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검색목록 > 기사상세보기
타이틀

[도서] 스포츠로 보는 동아시아사 / 스웨트

    채민기 기자

    발행일 : 2023.09.23 / Books A24 면

    종이신문보기
    ▲ 종이신문보기
    ◆다카시마 고 지음장원철·이화진 옮김AK|452쪽|1만9800원

    ◆빌 헤이스 지음김희정·정승연 옮김RHK|380쪽2만2000원

    세계 체육인이 올림픽에 집결한 1952년 여름 핀란드 헬싱키. 대한민국 선수단장 이상백(1904~1966)이 제2회 마닐라 아시안게임 조직위 측에 한국의 참가 의사를 전달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이 불참한 전년도 제1회 대회에 북한이 참관인을 보내고 총회에 참석했음을 알게 된다. 당황한 그는 헬싱키에 와 있던 북한 관계자들이 알지 못하게 아시안게임 준비 회의를 열어달라고 요청했고 한국은 마침내 아시안게임연맹(AGF)에 가입했다. 국제 스포츠 무대에 코리아 대표로 서기 위한 남북의 투쟁은 6·25 전쟁만큼 치열했다.

    한국은 1954년 마닐라 아시안게임에 처음으로 참가했다. 이 대회에서 자유세계 국가들은 단결했지만 그 움직임은 조용했다. 주최국 필리핀은 대만을 참가시키면서 중국에도 문호를 열었다.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른 중국의 불참을 예상하면서도 겉으론 탈(脫)정치의 입장을 취한 것이다. 실제 중국은 불참했다. 스포츠는 고도의 정치였다. '스포츠로 보는 동아시아사'에서 두 분단국의 당시 상황을 소개한 다카시마 고 일본 와세다대 교수는 "비정치주의를 고집할수록 정치적 가치가 높아지는 것이 아마추어 스포츠의 모순"이라고 분석했다.

    ◇정치로 구현되는 탈정치의 이상

    스포츠의 순수함이라는 이상은 근대 영국에서 정립됐다. 구체적으로는 아마추어로 자격을 제한하는 정치적 조치로 상업주의와 노동자 참여를 배제하며 '순수성'을 확보했다. "경기장 안의 비정치성(이라는 환상)을 경기장 밖의 정치를 통해 만들어내는 일이 '스포츠와 정치는 별개'라는 이념의 의미라고 할 수 있다."

    아시아에서 스포츠는 계급과 다른 의미에서 정치적이었다. 대외적으로 서구에 맞서는 범(汎)아시아주의가, 내부적으로는 진영을 둘러싼 역학 관계가 국제대회를 통해 표출됐다. 이 책은 20세기 이후 아시아 각국의 정치적 행로가 스포츠와 어떻게 맞물려왔는지 분석한다. 올림픽·아시안게임을 중심으로 각국 정부와 체육계의 움직임을 세밀하게 복원하면서 스포츠 역사가 곧 정치사였음을 논증한다. 분단된 한국-북한, 중국-대만을 비중 있게 다루며 우리 현대사를 새로운 각도에서 바라보게 해준다.

    서구에 억눌렸던 아시아 국가들의 유대를 명분으로 1951년 제1회 아시안게임이 출범했다. 1950~1960년대에는 국호 표기 등을 둘러싼 한국-북한, 중국-대만의 대표성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됐다. 문화대혁명을 겪은 중국이 국제 스포츠계에 복귀한 1970년대를 거쳐 1980년대부터 통합 움직임이 시작된다. 예컨대 한국과 중국은 이 시기 '중공'과 '남조선' 대신 공식 국호로 상대를 부르기 시작했다. 1986년(서울)과 1990년(베이징) 아시안게임 성공에 서로가 필요하기 때문이었지만 상호 존중은 냉전 종식과 맞물려 1992년 한중 수교까지 이어진다.

    2000년대 들어선 남북한이 스포츠로 화합하는 모습이 자주 연출됐다.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공동 입장이 대표적 장면. 그러나 질문이 남는다. 스포츠는 분단을 극복할 수 있는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김여정을 비롯한 북한 최고위층이 방한했지만 이후의 남북 관계를 보면 답은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순수한 스포츠라는 이상은 여전히 포기할 수 없다. 미실현 상태의 그 이상이 역설적으로 포용과 연대라는 가치의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일깨우기 때문이다.

    ◇변하지 않는 땀의 가치

    23일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공식 개막한다. 사람들은 역대 최다인 1만1970명 선수들이 펼치는 경기에 열광할 것이다. 스포츠에 개입하는 정치와 별개로 땀의 가치를 존중하기 때문이다.

    '스웨트'는 그 땀을 단서 삼아 운동의 역사를 탐구한다. 미국의 프리랜서 작가이자 '의학계의 계관시인' 올리버 색스(1933~2015)의 동성(同性) 연인이었던 저자는 땀과 운동의 기원에 대해 호기심을 품는다. 궁금증 해소를 위해 시대와 분야를 넘나든다. 탁월함의 증표로 우승 선수의 땀을 비싼 값에 팔았던 고대 그리스 사회를 역사적으로 고찰하고, 땀샘의 구조와 발한(發汗)의 과정을 진화론적으로 고찰하며, 여성들에게 자유의 감각을 일깨운 숙녀용 자전거와 여성 참정권 확대의 관계를 정치 사회학적으로 고찰한다.

    올림피아의 경기장 유적지에서 저자가 떠올린 고대 그리스 시구는 배설물에 불과한 땀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기량을 증명받았으니//공기 중을 날듯 걸으며//마음속에서//억만금보다 더 달콤한 계획을 싹틔우네." 땀은 단련과 고양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기고자 : 채민기 기자
    본문자수 : 2412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웹편집 : 보기
    인쇄 라인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