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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날도 한참 지났는데 개 식용을 둘러싼 찬반이 사회적으로 팽팽하다. 개 식용금지법을 둘러싸고서다. 이 논쟁을 지켜보다가 문득 대학 시절 인류학 수업 시간에 있었던 토론이 생각났다. 교수가 개를 먹는 것에 대해 찬반을 나눠 이야기해보라고 했다. 나는 반대하는 편에 섰다.

많은 학생들이 개 식용에 관해 찬성 의견을 냈다. 개 식용을 문화 현상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첫째였다. 인류는 오래전부터 개를 단백질원으로 섭취해왔으며, 근래에 개고기에 덧씌워진 '미개함'이라는 이미지는 서구에 의해 형성된 것이라는 논리였다. 그리고 육식을 아예 금지할 게 아니라면 개에게만 특별한 문화적 지위를 부여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그들의 의견은 '문화상대주의' 관점에서 개 식용을 바라봐야 한다는 견해로 귀결되었다. 그리고 지금도 많은 이들이 이 근거를 내세우고 있다.

이 문제에 정답이 있을 리는 없다. 그러나 문화상대주의란 '너도 옳고 나도 옳다'는 간단한 논리는 아니다. 문화는 일방향으로 진화하지 않으며, 그러니 문화의 '발전 정도'나 '미개함'을 직선상에서 파악할 수 없다는 것에 가깝다. 모든 문화가 옳다면, 이슬람권에서 벌어지는 명예 살인까지 문화상대주의라며 용인해줄 것인가. 상대주의에도 규범이 필요하며 그 기준이 '도덕'일 것이다. 단순히 전통이라며 덮어놓고 용인하기보다는 지금의 관점에서 현상을 파악해야 한다. 국내 반려견 인구가 1300만이 넘어가는 지금 소도 먹고 돼지도 먹는데 개는 왜 안 되느냐고 주장하기에, 사람과 같은 집에서 먹고 자는 개의 문화적 지위는 다소 특수하다고 본다. 그러므로 나는 여전히 개 식용에 반대한다.

그러나 개 식용금지법에는 더 큰 목소리로 반대하고 싶다. 국가가 무엇을 먹을지 말지를 법이라는 규율로 정하는 상황은 아무래도 상식 밖이다. 실생활의 모든 규칙을 법으로 정하자는 태도는 법은 최소한의 도덕이라는 명제에도 어긋난다. 작년 한 조사에 따르면 인구의 90% 이상이 개 식용에 반대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개 식용은 머지않아 문화적으로 도태될 것이다. 이를 법의 칼날로 미리 재단할 필요가 있을까. 법이 식탁 위로 올라오는 지금의 현실에 대해 곰곰 생각해볼 일이다. 기고자 : 이진혁 출판편집자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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