 서울대 수업을 듣고 싶어 하고 학위를 받고 싶어 한다. 서울대는 국립대 '맏형'이다. 서울대가 이런 지위를 위기에 처한 지방 거점 국립대에 나눠줬으면 좋겠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최고 대학으로서 서울대는 지역 균형 발전에 기여해야 할 책무도 있지 않은가. 서울대가 수도권 집중 현상을 해소하고, 소멸 위기에 처한 지방과 지방대를 구하기 위한 사회적 역할을 해 달라는 것이다."

    ―서울대 내부 반발이 있을 텐데.

    "지방대 입학해서 서울대 졸업장을 받는다는 데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다는 것을 안다. 모든 학과를 하자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언급하기는 조심스럽다."

    ―서울대에는 어떤 이점이 있나.

    "지금 서울대는 미래 변화에 대응하려고 국가에 과감한 투자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대는 한국 학벌주의와 고등교육 구조의 정점이다. 지방 소멸 위기에서 서울대만 계속 지원해 달라고 요구할 수 있나. 만약 서울대가 지역 거점대와 공동 학위제를 운영하며 국가 균형 발전에 기여한다면 지역 여론과 분위기가 달라진다. 거점 국립대 총장들이 먼저 발 벗고 서울대 지원을 요청하고 나설 것이다. 서울대 학생들도 다양한 교수진과 만나 교류하고 공부할 수 있다. 경상대 수업도 듣고, 기숙사·연구 시설 등을 쓸 수 있다. 거점 국립대도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되는 특화 전공을 육성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수도권 쏠림 완화 위해 정원 손봐야

    ―우리 입시 제도와 고등교육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

    "인구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대학도 마찬가지다. 보통 수도권과 비수도권 대학 신입생 정원은 4대6으로 분배돼 있다. 그런데 대학에는 농어촌·특성화고·장애인·기초수급자 등을 대상으로 한 사회 통합 전형이나 유학생 전형 등 '정원 외 모집'이 있다. 이런 정원 외 선발도 수도권 쏠림이 심각하다. 정원 외 선발 인원까지 포함하면 대학 신입생 절반이 수도권에 몰려 있다. 사람으로 치면 피가 전신에 고루 돌지 않는 상태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은 급격히 기울어진 운동장이 됐다. 이게 우리 고등교육의 가장 큰 문제라고 본다."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수도권 집중을 부추기는 신입생 정원 문제 등을 손봐야 한다. 사실 우리나라는 경제 규모에 비해 대학 교육 지원이 미미하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에도 못 미친다. 이마저도 국가 장학금 지원이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이 구조에선 등록금이 비싼 사립대 재학생이 더 큰 혜택을 받는다. 대학 등록금은 14년간 동결됐다. 수도권 사립대엔 정부 지원금을 다소 줄이되 등록금을 인상할 수 있도록 해주고 자율권도 넓혀주는 게 맞는다고 생각한다. 수도권 사립대에 지원하던 정부 예산을 지방대 중심으로 투자해줘야 학생들도 지방에 머물게 된다."

    ☞권순기 총장은

    진주고와 서울대 화학교육과를 졸업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고분자화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7년부터 36년간 경상국립대 교수로 재직하며 산업대학원장, 항공우주특성화대학원장을 역임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소재·부품전략위원회 위원장(2012~2019)을 지냈다. 2020년 경상국립대 총장에 취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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