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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하명' 대북전단 금지법은 위헌

    이슬비 기자 김정환 기자

    발행일 : 2023.09.27 / 종합 A1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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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헌재 결정, 3년 만에 나와

    헌법재판소가 '북한 김여정 하명법'으로 불리는 '대북 전단 금지법'에 대해 위헌(違憲) 결정을 내렸다. 이 법은 지난 2020년 한 탈북민 단체가 대북 전단 50만장을 북한 상공으로 살포한 데 대해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쓰레기들의 광대놀음을 저지시킬 법이라도 만들라"고 하자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처벌 조항을 신설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대북 전단을 살포한 탈북민 단체의 설립 허가를 취소했고, 이 단체의 대표는 이후 대북 전단을 추가 살포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26일 '대북 전단 금지법(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위헌 7 대 합헌 2'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 헌법소원은 2020년 대북 전단을 살포한 탈북민 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의 박상학 대표 등이 낸 것이다. 문제 된 조항은 대북 전단 살포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하는 내용이다.

    이날 위헌 의견을 낸 헌법재판관 7명은 유남석 헌재소장과 이은애·이종석·이영진·김형두·이미선·정정미 재판관이다. 이들은 "해당 조항은 대북 전단 살포를 금지하면서 미수범도 처벌하고, 징역형까지 두고 있는데 이는 국가 형벌권의 과도한 행사"라며 "이는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이 가운데 4명(이은애·이종석·이영진·김형두 재판관)은 "해당 조항은 대북 전단 살포에 따른 북한 도발에 대한 책임을 전단 살포자에게 전가하는 것"이라며 "이는 북한의 도발 행위를 지배할 가능성이 없는 사람들에게 형벌을 가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고도 했다.

    이날 위헌 의견을 낸 헌법재판관 중에 유남석 헌재소장과 이은애·이종석·이영진·이미선 재판관은 모두 문재인 정부 당시 임명됐다. 반면 김기영·문형배 재판관은 합헌(合憲) 의견을 냈는데 두 재판관도 문재인 정부가 임명했다. 이들은 "해당 조항은 '접경 지역 주민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이라는 중요한 법익에 대한 침해·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기본권 제한을 위해 헌법이 요구하고 있는) 침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 등이 인정된다"고 했다.

    지금 헌재에서 유 소장과 이미선·김기영·문형배 재판관은 이른바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나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이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문재인 정부가 임명한 헌법재판관 가운데 5명이 이념 성향과 상관없이 대북 전단 금지법이 위헌이라고 판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대북 전단 금지법은 '김여정 하명법'으로 불린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지난 2020년 6월 4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이 한국 내 탈북 단체들의 대북 전단 살포를 맹비난하며 "(대북 전단 살포를) 저지시킬 법이라도 만들라"는 담화를 내자, 통일부가 4시간 40분 만에 예정에 없던 브리핑을 열고 "'대북 전단 금지법'을 준비 중"이라고 발표했다.

    문재인 청와대는 "대북 삐라는 백해무익한 행위"라고 했고, 국방부도 "대북 전단 살포는 접경 지역 국민의 생명·재산에 위험을 초래하는 행위로 중단돼야 한다"고 했다. 경찰은 대북 전단 살포 활동을 해온 탈북민 단체를 압수 수색했다. 민주당은 그해 12월 대북 전단 금지법을 국회에서 강행 처리했다.

    이에 대해 국제사회는 "터무니없는 일" "끔찍한 구상" "한국이 민주주의 국가가 맞느냐"라며 비판했다. 영국과 유럽연합의 의회, 시민단체에서도 우리 정부에 재고를 촉구했다. 또 미국 의회의 초당적 기구인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는 2021년 4월 대북 전단 금지법과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청문회도 열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경기지사 시절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전단 금지법 추진에 보조를 맞췄다. 이 대표는 2020년 7월 "대북 전단 살포 상습범은 강제 추방해야 한다" "화려한 승전보다 더러운 평화가 낫다"고 했다. 또 "몇 푼 돈을 벌겠다고 대부분 국경을 넘어가지도 못하는 낯 뜨거운 저질 전단을 뿌리는 것이 북한 인권 개선에 무슨 도움이 되겠나"라고도 했다.

    또 이 대표는 경기도특별사법경찰단 등을 북한 접경 지역에 비상 대기시키면서 "(대북 전단 살포) 발각 즉시 현행범으로 체포해 엄중 처벌하라고 지시했다"며 "의도적, 상습적 위반자는 구속영장을 신청하도록 지시했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 통일부는 대북 전단을 살포한 자유북한운동연합의 설립 허가도 취소했다. 대법원은 지난 4월 "통일부의 설립 허가 취소는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그러면서 "대북 전단 살포는 북한 주민에게 북한 정권의 실상을 알리는 공적 역할을 수행하는 측면이 있고 국민의 생명·신체에 위해를 끼쳤다거나 심각한 위험을 발생시킨 사실이 증명됐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했다.

    자유북한운동연합의 박상학 대표는 대북 전단 금지법 시행 이후 대북 전단을 추가 살포한 혐의로 기소돼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이날 헌재의 위헌 결정은 박 대표 등이 헌법소원을 제기한 지 2년 9개월 만에 나온 것이다.

    [그래픽] '대북 전단 금지법' 관련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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