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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알리, 뮤지컬 '프리다' 주연

6세 때 덮쳐 온 소아마비로 오른쪽 다리는 움직이지 않았다. 18세에 당한 교통사고로 척추는 부러졌다. 천재 화가 남편이 바람피우느라 바쁜 동안 그녀는 혼자서 아이를 세 번 유산했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 아티움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프리다'는 이 기구한 운명에 맞서 싸우며 불멸의 예술 작품을 남긴 화가 프리다 칼로(1907~1954) 이야기다. 500페소(약 3만9000원) 화폐 인물이기도 한 멕시코의 국민 화가.

이 뮤지컬 무대에 주역 프리다로 서고 있는 가수 겸 배우 알리<사진>를 최근 서울 서초구 EMK뮤지컬컴퍼니 사옥에서 만났다. 한 여성을 부러뜨리고 넘어뜨린 가혹한 운명을 매번 무대에서 감당하는 일이 고통스러울 만도 한데, 그는 오히려 "프리다 덕분에 나는 오히려 강해졌다고 느낀다"고 했다. "프리다는 어떤 아픔에도 예술을 놓지 않고, 가장 처절한 순간에 더 격렬하게 그림을 그리죠. 그런 모습에서 위트와 긍정으로 고통을 넘어서는 힘을 배워요."

혼자 춤추는 독무(獨舞) 장면에다 격렬한 무대 탓에 "멍과 담과 타박상은 일상"이 됐다. 알리는 그동안 '투란도트'와 '레베카'의 댄버스 부인으로 무대에 선 적이 있다. 주로 폭발적 가창력이 필요한 뮤지컬 배역만 이번으로 세 번째. 베테랑 뮤지컬 배우 김소향과 연극·뮤지컬과 영상 매체 연기를 넘나드는 배우 김히어라가 트리플 캐스팅으로 알리와 함께 프리다 역을 맡았다.

뮤지컬은 프리다가 "내 인생의 주제 음악"이라고 농담하는 구급차 경광등 소음 속에, 마지막 혼수상태에 빠진 채 지난 생을 돌아보는 토크쇼 '라스트 나이트 쇼'에 출연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극 중 프리다는 "절대자에게 절대적으로 수긍하지 않는 것은 그가 나를 절대적으로 위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알리는 "고통 속에 던져진 프리다의 가장 인간적 고백, 귀한 대사"라고 했다. "누구에게나 감당하기 힘든 고통의 순간은 올 수 있고, 그걸 완벽히 이겨낼 만큼 완벽하게 선하거나 올바른 사람은 없을 거예요. 그렇다고 고통을 승화시키지 못하고 짓눌린다면 결국 자신의 삶을 갉아먹게 되겠죠." 알리가 이해하는 프리다는 예술의 힘으로 고통을 넘어선 예술가다. 공연 뒤 "이 뮤지컬을 통해 프리다를 이해하게 됐다"는 반응을 얻을 때 가장 만족스럽다.

뮤지컬 '프리다'는 서울 삼성동 코엑스 신한카드 아티움에서 내달 15일까지 공연한다. 기고자 : 이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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