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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 있는 도서관] 마리나

    이태훈 기자

    발행일 : 2023.09.23 / Books A25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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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콜라우스 하이델바흐 지음·그림 | 이명아 옮김 | 곰곰 | 38쪽 | 1만5000원

    형과 내가 바닷가에서 한 여자아이를 발견했다. 부모님은 함께 지내도록 허락하며 방을 내줬다. 처음엔 입을 꾹 닫았던 이 아이, 우리 가족은 '마리나'라고 부르기로 했다.

    일단 말문이 터지자, 마리나는 기묘한 얘기를 쏟아낸다. "우리 엄마 아빠는 바다의 왕비와 왕이야. 바닷속엔 공원이랑 큰 성, 물자동차 롤러코스터에다 뭐든 살 수 있는 쇼핑센터도 있어!"

    형은 당장에 "못 믿겠다"며 승강이를 벌인다. 마리나는 도대체 누구일까. 그 말은 어디까지 진실일까. 이야기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다.

    도입부 그림에서 해변에 엎드린 아이를 보는 순간, 내전 중인 시리아를 탈출했다가 배가 난파돼 터키 바닷가에서 숨진 채 발견됐던 세 살배기 쿠르드족 소년의 사진을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마리나는 멀쩡히 살아나 함께 살아간다. 마치 죽은 난민 소년의 비극은 기억하면서, 왜 당신들 곁에 사는 수많은 '다른 정체성'의 사람들은 귀찮아하고 차별하는지 묻는 것처럼.

    마리나를 불쌍하다 여기는 것도 편견일지 모른다. 낯선 문화와 배경을 가진 타인을 대할 땐 귀 기울여 듣는 게 먼저다.

    게다가 마리나는 피부색을 갖고 놀려대는 못된 어른의 허벅지를 바지가 찢어지도록 세게 물어 버린다. 부당한 대우에 맞서려면 남의 도움을 바랄 게 아니라 스스로 싸워야 하는 것이다.

    책의 마지막, 형에게 심한 말을 들은 마리나가 사라진다. 그리고 마리나를 처음 발견했던 그 바다에서 가장 놀라운 반전이 일어난다.

    깊이 생각할수록 더 많은 것이 보이는 책. 작가는 '아동문학 노벨상'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에 2018년부터 내년까지 네 번이나 독일을 대표하는 후보로 추천받았다.
    기고자 : 이태훈 기자
    장르 : 고정물
    본문자수 : 947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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