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巨野 강행, 헌정 사상 처음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국회 해임 건의안이 21일 가결됐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에서 찬성 175명, 반대 116명, 기권 4명으로 해임 건의안을 통과시켰다. 국민의힘의 반대 속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의원들이 찬성표를 던진 결과다. 총리에 대한 해임 건의안이 가결된 건 헌정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해임 건의안은 구속력이 없고, 윤석열 대통령도 해임안을 수용하지 않을 방침이다. 한 총리는 23일 중국 방문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양자 회담을 앞두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18일 이태원 핼러윈 참사 및 잼버리 파행,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고(故) 채수근 해병대 상병 사망 사건 수사 관련 논란 등에 대한 책임을 물어 한 총리 해임 건의안을 제출했다. '국정 파탄'의 책임이 총리에게 있다는 논리를 펴며 "정권의 폭주에 브레이크를 걸겠다"고 했다.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는 21일 당 회의에서 "대통령은 통과 즉시 해임 건의를 겸허히 수용하고 국민 통합형 국무총리를 지명하기 바란다"고 했고, 송기헌 원내수석부대표는 "국정 전 분야에 걸쳐 자행된 무능과 폭망 사태의 중심에 총리가 있다"고 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표 체포 동의안에 대한 맞불이자 이 대표를 구하기 위한 정치 공세"라고 했다.

과거에도 총리 해임 건의안이 9차례 제출됐지만 부결되거나 기한 내 표결이 이뤄지지 않아 폐기됐다. 국무위원이 국정을 책임지는 만큼 '국민 대다수가 동의할 만큼 중대한 사유'가 있어 정상적인 업무 수행이 어려운 경우에만 해임 건의안을 상정하자는 공감대가 정치권에 있었기 때문이다. 김대중 정부에선 김종필·이한동 총리 해임건의안이 발의됐지만 표결이 성사되지 않아 자동 폐기됐고, 가장 최근인 2012년 7월에도 김황식 총리에 대한 표결이 의결정족수 미달로 폐기됐다.

그러나 이번엔 야당이 속전속결로 진행해 헌정사상 처음으로 통과시켰다. 해임 건의안이 가결되려면 재적 의원(298명)의 과반수 찬성이 필요한데 야권 의원들이 똘똘 뭉쳐 가결시킨 것이다. 다만 국회 차원의 해임 건의는 구속력이 없어 윤석열 대통령이 이를 수용할 가능성은 없다. 앞서 대통령실은 야당의 해임 건의를 "정치 공세로 인식한다"며 수용 불가 방침을 시사했다. 총리실은 이날 해임 건의안 통과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고, 한 총리는 불우이웃 방문과 부처 차관 격려 만찬 등의 일정을 소화했다. 비공개 회의에서 "국민을 위해 지금 같이 열심히 일하자"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과반 의석을 갖고 있는 야당은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뒤 해임 건의안을 주요 국면마다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러 왔다. 지난해 9월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순방 외교가 참사"라며 주무 부처인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 건의안을 통과시켰다. 당시 정의당은 "정치 그 자체를 올스톱시키는 나쁜 촌극"이라며 표결에 불참했다.

같은 해 12월에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핼러윈 참사의 책임을 물어 해임 건의안을 가결시켰고, 대통령이 이를 거부하자 탄핵 소추를 의결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지난 7월 만장일치로 탄핵 소추안을 기각했다. 기고자 : 김은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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