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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프레소] 이발사 아들이 꿈을 이룰 골든타임

    오진영 작가·번역가

    발행일 : 2023.09.23 / 여론/독자 A31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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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년 전 이맘때 아들이 가출을 했었다. 작년 초에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못 하고 있는 아들에게 남편이, "언제까지 집에서 놀 거냐, 앞으로 뭘 할 건지 계획을 내놔봐라"고 채근했다가 사달이 났다.

    여덟 살에 내 품에 온 후로 한 번도 나를 힘들게 한 적 없는 아들이었다. 이전 칼럼에서 쓴 적 있듯이(〈출산 장려 홍보 강사가 되고 싶은 이유〉) 아들은 살면서 처음으로 생긴, 나 자신보다 소중한 존재였다. 나는 아들을 키우며 행복할 자격에 대한 오랜 고정관념에서 자유로워졌다. 아들은 내 인생의 가장 큰 축복이었다. 그랬는데 작년에 집을 나가 연락을 안 받는 동안, 그 전에 십여 년간 나를 기쁘게만 해줬던 값을 톡톡히 치르는구나 싶도록 마음이 썩어 문드러졌다.

    두 달을 밖에서 버틴 아들을 불러내 만난 자리에서 아빠와 화해하고 집에 오라고 말하는데 눈물 콧물이 쏟아졌다. 안 그래도 미래가 두렵고 막막했을 텐데 부모까지 미워하느라 지쳤을 아들이 너무 안쓰러워서 울었다.

    아들은 집 나가 있는 동안 이발사 자격증을 땄다고 했다. 프리미엄 바버숍에 견습생으로 들어갈 비용을 줄 수 있냐고 내게 물었다. 나는 돈을 줄 테니 그 대신 아빠와 대화하라고 했고, 며칠 후 두 남자가 회담을 했고, 아들의 3개월 가출 드라마는 막을 내렸다.

    6개월 견습 과정을 마치고 이발사 면허를 딴 아들은 서울에서 취업 자리를 못 구해 원주로 갔다. 원주에 있는 숍에서 즐겁게 일하면서 "머리 자르는 일 너무 재밌어!"라고 카톡 보내주는 우리 아들은 집 가까운 데 일자리를 찾을 순 없었을까.

    내가 사는 은평구 녹번동에는 서울혁신파크라는 곳이 있다. 과거 국립보건원이 지방으로 이전할 때 서울시가 사들인 땅에 당시 오세훈 시장이 서울 서북권 랜드마크 고층 복합 센터를 짓고 지역 경제를 살릴 기업을 유치할 계획을 세웠으나 후임 박원순 시장이 이 역세권 대규모 부지를 사회적 기업과 시민 단체들이 상주하는 저밀도 공간으로 만들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은평구는 서울 다른 지역보다 기업체가 적고 일자리가 부족한 곳이라 주민들의 개발 욕구가 강하다. 2021년 보궐선거에서 오세훈 시장 후보가 다시 혁신파크에 뉴미디어, 바이오 산업 특화 랜드마크 건물과 산업 문화 주거 복합 시설을 조성한다는 공약을 제시했고 은평구 전 지역에서 선거 승리했다. 박원순의 10년이 아니었으면 우리 아들은 오늘날 집 근처에서 프리미엄 바버숍에 취업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경제는 보수 정부가 낫다는 조작된 신화에서 벗어날 때가 되었다"고 말했지만 은평구 혁신파크의 정체된 10년은 그건 신화가 아니라 사실이라고 말한다. 당연한 욕망을 통제하는 부동산 정책을 고집한 끝에 서민들이 영원히 서울 안에 집을 살 수 없게 만든 정권, 저성장, 저출산, 고령화 사회를 살게 될 미래 세대에게 국가 부채 1000조원까지 떠넘긴 정권, 그것도 모자라 집값 소득 분배 고용 통계를 조작한 정권의 대통령이 "조작된 신화" 운운을 입에 올린 것부터가 양심과 염치의 실종이다.

    사드 반대 집회에서 노랑색 가발을 쓰고 "전자파로 내 몸이 튀겨질 것 같아 싫어" 노래하며 춤췄던 우리 동네 국회의원조차도 플래카드를 걸고 혁신파크 재구성 홍보에 나섰을 정도로 은평구민들의 개발 욕구는 절실하다. 절실한 구민 중에는 나도 있다. 내년 총선 후 대통령 임기 3년은 우리 아들이 언젠가 자기 바버숍을 열고 싶다는 꿈을 이룰 골든타임이라고 생각한다. 혁신파크의 잃어버린 10년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에겐 허비할 시간이 없다.
    기고자 : 오진영 작가·번역가
    장르 : 고정물
    본문자수 : 1766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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