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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국악원 놀이터 삼아 놀던 '꼬마'의 소리길 30년… 이제 名唱에 닿았다

    광주=윤수정 기자

    발행일 : 2023.09.19 / 문화 A20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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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방울국악제 대상 박자희씨

    "한 소절을 끝내자마자 '잘한다!'는 객석 외침이 딱 들렸죠. 덕분에 힘을 받고 '죽어도 오늘 여기서 죽자'란 생각으로 힘껏 소리를 더 냈어요. 그래도 대상일 줄은 몰랐는데…."

    18일 제31회 임방울국악제 판소리 명창부 대상(대통령상)을 받은 직후 만난 소리꾼 박자희(39)씨는 무대 위 여운이 아직 짙은 듯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이날 명창부 본선에서 '흥보가' 가운데 '두손합장'을 불렀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형님 전에 비나이다…." 탐욕스러운 형님에게 비는 간절한 흥보의 두 손처럼 박씨는 부채를 가슴 쪽으로 모아 쥔 뒤 풀썩 주저앉아 속 깊은 곳에서 절창을 끌어올렸다. 가녀린 체구가 믿기지 않을 만큼 옹골찬 그 소리에 객석에 모인 예향(藝鄕) 광주의 귀명창들이 "아, 얼씨구야!" "좋다!"를 연신 쏟아냈다.

    이날 박씨가 총 일곱 명 심사위원 중 무려 네 명으로부터 만점에 가까운 99점을 받고, 평균 점수 98.6점으로 대상을 거머쥘 때도 객석에선 이미 예상했다는 듯 "그렇지!" 환호성이 터졌다. 정작 박씨는 "대상 탈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수차례 말했다. 그는 "2020년 임방울국악제에 첫 출전했을 땐 심청가를 불렀다가 가사 실수로 '예선 탈락'했다"며 "그 탓에 올해 대회는 소리 대목들이 입에 잘 붙도록 연초부터 연습실에서 살다시피 했다"고 했다.

    박씨는 이날 시상식 수상 소감에서 스승인 '안숙선 명창'에 대한 감사를 가장 먼저 꺼내며 눈물을 쏟았다. 안 명창은 신영희 명창과 함께 국내 단 두 명뿐인 국가무형문화재 '춘향가' 보유자. 그런 만큼 이날 관객 중엔 박씨가 경연곡으로 '춘향가'의 대목을 고르지 않을까 기대하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박씨는 "여덟 살 때 처음 선생님께 배운 소리가 '흥보가'란 의미를 살리고 싶었다"며 "선생님은 내게 바라만 봐도 웅장하고 든든한 '큰 산' 같은 버팀목"이라고 했다.

    유명 소리꾼 중엔 대를 이은 '국악 가족' 출신이 많다. 하지만 박씨는 "엄마가 소리를 좋아하셨을 뿐, 집안에 국악인 어른은 없다"고 했다. 대신 "집 앞 전북도립국악원을 놀이터 삼아 다닐 수 있었던 전주 출생인 게 강점이라면 강점"이라며 웃었다. "엄마가 국악원 가면 만화 비디오도 빌려주고, 단팥빵도 사주겠다며 꼬셔서 자주 데리고 다녔죠. 거기 가면 꽥꽥 마음껏 소리 지를 수 있는 게 어린 마음엔 좋기도 했고요." 그렇게 자유롭게 배운 소리가 우연히 박씨 부모의 지인을 통해 안 명창에게 닿아 일찍부터 소리를 배울 수 있었다고 했다.

    다만 "너무 어릴 때 뜻도 모르고 배운 게 제게는 오히려 큰 고비로 찾아왔다"고 했다. 서울 창덕여고를 거쳐 중앙대 국악대학 음악극과로 진학해 소리 공부를 계속했지만 "20대 중반에는 대중가수의 꿈도 품었다"고 했다. 그러다 "30대 초반에 결국 소리를 포기할까 심각하게 고민했는데, 막상 제대로 해본 적이 있나 아쉬움이 올라왔다. 그때 마지막으로 소리에 틀어박혀 보자 했는데 '아, 이게 선생님이 느꼈던 소리 재미구나' 혼자 무릎을 탁탁 치며 알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박씨는 특히 이번 대상이 "앞으로 소리 외길을 계속 걸어가는 데 큰 힘이 돼줄 것 같다"고 했다. "2년 전, 소리를 30년 하고서야 처음 선 완창 무대 제목을 '완창 하나, 서다'로 지었어요. 소리 갈 길이 너무 멀다고 느껴서. 다음 두 번째 완창 무대 제목은 '걷다'로 지어뒀고요. 그런데 오늘 이 상에는 '한 걸음 올라섰다'고 이름 붙일 수 있을 것 같아 정말 기쁩니다."

    [제31회 임방울국악제 수상자]

    ▲판소리 명창부▷대상(대통령상) 박자희▷최우수상(방일영상) 김다정▷우수상 한혜선▷준우수상 이소영

    ▲판소리 일반부▷최우수상 김주원▷우수상 임소연▷준우수상 이병욱

    ▲가야금병창▷최우수상 고재향▷우수상 지유정▷준우수상 서연아

    ▲농악▷대상 부안군립농악단▷최우수상 평택연희단▷우수상 공주농악보존회▷준우수상 논산전통두레풍물보존회

    ▲시조▷최우수상 노선규▷우수상 손종범▷준우수상 김영식

    ▲무용▷최우수상 이정일▷우수상 홍지선▷준우수상 김주연

    ▲기악▷최우수상 김민서▷우수상 오대주▷준우수상 박훈

    ▲퓨전 국악▷최우수상 청화▷우수상 플레이더록▷준우수상 초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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