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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콘텐츠 승부사들] (1) 함진 '무빙' 총괄 프로듀서

    백수진 기자

    발행일 : 2023.09.13 / 문화 A20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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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숙한 설정에 새로운 액션 섞은… 7대3 비율이 성공 비결

    한국이 만든 'K콘텐츠'가 세계를 사로잡고 있다. 글로벌 안방이 된 OTT 플랫폼에서 수억 명이 한국 드라마를 시청하고, 아카데미를 평정한 영화는 수백 국에 수출된다. 아이디어로 무장한 웹툰 역시 조회 수 수억 회를 기록하며 스토리의 자양분으로 주목받고 있다. 날카로운 감각과 창작욕, 기획력을 무기로 문화 현장의 최전선에서 뛰는 K콘텐츠의 승부사들을 만난다.

    한국형 히어로 드라마 '무빙'의 흥행엔 이상한 구석이 있다. 초반부의 전개는 요즘 드라마답지 않게 느리고, 눈물 콧물 쏟는 가족애는 신파로 느껴질 법하다. 언뜻 보면 '사이다 전개'를 선호하는 요즘 취향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데도, 무빙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성공했다. 국내는 물론 일본·홍콩·싱가포르·대만에서 디즈니 플러스 TV 쇼 1위를 기록하며 해외에서까지 인기를 끌고 있다. 미국 연예 매체 버라이어티는 "'오징어 게임'에 이어 아시아에서 탄생한 히트작"이라고 평했다.

    디즈니 플러스 드라마 '무빙'의 총괄 프로듀서인 함진(47) 스튜디오앤뉴 영화사업부 이사를 지난 7일 만나 비결을 물었다. 함 이사는 기획 단계에서 "익숙함과 새로움 사이의 균형을 중요시한다"고 했다. "익숙함만 추구하면 뻔하다며 외면당하기 쉽고, 새로움만 추구하면 폭넓은 대중의 선택을 받기 어렵거든요." 무빙은 익숙함과 새로움이 7대3으로 조화를 이룬 결과였다. "부모 자식 간의 애틋한 관계나 선과 악의 대립은 국내, 해외를 막론하고 모든 세대에게 익숙한 이야기잖아요. 반면, 다친 상처가 순식간에 회복되는 능력처럼 다양한 초능력을 영상으로 구현하는 방식엔 새로움이 있었죠."

    함 이사는 대본 기획·개발, 주·조연 배우 캐스팅, 제작진 선정 등 준비 단계부터 마케팅과 후반 작업까지 작품 외적인 부분을 총괄했다. 류승룡·조인성·한효주·차태현 등 톱스타들을 총동원한 비결이 궁금했다. "비중이 작은 역할인데 허락할지 저희도 제안하면서 걱정했는데 대부분이 바로 승낙했어요. 여러 인물이 나오지만 각 캐릭터가 뚜렷한 개성을 갖고 있다는 점이 매력으로 다가간 것 같아요." 그가 뽑은 무빙에서 가장 고생한 배우는 류승룡. 상처 회복 능력을 지닌 초능력자로 칼에 찔려도 차에 치여도 끄떡없는 캐릭터를 맡았다. "그야말로 온갖 종류의 액션을 가리지 않고 하셨어요. 수중 액션부터 시작해서 산에서도 구르고, 하수도에서도 싸우고…."

    500억 규모의 예산으로 공개 전부터 화제가 됐다. 하지만 함 이사는 "총 20회기 때문에 회당 예산으로 보면 다른 OTT 드라마에 비해 그렇게 많은 예산은 아니었다"고 했다. "전국 팔도를 돌아다니면서 찍은 데다 어마어마한 CG양을 생각하면 알뜰하게 찍은 편이죠. 정해진 스케줄과 예산을 지키는 것이 프로듀서의 기본 자질이라고 생각해요."

    함 이사는 한국영화아카데미를 졸업하고 2000년대 초반 배급사 쇼박스의 투자팀에 입사했다. "일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돼서 '태극기 휘날리며'가 천만 관객을 돌파했고, '웰컴 투 동막골'까지 성공하면서 투자 배급사 이름이 대중에게도 알려지기 시작했죠." 함 이사는 "당시엔 투자 배급사의 역할이 자금 조달과 배급으로 한정됐고 충무로 제작사에서 대부분의 결정을 내렸다면, 이제는 제작사와 투자 배급사가 대등하게 협업하는 형태로 변했다"고 지난 20여 년간의 변화를 돌아봤다.

    2015년 배급사 NEW에 입사해 한국영화투자본부장 등을 지냈다. 현재는 NEW의 계열사인 제작사 스튜디오앤뉴에서 영화와 OTT를 넘나들며 콘텐츠를 제작 중인 그는 "요즘 젊은 세대가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작품의 완성도"라고 짚었다. "워낙 어렸을 때부터 다양한 콘텐츠를 접해온 세대기 때문에 눈높이가 굉장히 높아졌어요. 내 시간과 돈을 투자한 만큼 확실한 만족감을 얻길 바라죠. 한정된 예산으로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이 큰 숙제가 됐습니다."
    기고자 : 백수진 기자
    장르 :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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