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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천석 칼럼] '뭉쳐야 사는 黨' '흩어져야 사는 黨'

    강천석 고문

    발행일 : 2023.09.23 / 여론/독자 A30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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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당 앞에는 두 길이 나있다. 상책(上策)은 사는 길이요, 하책(下策)은 망(亡)하는 길이다. 상책이 뭔지 몰라서 망하는 길로 들어서는 것이 아니다. 상책이 큰 이익은 될지언정 내 이익은 아니기 때문이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친명(親明)계가 딱 그렇다.

    이 대표 체포 동의안이 가결되자 이재명 사람들은 억울하고 분통하다는 듯 온갖 소리를 내질렀다. 그런데 아무도 '생(生)니가 뽑혔다'고는 하지 않았다. 그들도 이 대표가 '생니'가 아니라는 사실은 다 알고 있다는 뜻이다. 그들 속생각에도 이 대표는 '앓는 이' '상한 이' ' 썩은 이'였다. 이 하나가 흔들거리면 입 전체가 구실을 못 한다. 씹지 못하니 훌렁 삼키거나 토해내는 기능밖에 못 한다. 당대표라는 어금니가 흔들거렸던 지난 1년 민주당이 그랬다. 170여 개 가까운 이빨을 갖고도 국정 현안 어느 하나 잘 씹어 국민 입에 넣어준 적이 없다.

    흔들거리는 이를 오래 둔다고 다시 붙는 일은 없다. 상한 이를 남이 대신 뽑아주면 못 이기는 체하며 재출발의 계기로 삼을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 민주당은 그럴 형편이 아니다. 170명 가까운 전체 의원 중 130여 명이 자칭(自稱) 친명계다. 이 대표는 굴러온 돌이다. 총선을 치른 적이 없어 소속 의원들에게 공천을 준 적도 없다. 친명계 가운데 이재명이 정치를 그만두면 자기도 정치를 그만두겠다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

    이 대표는 수십 가지 비정치적 범죄 혐의를 받고 있고, 지지하는 사람보다 혐오하는 사람이 훨씬 많고, 당장 며칠 후 구치소로 갈지도 모른다. 이런 그가 한국 최대 정당 최대 계파의 목줄을 쥐고 있다. 공천권(公薦權)이 목줄이다. 친명계 가운데는 그럴 듯한 사람도 제법 있다. 그들은 '이재명이란 이름'이 민주당의 '혹'이라는 걸 알고 있다. 판단력은 공천권 앞에서 맥을 추지 못한다.

    체포 동의안 가결 직후 대표 쪽에서 흘리는 옥중(獄中) 출마설은 공천권만은 절대 놓지 않겠다는 뜻이다. 이 대표 측은 체포 동의안 가결 다음 날 의원 전원에게 '영장 기각 탄원서' 제출을 요구했다. 체포 동의안 찬성 의원을 골라내려는 시도다. 천주교 신자를 색출하려고 예수 초상(肖像)을 밟고 지나가게 했다는 조선 시대를 떠올리게 하는 수법이다. 조선노동당에서 벌어질 일이 대한민국 최대 정당 안에서 벌어지고 있다.

    국회의원 '체포 동의안'이 제출된 국회 회기(會期)가 끝나면 '석방 요구 결의안'을 제출할 수 있다. 정기국회 회기는 12월 초에 끝난다. 친명계는 이때를 기다려 이 대표 석방 결의안을 제출할 것이다. 정치적으론 자살골과 비슷하겠지만, 그 길을 갈 것이다.

    이제 한국 정치는 흑백(黑白)사진처럼 단순해졌다. 합리적 기대·상식적 판단·나라의 운명·민생(民生) 문제 등 모든 옷을 벗어던지고 알몸으로 부딪치는 일만 남았다. 정치가 뒷걸음치는 세계적 정치 퇴행(退行) 시대에 한국이 맨 앞줄에 선 것이다. 내년 4월 10일 총선 날까지, 문재인 시대 5년, 윤석열 시대 2년 합계 7년을 이렇게 보낸다.

    녹슬지 않고 강철보다 강하다는 티타늄제(製) 비행기 날개도 요동과 진동이 계속되면 금속이 피로(疲勞) 현상으로 내부가 갈라진다. 날개 부러진 비행기 운명은 물으나 마나다. 정치 제도, 경제 체제, 노사(勞使) 현장, 교육 시스템, 소멸(消滅)을 향해 구르는 인구 문제를 두드려보라. 귀 밝은 사람에겐 갈라지는 소리가 들릴 것이다.

    이재명 대표와 친명계의 양식(良識)은 묻지 않아도 꾀는 쳐줘야 한다. 그들이 바보는 아니다. 믿는 구석이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낮은 지지도와 쇄신(刷新)과 먼 국민의힘을 믿는다. '기회주의적 우파'와 '기회주의적 좌파'를 내쫓고 '순수 혈통(血統) 우파'와 '순수 혈통 좌파'가 부딪치면 승산(勝算)이 없지 않다고 믿는다.

    이기지 않으면 죽는 싸움에선 누가 지는가. 필수품이 아니라 사치품 챙기는 쪽이 진다. 이념은 씨앗처럼 소중하다. 이념의 순수성은 더 귀하다. 썩지 않으면 100년 후에도 싹을 틔운다. 그러나 선거에서 민생(民生)보다 중한 것은 없다.

    보수의 역사는 작은 개울을 모아 큰 강을 이룬 역사다. 이승만 대통령은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고 했다. 한민당과는 권력 구조부터 토지 개혁 방식까지 생각이 달랐다. 그런데도 위기 앞에서 '크게 뭉쳐' 대한민국을 세웠다. 뭉치고 아울러야 다수(多數)가 된다.
    기고자 : 강천석 고문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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