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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의 '뉴 엔진'] [2부] (5·끝) 한국 바이오 경쟁력

    황규락 기자

    발행일 : 2023.09.18 / 통판 A4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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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세포 잡는 유도탄, 먹는 알츠하이머 약… 한국도 7부 능선 넘었다

    지난달 11일 경기도 판교에 있는 바이오 벤처 ABL바이오 연구실. 한 연구원이 피펫으로 '항체'와 '약물'이라고 표시된 두 액체를 섞고 있었다. 이 액체를 분석기에 넣어 항체 1개당 약물 분자가 몇 개씩 붙었는지를 확인했다. 이수연 ABL바이오 책임연구원은 "항체에 약물을 몇 개 붙일지 비율을 조정하는 것이 신약 개발의 노하우"라고 말했다.

    ABL바이오는 글로벌 시장에서 차세대 항암제로 주목받는 '항체-약물 접합체(ADC)' 신약 개발에 집중하며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ADC는 암세포만 콕 집어 죽일 수 있다. 기존 항암제는 혈관을 타고 다니면서 암세포뿐 아니라 정상 세포까지 죽인다. ADC는 암세포에만 붙는 항체에 항암제 약물을 붙여 치료 효과를 극대화한다. 항체는 암세포 표면의 특정 항원에 결합하는 단백질이다. 마치 미사일(항체)이 표적(암세포)에 빠르고 정확하게 날아가 탄두(약물)가 터지는 방식과 같다. 항체의 종류만 바꾸면 모든 종류의 암을 치료할 수 있는 획기적인 기술이다.

    한국 바이오 경쟁력은 미국, 유럽 등 세계 강국과 비교해 아직 격차가 크다. 하지만 부가가치가 큰 신약 분야에 집중 투자하며 빠르게 격차를 줄이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한국의 혁신 신약 기술력은 미국을 100으로 했을 때 77 수준이다. 바이오 업계의 한 관계자는 "ADC 같은 신기술은 선진국도 아직 10년 정도 투자한 상태여서, 한국도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다"고 했다.

    ◇제2 모더나 꿈꾸는 국내 바이오 제약사

    지금까지 한국에서 개발된 신약은 36개다. 매년 40~50개 신약이 판매 승인을 받는 미국, 유럽과 비교하면 초라한 규모다. 그나마 국내 업체 신약 대부분은 내수용이다. 하지만 바이오 산업에 돈이 몰리며 기술력이 쌓이자 국내 업체들도 글로벌 혁신 신약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신약마다 천문학적 시장 잠재력이 있다. 신약 하나만 개발해도 mRNA 백신으로 세계적 기업이 된 모더나처럼 대박을 칠 수 있다는 것이다.

    레고켐바이오는 한국 기업 중 ADC 분야 선두 주자로 꼽힌다. 항암제를 암세포에 붙는 항체와 결합하는 '링커' 기술을 이용해 암젠과 다케다제약 등에 기술 수출을 했다. 이들이 모두 신약 개발에 성공할 경우 레고켐바이오가 받는 기술료만 54억달러에 이른다. 삼성라이프사이언스펀드 투자를 받은 에임드바이오는 내년부터 악성 뇌종양과 방광암에 효능이 있는 ADC 혁신 신약 후보 물질 AMB302에 대한 임상 1단계를 시작할 예정이다. 정맥주사를 피하주사로 바꿔 환자가 스스로 주사를 놓을 수 있게 한 알테오젠도 해외 대형 제약사들과 연달아 계약을 맺고 있다. 피하층의 히알루론산을 분해해 약물이 체내로 흡수되는 통로를 만드는 기술이 핵심이다.

    ◇만성 질환 신약 개발로 글로벌 추격

    알츠하이머와 비만 등 만성 질환을 정조준한 기업도 있다. 아리바이오는 지난달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경구용 알츠하이머 치료제 AR1001의 글로벌 임상 3상 승인을 받았다. 하루 한 알로 병의 진행을 늦출 수 있어 편의성이 높다는 강점이 있다.

    HLB제약은 최근 살 빼는 주사로 주목받고 있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의 장기 지속형 주사제를 개발하고 있다. 주사 한 번만으로도 약효가 1달 이상 지속되게 하는 것이다. 한미약품도 내년부터 차세대 비만 치료제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지방 감소 효과를 높이거나 체중 감소와 근육량 증가 효과를 내는 등 다양한 비만 치료제를 개발해 환자 비만 정도에 따라 치료제를 골라 쓸 수 있도록 한다는 전략이다.
    기고자 : 황규락 기자
    장르 :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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