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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視角] 육사를 욕보인 육사 선배

    노석조 정치부 기자

    발행일 : 2023.09.19 / 여론/독자 A38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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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군사관학교 출신인 한 야당 국회의원이 지난 1일 육사를 방문했다. 육사 충무관 앞 홍범도 흉상 이전 논란 관련 의정 활동이었다고 한다. 당초 육사가 불허했던 일정이었다. "생도 교육 여건 보장 등을 고려할 때 교정 내 의원들의 정치 활동은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육사는 대신 "생도 교육관인 충무관은 가지 않고 접견실에서 학교장과 면담하는 조건"으로 이 의원의 방문을 받게 됐다고 한다.

    하지만 의원은 기습전을 폈다. 약속대로 육사 입구에서 제공된 차량을 타고 접견실로 바로 이동하는 것을 거부하고 자기 차로 들어가겠다고 고집하면서 실랑이가 벌어졌다. 이 의원 유튜브 영상을 보면, 그는 학교 관계자들에게 소리를 지르다 차를 버려두고 막무가내로 학교 안으로 들어갔다.

    그는 흉상으로 향했다. 가는 도중 학교장이 찾아오자 한쪽에 세워 놓고 "왜 내 차를 못 타게 했느냐"고 나무랐다. 전투복 차림인 학교장은 연신 고개를 숙였다. 이 의원과 같이 온 다른 야당 의원 3명도 학교장을 가운데 세워 놓고 돌아가면서 "우리를 못 믿어서 그러느냐"고 삿대질했다. 의원 비서들은 이 모습을 영상으로 찍어 유튜브에 공개했다.

    의원들은 충무관 흉상 앞에서 다시 한번 학교장을 차렷 자세로 세워 놓고 꾸짖었다. 금요일 낮이던 그 시간, 생도들은 충무관에서 수업을 받고 있었다. "선배로서 가장 안타까운 게 왜 육사를 정쟁의 소용돌이로 몰아넣느냐는 겁니다. 생도들이 뭘 배우겠어요? 이전 백지화하세요. 윤석열 정부 백지화 너무 잘하는 정부예요." "일방적 의견을 일방적으로 몰아붙이고, 정치가 문제예요. 그 중심에 대통령과 국방부가 있죠. 이 정부가 군을 어떻게 대했습니까? 세상에 그렇게 무식한 점령(대통령실 이전)이 어딨습니까?"

    정치적 중립성이 생명인 군, 그것도 아직 임관도 안 한 생도들이 다 듣는 데서 다른 사람도 아닌 현역 3성 장군인 학교장에게 망신을 주고, 군 최고기관과 군 최고 통수권자를 '점령' 같은 표현을 써가며 폄하한 것이다.

    이들이 워낙 고성으로 학교장을 조리돌리는 것을 보다 못한 한 육사 교수(현역 대령)가 "의원님, 수업 중인데, 목소리 좀 낮춰주십시오"라고 하자 육사 출신 의원은 버럭 고함을 지르며 "4000만 국민이 흉상 이전을 반대하는데 무슨 소리냐" "이게 교육인데"라며 "당장 사과"할 것을 강요했다고 한다. 교수는 사과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당시 이들 의원의 행패에 생도들이 놀라 그 광경을 사진으로 찍기도 했다.

    맞는다. 정치인은 싸워야 한다. 흉상 이전에 반대할 수 있다. 버럭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때와 장소가 있고, 상황에 맞는 예의가 있다. 이런 가정을 해 보자. 특정 고교 출신 국회의원이 그 학교에 찾아가 수업 중인 교사와 학교장을 학생들 앞에서 꾸짖는 상황을. 그 국회의원은 육사 출신으로 육사를 욕보였다는 사실을 지금쯤은 알고 있을까.
    기고자 : 노석조 정치부 기자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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