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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파 진영 모두 과반 못미쳐 카탈루냐 정당이 '캐스팅 보트'

앞으로 스페인 의회에서는 지역 언어인 카탈루냐어, 바스크어, 갈리시아어도 스페인어와 동일하게 공식어로 사용된다.

19일(현지 시각) AP통신에 따르면, 이날 스페인 하원은 카탈루냐어, 바스크어, 갈리시아어를 의회 공식 언어로 승인했다. 호세 라몬 베스테이로 사회노동당(PSOE) 의원은 "스페인어 이외의 언어를 사용하는 시민들을 위한 정상화 과정"이라며 스페인 의회 사상 최초로 스페인어와 갈리시아어 두 언어를 번갈아 사용하며 연설했다. 이 장면은 텔레비전 방송으로 전국에 생중계됐고, 하원 의원 350명에게는 동시통역이 제공됐다.

스페인 동북부 카탈루냐, 북부 바스크, 서북부 갈리시아 지방에서 쓰는 언어들이 중앙 의회 언어로 인정받게 된 것이다. 특히 카탈루냐 자치 정부는 2017년 스페인에서 분리·독립을 시도하며 소요 사태를 일으켜 중앙 정부와 큰 갈등을 빚었다. 당시 카탈루냐를 거칠게 진압했던 스페인 정부가 불과 6년 만에 태도를 바꿔 이들의 언어를 하원에서 공식 사용하도록 허락한 것이다.

이처럼 스페인 정치권의 갑작스러운 표변은 혼란스러운 정치 상황 때문이다. 스페인 우파와 좌파 진영은 지난 7월 총선에서 군소 정당과 협상 끝에 각각 171석을 확보했다. 이는 총리 선출과 정부 구성에 필요한 과반 의석에 5석 못 미치기 때문에, 결국 양쪽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카탈루냐 분리주의 정당들이 '캐스팅 보트'를 쥐게 됐다. 페드로 산체스 총리 대행이 이끄는 사회노동당은 집권을 연장하기 위해 카탈루냐 분리주의 정당에 손을 내밀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이번에 카탈루냐어 등을 의회 공식 언어로 허용한 것이다.

사회노동당이 주도하는 좌파 연정은 유럽연합(EU)에서도 카탈루냐어 등이 공식 사용되도록 추진 중이다. 이날 EU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일반이사회 회의에서 의장국 스페인의 요청으로 EU 공식 언어에 카탈루냐어, 바스크어, 갈리시아어 추가 여부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기고자 : 류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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