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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팍한 현실의 틈에 사랑을 끼워넣다

동인문학상 심사위원회(정명교·구효서·이승우·김인숙·김동식)는 최근 월례 독회를 열고 구병모 소설집 '있을 법한 모든 것'(문학동네)과 김은의 소설집 '사랑의 여름'(자음과모음)을 본심 후보작으로 선정했다. 이달까지 선정된 후보작 중에서 최종 심사를 거쳐, 올해 수상작을 선정하게 된다.

구병모의 '있을 법한 모든 것'은 고령화, 소통과 같은 보편적 문제를 작가의 독창적 언어로 그려낸 작품. 김동식 위원은 "이야기가 놓인 현대의 조건들을 이야기 속에서 반영해 내고 있다"고 평했다. 정명교 위원은 "삶의 진부함에 대한 불편한 마음들이 (작품에서) 끊임없이 도드라진다. 그러나 이야기는 그렇게 전개되지 않는다"라며 "그 불편한 마음을 자조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또한 개입한다. '증오보다는 연민과 허무'의 시선에 가깝다"라고 평했다. 이승우 위원은 "결론은 빤히 예상되는 불행과 파국임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소설적 주제인 '사랑'에 이른다. 낯익은 주제를 낯설게 하기 위한 작가의 수고가 구병모 소설의 개성을 만든다"라고 평했다.

김은의 '사랑의 여름'은 가족과의 불화를 비롯한 일상의 갈등 상황을 펼쳐 보이면서도, 내일을 꿈꾸는 인물들을 통해 한 줄기 희망을 건네는 작품. 2014년 '작가세계' 신인문학상으로 등단한 작가의 첫 소설집이다. 구효서 위원은 "김은의 소설들은 어떻게 해볼 요량이 없는 아포리아(난제)를 능숙하게 포착해낸다"며 "생각과 말과 행위의 연동 원리에 대한 현대 기호학적 존재론을 보탬으로써 우리가 대면하는 현실의 괴이쩍음과 혼돈의 진원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가 탐구하게 한다"라고 했다. 김인숙 위원은 "김은 소설의 미덕은 서로 뒤얽혀 있는 관계의 틈을 들여다보는 조밀한 시선뿐만 아니라 그것을 전달하는 문장에도 있다"며 "'나'와 '당신'은 김은의 소설 속에서 구분되지 않고 순식간에 전도되곤 한다. 올곧게 서있는 것 같은 화자는 실은 흔들리는 사람이고, 다만 위기에 빠져 있는 사람일 뿐이다"라고 했다. 심사평 전문은 chosun.com

[그래픽] 본심 후보작 선정 이유 기고자 : 이영관 기자
장르 : 고정물
본문자수 : 1069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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