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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불민함과 한계로 국민 기대 못 미쳤다"

    송원형 기자

    발행일 : 2023.09.23 / 사회 A10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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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명수 대법원장, 6년 임기 마치고 퇴임

    김명수 대법원장의 퇴임식이 22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2층 중앙홀에서 열렸다. 그는 퇴임사에서 "제 불민함과 한계로 인해 국민 여러분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점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모든 허물은 저의 탓으로 돌려 꾸짖어 달라"고 했다.

    퇴임식에는 대법관 13명과 각급 법원장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양승태·이용훈 전 대법원장 퇴임식 때는 600여 명이 함께했다. 김 대법원장이 코로나 팬데믹 기간 퇴임식을 못 치른 대법관들이 있다며 간소하게 하자고 했다고 한다.

    김 대법원장은 기념 촬영을 마친 후 청사 현관 양쪽으로 나눠 선 참석자들과 악수하고 나서 "여러분을 믿고 떠난다. 그간 감사했다"고 마지막 인사를 했다. 전임 대법원장들이 청사 밖에 늘어선 직원들과 인사하고 떠난 것과는 달랐다.

    박수를 받은 김 대법원장은 손을 한 번 흔들고는 검은색 제네시스 관용차에 탑승했다. 그 앞에는 수행·경호 인력이 탄 차가 있었다. 김 대법원장 일행 차들이 대법원 정문을 빠져나갈 땐 경찰들이 '김명수 규탄' 시위대 30여 명이 투척물을 던질 것에 대비해 대형 그물망을 펼치기도 했다.

    김 대법원장은 춘천지법원장이었던 6년 전 문재인 당시 대통령에게 대법원장 후보자로 지명됐다. 49년 만에 대법관을 거치지 않은 사법부 수장이었다. 그는 2017년 8월 지명 다음 날 춘천에서 관용차 대신 시외버스와 지하철을 이용해 걸어서 대법원 청사에 왔다. 그러고는 "31년 5개월 동안 재판만 해 온 사람이 어떤 수준인지 보여 드리겠다"고 했다.

    그러나 법조계에선 "김 대법원장 6년은 '사법부 흑역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법원 내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국제인권법연구회 회장 출신인 김 대법원장은 전임 '양승태 사법부'를 적폐로 몰면서 검찰을 끌어들였다. 대법관 13명 중 우리법·인권법·민변 출신 등 진보 성향 대법관이 7명에 달했고, 법원행정처와 대법원 요직에 우리법·인권법 출신들을 배치해 '편향 인사' 비판이 일었다. 또 고법 부장판사 승진 제도를 없애고 법원장 후보를 판사 투표로 뽑는 제도를 도입했다. 열심히 일할 동기는 사라지고 잔소리하는 사람이 없다 보니 판사들은 나태해졌다. '재판 지연'이 심각해졌고 판결 질도 떨어졌다. 김 대법원장 자신은 국회에 한 거짓말이 들통나 검찰 수사 대상에 올랐다. 한 법조인은 "처음에 '쇼'를 했던 김 대법원장이 초라하게 퇴장했다"고 말했다.

    김 대법원장은 퇴임사에서 취임할 때 강조했던 '좋은 재판'을 11차례나 언급했다. 그는 코로나 등으로 위기를 맞았지만, 영상 재판 확대 등을 통해 '좋은 재판'의 지평을 넓히는 기회로 만들었다고 했다. '재판 지연' 문제에 대해선 "좋은 재판은 국민이 체감하고 인정할 때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라며 "국민이 재판에서 지연된 정의로 고통을 받는다면 우리가 추구한 가치들도 빛을 잃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사법행정의 재판에 대한 우위 현상은 사법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게 됐고 법관의 내부적 독립도 한층 공고해졌다"고 자평했다. 한 부장판사는 "김 대법원장이 사법행정 기능을 방치해 '재판 지연'을 초래해 놓고 '지연된 정의'를 언급한 게 앞뒤가 안 맞는다"며 "'좋은 재판'이 뭔지 모르겠다. 자신의 임기 내 일어난 사법부 문제를 외면하는 것 같다"고 했다.

    2017~2018년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제기하며 '김명수 코트'의 주축이 됐던 우리법·인권법 출신 판사들은 법원을 떠났다. 인권법 출신 이탄희·이수진 전 판사, 우리법 출신 최기상 전 판사는 지난 총선을 앞두고 법원을 나와 민주당 의원이 됐다. 인권법이 주목을 받자 부담감을 느껴 탈퇴하는 판사들도 있다고 한다. 2021년 회원 수가 460여 명에 달했던 인권법은 최근 400명 이하로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법원장의 임기는 오는 24일 공식적으로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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