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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 조연 무화과, 디저트 위 주인공이 되다

    남정미 기자

    발행일 : 2023.09.13 / 문화 A18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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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 제철 '무화과 디저트' 동네 카페·호텔도 선보여

    이 과일은 만년 조연 신세였다. 인류가 재배한 최초의 과일이자, 클레오파트라가 사랑했다는 '무화과'. 그러나 그 오랜 역사에도 국내에선 제철(8~11월)인 가을이 오면, 포도·사과·배 등에 차례로 관심을 뺏겼다. 무화과는 전남 영암군 등에서 60% 이상 생산되는데, 표피가 얇고 과육이 쉽게 물러지는 특성 때문에 특히 수도권 소비자들에게 생소한 과일이었다.

    그러나 최근엔 수도권에서도 무화과 생과를 만나는 일이 어렵지 않아졌다. 몇 년 전부터 농가에서 콜드 체인 시스템(저온 유통 체계)을 확대하고, 주산지인 영암군에서 저품위 무화과 수매에 나서는 등 신선도 유지와 고품질화에 노력을 기울이면서다. 특히 최근 디저트계에서 가장 잘나가는 과일을 꼽으라면 단연 '무화과'다. 인스타그램에서 '무화과' 관련 게시물만 30만 건 이상으로, 개성 강한 디저트 가게부터 특급 호텔까지 앞다퉈 무화과를 활용한 디저트를 내놓고 있다. 만년 조연 무화과가, 주연으로 날아오르고 있는 것이다.

    서울 성북동의 작은 디저트 가게 '누하주'는 올여름 무화과 디저트류를 출시한 이후, 매출이 30% 이상 올랐다. 특히 '피스타치오 무화과 케이크(8000원)'는 젊은 층에서 '무화과 입문용 디저트'로 꼽힌다. 누하주 사장 최현정(44) 파티시에는 "지금 베이커리 시장에서 무화과의 지위는 겨울철 딸기와 같다"며 "무화과는 단면이 마치 꽃이 핀 것처럼 예뻐서 디저트를 만들면 비주얼이 뛰어나고, 식감이 폭신한 데다 맛과 향이 강하지 않아 다른 재료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특히 피스타치오와 만났을 때 고소함을 극대화시켜주는 역할을 한다"고 했다. 무화과를 곁들인 '무화과 요거트(7000원)'와 '무화과 라떼(7000원)'도 이런 무화과의 장점을 십분 활용한 음료다. 이곳에서 무화과를 처음 맛봤다는 이모(39)씨는 "그동안엔 무화과를 어떻게 먹어야 할지 몰라 섣불리 손이 가지 않았다"면서 "과하게 달지 않고, 새콤한 맛이 별로 없어 유제품과 잘 어울리더라. 집에서도 종종 이렇게 먹어볼 생각"이라고 했다.

    이 가게는 낮 12시에 문을 여는데, 오후 3시면 무화과 관련 디저트류는 대부분 다 팔린다. 파리크라상도 올해 처음으로 무화과 관련 디저트류를 출시했다. 코코넛 푸딩에 무화과를 올린 '무화과&코코(7500원)' '무화과 레어치즈 타르트(4만8000원)' 등이다.

    서울 종로구 가회동 '부빙'의 '무화과 빙수(1만5000원)'는 가을에도 빙수를 먹어야 하는 이유를 만들어준다. 김소연(36)·아연(34) 자매가 하는 이 빙수 가게는 사계절 빙수집을 표방한다. 곱게 간 우유 얼음 위에 겨울엔 딸기, 여름엔 초당 옥수수 같은 식으로 제철에 맞는 토핑이 올라간다. 가을엔 단연 무화과다. 지난 8일 가게를 찾은 김민서(34)씨는 "여름에도 안 온다. 가을에만 무화과 빙수를 먹으러 온다"며 "무화과를 통째로 갈아 넣었기 때문에, 씨까지 그대로 느껴지는 톡톡 튀는 식감이 좋다"고 했다.

    특급 호텔에서도 앞다퉈 '무화과'를 재료로 한 디저트를 내놓고 있다. 조선호텔은 '무화과 케이크'를, 포시즌스 호텔은 '무화과 빙수'를 선보인다. JW 메리어트 호텔 서울은 '무화과 파블로바'가 포함된 애프터눈 티 세트를 올해 처음 내놓았다. 메리어트 호텔 양영주 수석 파티시에는 "파블로바는 바삭한 식감의 달콤한 머랭 베이스 디저트로, 이 위에 적당한 당도에 과즙이 풍부한 무화과의 상반된 느낌이 잘 어우러진다"며 "가을에만 맛볼 수 있는 제철 식재료라는 점이 특히 매력적"이라고 했다.
    기고자 : 남정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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