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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事一言] ★점 공화국

    이진혁 출판편집자

    발행일 : 2023.09.19 / 문화 A20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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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론 이미 많은 이가 느끼는 것처럼 별점은 그다지 객관적이지 않다. 우선 별점은 대체로 5점 척도 외의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 별점을 준 이들이 어떤 사람인지, 이 업체가 속한 별점의 평균값은 얼마인지, 어떤 시간에 어떤 별점을 받았는지 등의 메타데이터는 소거된다. 만약 시험의 난이도와 상관없이 90점 이상의 학생을 선발하는 대학이 있다면 비합리적이라며 손가락질을 받을 게 틀림없다. 마찬가지로 지금의 별점 역시 합리적인 판단 준거가 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그런데 별점은 하위문화로서의 성격도 지닌다. 신뢰할 만하지 않다고 해서 가볍게 무시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가령 정치적 입장이 첨예한 콘텐츠를 두고 벌어지는 '별점테러'나 '별점 뻥튀기'를 단순히 소비자의 판단을 흐리는 조작이라고만 보기는 힘들다. 오히려 유의미한 의사 표현 수단 또는 하나의 놀이문화로 볼 여지도 충분하다. 문제는 그러한 수단이 점점 별점이라는 숫자놀이로 협소해진다는 언어적 빈곤에 있을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점수로 평가받은 경험이 많은 사회일수록 별점이 활성화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지금의 '별점 공화국'은 어쩌면 성적지상주의라는 토대 위에 서 있는 것이 아닐지 반문해볼 만한 일이다.

    넷플릭스 드라마 '블랙 미러'에는 모든 삶이 점수화된 세상에 관한 에피소드가 등장한다. 누군가와 다투면 점수가 깎이고, 선행을 하면 점수가 올라가는 식이다. 평점에 따라 자가용이 달라지고 어울리는 부류가 바뀐다. 이 때문에 평점을 관리해주는 컨설턴트까지 생겨난다. 과연 이 컨설턴트와 앞서 언급된 별점 조작 광고대행사는 얼마큼 다를까. '별점이 권력'인 사회에 대한 본격적인 고찰이 필요한 때다.
    기고자 : 이진혁 출판편집자
    장르 : 고정물
    본문자수 : 835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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